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 ‘다잉’ 다이닝

9월 24, 2024

2024. 9. 24. 화요일

파리 패럴림픽 출장(8월26일~9월10일)을 갔다가 돌아오면 가을이 되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똑같은 여름이더군요. 그래도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저녁에는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아들이 말하더군요. "여름이 갑자기 사라졌다"라고요. 진짜 그랬으면 좋겠네요.

오늘은 고등학교 1학년생 아들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제 곧 중간고사를 보거든요. 지난 3월 아들이 고교 입학 뒤 처음으로 전국연합학력평가를 봤을 때 일입니다. 시험이 끝난 아들에게 "잘 봤느냐"라고 물으니 "어려웠다"라고 답하더군요. "그럼 찍기라도 잘하지 그랬어?"라고 하니 아들은 "안 찍었는데?"라고 말했습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모르는 문제의 경우 OMR 카드에 아무것도 표기를 안했다고 하더군요. 즉, 빈칸으로 그냥 놔뒀다고 합니다. 이유를 물으니 이리 대꾸하더군요. "학력평가는 정확한 학력 수준을 알기 위해서 보는 시험이잖아요. 그럼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해야지요."

순간, 정신이 퍼뜩 들더군요. 이날 아침 "모르는 것은 그냥 1번 쭉 찍거나, 3번 답이 보통 많이 나오니까 3번을 다 찍어"라고 말한 내가 조금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을 혼내거나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네 생각도 맞네"라고 해줬지요. 학생 시절을 돌아보면,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모르는 문제가 있어도 정답지는 절대 비워두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혹시나 하는 바람을 품었겠지요. 정답 하나에 등수가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자신이 풀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혹은 정직하게 정답지를 비워둘 수 있는 용기.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전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혹은 얕은 지식을 갖고도 전부 아는 것마냥 전문가 행세를 하는 이들이 많은 시대에 말이죠. 답지 빈칸이 많은 아들의 학력평가 성적을 보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지금, 아들은 시험 때 로직까지 생각하면서 답을 찍습니다.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찍어서라도 답을 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물론 객관식이 아닌 서술 같은 주관식에 있어서는 여전히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만은 아무것도 쓰지를 않지만요.

시험 때 운 좋게 찍은 게 여러 개 맞았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찍는 것도 실력'이라는 말까지 있으니까요. 하지만 과연 그게 실력일까요. 진짜 노력을 한 이들과의 순위를 전복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마침표를 찍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쉼표를 찍고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요즘 어른들에게는 정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정책을 정하는 분들에게는 말이죠. 오늘의 막연한 '찍기'가 내일의 엉뚱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이만총총.

서울시

1. 그들을 욕하기 전에🔗

서울시 가정에서 일하던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이 사라졌습니다.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인데요. 7개월짜리 비자와 숙소비 45만원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2. '김치대란'의 서막🔗

한 포기에 2만2000원짜리인 배추가 등장했습니다. 올여름 폭염과 폭우로 '고랭지 배추'가 제대로 크질 못해서 그렇다는데요. 올가을, 김장 할 수 있을까요?

3. 숨고: '숨은 고액' 수수료🔗

숨고와 크몽은 강의나 과외 같은 일을 알선하는 온라인 플랫폼이죠. 프리랜서들이 주로 이용하는데요. 수수료를 30%까지 떼는 업체도 있다고 합니다.

4. 좋아 죽어요? 난 죽어가요🔗

몸통이 잘린 채 꿈틀거리는 랍스터가 집게발로 장미꽃과 편지를 들고 있습니다. 1인당 14만8000원짜리 랍스터 코스를 만든 식당은 "이벤트를 위한 플레이팅"이라는데요. 다른 나라였으면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5. 미키와 덕수궁의 콜라보🔗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가 덕수궁으로 놀러 왔습니다. 궁궐을 거닐며 노는 미키와 친구들이 병풍, 조형물, 도자기, 디지털 프린팅에 담긴 건데요. 미키 만나러 덕수궁으로 가보실래요?

AFP 연합뉴스

불을 꺼라

그제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방화복을 입은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브라질이 타고 있다"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들고 있습니다. 최근 아마존에선 수백만 헥타르의 산림이 불탔는데요. 기후위기로 가뭄이 심해지면서 산불이 잦아진 거로 보입니다.

4530㎞ 둘레길

jks님 올가을엔 걷기 여행 어떠신가요? 한 번에 4530㎞를 걸을 수 있는 '코리아둘레길'이 15년 만에 완성됐는데요. 동해안 해파랑길부터 남해안의 남파랑길, 서해안의 서해랑길을 지나 'DMZ 평화의 길'까지 걷다 보면 한국이 다시 보일 거라고 합니다.👉기사보기

이담엔터테인먼트

신기록 직관기

가수 아이유 콘서트는 피 튀기는 티케팅, 피케팅으로 유명하죠.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피케팅에 성공한 10만명의 관객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채웠는데요. 이틀간의 공연을 모두 보고 나니, 그의 콘서트 티케팅이 왜 그리 어려운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기사보기

가사노동자는 이제 중간계급 가정의 젠더 갈등을 가장 싸게 해소할 수 있는 전략으로 부상했다. 남편의 참여를 요구하다 지친 스웨덴의 맞벌이 부인은 평화를 얻었지만, 남편은 할 수 있던 가사로부터 더 멀어지며 성평등은 이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급에만 허락된 일종의 특권으로 축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