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호갱의 고백

12월 17, 2025

2025. 12. 16. 화요일

12월16일 화요일 낮 3시. 서울에 있는 한겨레 사옥에서 노트북을 켜고 레터를 쓰고 있는 지금이 현실인가 헷갈립니다. jks님, 지난주에 저는 베트남 사파에 있었거든요. 지난주 화요일 밤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다음 슬리핑 버스를 타고 다음 날 아침 6시에 사파에 도착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계획한 여행이었습니다. 사파로 가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은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튜브 웹 예능 '핑계고'의 스핀오프 예능인 '풍향고' 때문이었어요. 구글 지도 같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쓰지 않고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였습니다.

특히 재밌었던 건 출연자들의 서로 다른 여행 스타일이었습니다. 특히 황정민과 지석진이 상극이었어요. 여행을 떠난 네 사람 중 유일하게 MBTI가 J(계획형)였던 황정민은 계획의 큰 틀을 잡아야 안심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일단 목적지를 정해놓으면 주변을 구경하기보다는 그곳에 도착하는 게 우선순위였고요. 반면 지석진은 P(즉흥형)의 전형이어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행동합니다. 얼굴에 철판 깔고 가격을 깎아달라는 말도 잘하고요.

그래서 이번 여행은 친구들과 떠나는 게 무척 중요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날짜를 맞추기 귀찮아서 해외여행은 주로 혼자 다녔거든요.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을 때 저의 모습이 어떨지 새삼 궁금했어요.

이번 여행을 겪은 결과 저는 생각보다 자아가 없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일상에서는 호불호도, 고집도 센 편인데요, 여행에서는 대체로 친구들이 하자는 대로 잘 따랐답니다. 꼭 가고 싶은 칵테일바나 재즈바 같은 장소는 먼저 제안했지만, 이곳들만 간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었거든요. 특히 총무로 활동하며 환전과 계산을 담당했던 든든한 친구 ㄱ의 말을 제일 잘 들었네요. ㄱ은 목적지로 가는 게 우선이라 항상 빠른 걸음으로 맨 앞에 있었고요, 저는 계속해서 풍경을 보면서 멈춰서는 바람에 제일 뒤에 있었답니다.

유일한 계획형인 친구 ㄴ은 비타민부터 멀미약 등 비상약, 손 소독제와 비데용 물티슈 등 온갖 걸 다 챙겨와서 중간중간 챙겨주기 바빴어요. 프레퍼족인 ㄴ은 평소 싸놓은 생존 가방에서 무전기까지 갖고 왔어요. 트레킹을 하던 중 한 무리의 관광객이 뒤에서 몰려오고 있자, 무전기를 켜 서로 재난이 닥친 상황극을 하며 배꼽 빠지게 웃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각기 다른 여행스타일을 갖고 있지만 서로 감정이 상할 일은 없었습니다. 계속 서로를 배려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면박을 주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새로운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말을 잘 거는 성향이 비슷했어요.

특히 사파에서의 둘째 날, 숙소 근처 카페에서 힙합 가수 같은 제스처로 메뉴를 설명하던 직원이 인상 깊었어요. 얘기를 나눠보니 가수 지드래곤의 팬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서울에서 온 걸 알게 되자 신나서 지드래곤을 콘셉트로 한 시그니처 메뉴를 설명하고, 지드래곤의 음악도 틀었어요.

나중에 같이 셀카를 요청하니 이 직원은 잠시 기다려보라고 한 뒤 지드래곤 굿즈로 장착을 하고 나타나더군요.

그는 지드래곤이 최근 하노이에 공연하러 왔을 때 들었던 피켓을 들고 우리와 사진을 찍었습니다. 활짝 웃으며 얼마나 지드래곤을 좋아하는지 설명하던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어요.

서울에 돌아와 다시 노트북을 켠 지금, 그때의 장면들이 계속 머릿 속에 끼어듭니다. 계획적인 사람과 즉흥적인 사람, 목적지를 향해서 직진하는 사람과 주변을 둘러보느라 뒤처지는 사람. 서로 참 많이 다른 사람들이지만, 즐기고자 하는 마음만 맞는다면 여행은 잘 굴러간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의 남은 삶도 이번 여행처럼 살고 싶어졌습니다.

1. 그 청년이 '암뮤니티' 만든 이유🔗

혈액암을 앓은 35살 오세웅씨는 취업을 문의한 53곳 중 52곳이 이력서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청년 암 환자에게 취업, 연애, 결혼, 임신은 치료만큼 어렵습니다.

2. 10명 중 3명 번아웃🔗

한국 청년(19~34살) 10명 중 3명이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유는 '진로 불안'(39.1%), '업무 과중'(18.4%), '업무에 대한 회의'(15.6%)가 많았습니다.

3. 장난감도 분리배출하세요🔗

내년부터 플라스틱 장난감은 쓰레기봉투에 넣지 마세요.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류하면 됩니다. 다만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전자제품인 장난감은 소형 가전 수거함에 버려주세요.(레고)

4. 왜 그렇죠?🔗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을 결정하면서 내세운 명분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남녀공학이 '이공계 강화'에 필요하고, 여성 리더십을 제대로 키우는 데 적합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5. 경찰이 피해자를 돕는다는 것🔗

'왜 피해자가 집을 떠나야 하나?' 경찰 매뉴얼에 납득하지 못한 배유빈 순경은 현장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법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여성·청소년 피해 담당 경찰들이 수기집 '여기, 우리가 있습니다'를 펴냈습니다.

EPA 연합

오늘은 찾는 사람이 많네

16일(현지시각) 일본 도쿄 우에노동물원 자이언트 판다 샤오샤오가 느긋하게 쉬고 있습니다. 샤오샤오는 내년 1월 말 쌍둥이 레이레이와 함께 중국에 반환됩니다. 중일 우호의 상징이던 판다 외교가 54년 만에 멈추는 겁니다. 동물원은 반환 전에 판다를 보려는 관람객들로 장사진을 이뤘습니다.👉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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