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향인은 광장에 간다

12월 03, 2025

2025. 12. 3. 수요일

송년회의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지난주 제가 몸 담은 텍스트팀은 필진을 모두 초청해 합동 송년회를 했습니다. 텍스트(.txt) 출범 1년을 기념한 일종의 돌잔치 성격이었어요. 1년 동안 웅숭깊은 글을 보내주신 필자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국내 최대 북 섹션의 1년을 자축하는 행사였죠.

제가 맡은 일은 명패 제작. 40명가량 되는 참석자들의 이름, 직업(직함) 등을 종이에 기입해 플라스틱 명찰 케이스 같은 곳에 끼우고 목줄을 연결하는 일이었습니다. 글 쓰는 분들 중에 내향인이 많잖아요. 서로 어색해서 흥겨워야 할 송년회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실까 봐 간단히 서로 알아보고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했죠.

쉬울 줄 알았는데, 저를 과대평가 한 것이었습니다. 명단을 출력해서 플라스틱 케이스에 넣었더니 한번은 폰트가 너무 작고, 한번은 종이가 너무 크고…. 종이 귀퉁이를 접어 임시방편으로 케이스에 넣으면서 '혹시 명패가 뒤집혀 이 처참한 꼴이 드러나면 손님들이 불쾌해할까?' 고민하며 땀을 삐질삐질 흘렸습니다. 목줄 클립은 또 어찌나 뻑뻑하던지요. 결국 검지 손가락에 피를 보고서야 명패 제작 작업이 끝났습니다.

이 작업을 하다 '직미새'(직관에 미친 새X)를 자처하는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를 초대하고 반갑게 맞이하는 '환대 산업'은 생성형 에이아이가 절대 못 하겠구나! 당신은 무척 귀한 존재이고, 우리는 당신이 여기에 와줘서 무척 기쁘다는 메시지는 인간만이 전할 수 있고, 인간이 전해야만 의미 있는 말인 것 같아요.

제아무리 아름다운 인터페이스와 기똥찬 문구로 방문객을 맞이하는 키오스크를 발명해 둔들, 버선발로 나와 두 손을 내미는 인간의 온기는 대체하지 못할 테니까요. 어린이는 어린이라고, 청소년은 청소년이라고, 노인은 노인이라고, 아줌마는 아줌마라고, 아저씨는 아저씨라고 대놓고(혹은 은근히) 박대하는 가게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날들이기에, 환대는 앞으로 더 귀한 행위가 되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고객에게 "사랑한다"며 다가오지만, 정작 도움 줄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기계적인 고객 응대가 '뉴노멀'이 되어가는 요즘 세태를 보면 더더욱 그럴 것 같아요. '당신이 와서 기쁘다'고 환영받는 일만큼, 나를 으쓱하게 하는 일이 있을까요? 송년회 시즌, 지인들에게 건넬 작은 선물을 미처 준비하지 못하셨다면, 진짜 환한 환대를 일발 장전해보시면 어떨까요?

1. 오늘도 내향인은 광장에 간다🔗

오늘은 12·3 내란 1주년입니다. 민지씨는 요즘도 '내향인' 깃발을 들고 연대집회에 갑니다. '탄핵 광장'은 끝났지만, 시민들은 아직 자신만의 광장에 서 있습니다.

2. 제2의 윤석열 막으려면🔗

방첩사, 수방사, 특전사는 12·12 군사반란과 12·3 내란 사태에 모두 동원됐습니다. 이곳들은 국방부 직할 부대이거나, '군 통수권 수호'를 정체성으로 삼는데요. 또다시 친위 쿠데타에 활용될 여지가 있습니다.(대통령실 사진기자단)

3. 그래도 공당인데...🔗

탄핵 반대파가 당주류를 차지한 국민의힘은 아직 내란사태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죠. 지난 1년간 늪에 빠진 '내란 정당'에 특검발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습니다.

4. 추경호 의원 구속영장 기각🔗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의 구속영장이 오늘 새벽 기각됐습니다. 법원의 기각 사유는요.

5. 내란 속편, 한국 극우🔗

작년 12월3일은 '한국 극우'가 재탄생한 날이기도 합니다. 내란 이후 극우세력은 거리로 나와 부정선거 음모론, 혐중, 계엄 찬성을 매개로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연합

이번엔 헌법 고칩시다

내란 1주년을 하루 앞둔 어제 시민사회·인권·노동·개헌 운동단체가 모여 결성한 '시민주도 헌법개정 전국네트워크'가 국회 본청 앞을 찾았습니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1호이지만 아직 국회에선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개헌'을 촉구했습니다.

12월3일 민주화운동 기념일 추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2월3일을 민주화운동 기념일로 정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저녁 국회 앞에서 열리는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 참석할 예정입니다.👉기사보기

클립아트코리아

낮은 곳으로 떠나는 버스

익명의 시민 150여명이 한 뜻을 품고 모인 카톡방 이름은 '비수도권 시위 연대 투쟁버스'입니다. 전국 각지 연대가 필요한 현장을 알리고 함께 버스 타고 갈 동료 시민을 모으는 곳인데요. 지난 6월4일 모두들 새 정부 탄생에 들떠있던 날에도 투쟁버스는 외롭고 정의로운 싸움이 벌어졌던 부산으로 갔습니다.👉기사보기

12·3 내란과 같은 사태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답하는 데 우리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더러운 전쟁'의 실상을 기록한 아르헨티나 실종자위원회의 보고서 제목은 '눈카마스'(Nunca Más)였다. '결단코 다시는' 참상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