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사장님은 노조위원장

5월 09, 2025

2025. 5. 9. 금요일

jks님, 지난 황금연휴 잘 보내셨나요. 저는 6일을 내리 쉬었습니다. 부러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기자가 된 이래로 공휴일 주간을 즐긴 건 거의 처음이었거든요.

연휴엔 전주국제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졸지 않으려 눈에 힘을 주고 하루에 두세 편씩 영화를 봤고, 밤에는 친구들과 먹고 마시며 어울렸습니다. 금요일 밤에는 올해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맡은 이정현 배우와 우연히 만나 한잔하기도 했습니다.(네, 자랑 맞습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다섯 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모두 좋았지만 이일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호루몽'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주인공은 재일교포 3세 신숙옥씨. 예전에 유튜브에서 본 적 있는, 1996년 일본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한일 과거사 문제를 두고 극우 패널들에게 차분히 맞섰던 빨간 옷의 그분이었습니다.

영화는 신씨의 어머니와 할머니 등 3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특히 신씨가 일본의 대기업 디에이치시(DHC)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이야기의 주 골자로 삼습니다. 문제가 된 방송은 디에이치시테레비가 제작한 '뉴스 여자'라는 프로그램으로 중년 남성 우파 논객들이 정치 시사 뉴스를 잘 모르는 젊은 여성들에게 가르쳐 준다는(?) 포맷입니다.

'뉴스 여자'는 2017년 1월 일본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반대 운동을 다루며 운동 참가자들을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했습니다. 또한 신씨가 이들의 배후로써 일당을 지급하고 있다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그가 재일교포 출신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이에 신씨는 명예훼손으로 2018년 디에에치시테레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습니다. 550만엔 배상 판결을 받아내며 최종 승소하기까지는 5년이 걸렸고요.

다큐 내내 인상 깊었던 건 차별과 불합리에 맞섰던 신씨의 기세였습니다. 2018년 혐한 세력의 살해 위협으로 잠시 독일로 이주하기도 했지만, 그는 계속 싸우겠다며 1년여 만에 일본으로 돌아옵니다. 사실 신씨는 어렸을 때부터 오빠를 때린 아이를 찾아가 똑같이 때려줄 만큼 지지 않는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2000년에는 "불법 입국한 많은 삼국인(재일 조선인과 대만인을 지칭하는 차별적 표현)이 매우 흉악한 범죄를 반복하고 있다"고 발언한 이시하라 신타로 당시 도쿄도지사의 낙선 운동을 펼치기도 합니다.

이전까지 성공한 사업가였던 그는 이후 인권단체 '노리코에넷'의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일본 내 혐오 표현과 차별에 맞서 싸우는 등 사회운동가의 길을 걷습니다. 그의 성씨처럼 참 '맵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신씨의 단단한 태도를 오로지 타고난 기질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신씨는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한국에서 화제가 됐던 유튜브 토론 영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은 그 방송이 다 끝나고 너무 기운이 빠져서 한참 동안 울면서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내가 너무 바보 같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더 이기려면 공부를 더 해야 했구나, 처참한 마음으로 생각했습니다."

신씨는 2004년에 '화내는 법'이라는 책도 냈는데, 이 책에서 재일교포이자 여성으로 자라온 그가 단련해온 화내는 방법을 공유합니다. 그는 강자를 향해 제대로 된 분노를 하지 않으면 그 에너지는 무관한 약자에게 화풀이하는 식으로 향하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신씨가 가르쳐주는 화내는 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나는 이렇게 느꼈다"고 감정을 정리해 말한 뒤, "그러니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합니다. 예컨대 "인사를 해도 등을 돌리고 답을 하지 않으면 '넌 하찮은 존재'라고 말하는 것 같아 상처받아요. 그러니 내일부터는 목소리만이라도 '안녕'이라고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화를 내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에 익숙해서 그런지, 신씨의 가르침은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웬만하면 화를 낼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jks님도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에게는 정당하게 화를 내보는 건 어떨까요.

희로애락 중 하나인 '분노'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때로는 나를 지키는 법이라는 것을 배운 휴일이었습니다.

1. 하청업체 사장님은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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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화 야구, 뜨겁죠? 한 달 전 꼴찌였는데 어느새 단독 1위로 올라섰습니다. 최근 23경기 20승 3패라는데요. 오늘은 고척 스카이돔에서 26년 만에 10연승을 노립니다. 승승장구의 비결을 짚어봤습니다.

AFP 연합뉴스

하베무스 파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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