🎯“얼른 와, 내가 밥해줄게”
쾌적하게 보기 Ι 구독하기 2024. 9. 30. 월요일 아, 이제 겨우 선선한 바람이 부네요. 한낮 볕은 따갑지만요. 지난주는 좀 바빴어요. 며칠 전 대전에서 부서 회의를 했거든요. 한겨레 전국부 소속 기자들이 모이는 자리였어요. 평소에 보기 힘든 전국부 특성상 분기에 한 번씩 1박2일 일정으로 모여 저녁을 먹는데요. 이번엔 대전에서 모이기로 해 손님 맞을 준비로 조금 분주했어요. 그래도 저 사는 곳에 한겨레 식구들이 온다니, 기다리는 마음이 싫지 않았어요. 허투루 아무거나 먹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배달 안 되는 맛집에서 두부두루치기와 시장통닭도 포장해왔죠. '한솥밥 먹는 사이'를 식구라고 하지요? 식구라 여기는 동료들과 함께 먹을 끼니를 준비하는 일은(비록 제가 만든 음식은 아니지만) '부담' 아닌 '즐거움'이더라고요. 사실 전 평소에도 집으로 친구들을 불러 함께 밥 먹는 걸 좋아해요. 티브이에 나오는 집처럼 크고 예쁘지도, 심지어 깔끔하지도 않은 집이지만요. 그렇다고 대단한 요리를 하는 것도 아니에요. 사람 초대해놓고 정 바쁘면 고기만 사와 굽거나 반조리 제품을 데우기만 할 때도 많아요. 처음엔 손님들 간 뒤 뒷정리가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자주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겨 겁이 없어지더라고요. 어느덧 우리집은 지인들 사이에 '예린카세(예린 오마카세)'라 불리며 '핫플'이 되어가고 있어요. "밥해준다고 오라는 사람이 요즘 진짜 없어요. 그런 친구 있으면 정말 눈물 날 것 같잖아요. 얼른 와. 내가 밥해줄게. 그게 되게 큰 위로더라고요." 몇달 전 배우 류수영씨가 '유퀴즈온더블럭'에 나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된장찌개 하나라도 맛있게 만들어서 나눠 먹으니까 엄청 금방 친해지더라"는 그의 말이 참 좋았어요. 외지에서 혼자 고군분투하던 20·30대 때 저도 그런 위로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힘이 빠지다가도 하숙집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