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었니?”

8월 27, 2025

2025. 8. 27. 수요일

jks님은 '학창시절 재밌었던 날' 하면 어떤 기억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고등학생 때의 두 장면이 딱 떠오릅니다.

하나는 교실 안에 놀이터를 만들어 폭주하던 날. 친구들과 빈 교실에 들어가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기다란 책상들을 뒤집었습니다. 한쪽 다리를 접고 다른 쪽은 펴니 미끄럼틀이 되더군요. 그 위를 타고 넘으며 소리를 지르고 놀았습니다. 그러나 교실 문이 벌컥 열리며 무서운 선생님이 등장했고, 싹싹 빌며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또 하나는 학교 뒷산 언덕에서의 모험. "탐험 한번 해보자"며 천 따위로 눈을 가리고, 친구가 내미는 손만 잡고 가파른 언덕 경사로를 내려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둑한 저녁에 위험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수능 공부에 짓눌린 여학생들에겐 그만한 에너지 발산이 필요했나 봅니다.

최근 한겨레21 통권호 '슈팅, 차별을 날려버려'(박수진, 류석우, 오세진 기자)를 읽으며 그때의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특히 '소녀들의 학교 운동장은 남의 것'이라는 기사를 읽으며 깨달았습니다. '왜 나는 그 에너지를 남학생들이 풋살하던 공터나 운동장에서 발산할 생각은 못 했던 거지?'

해당 기사에는 기자들이 직접 서울 시내 학교들의 풍경을 확인해보니 남학생 60명이 운동장 한가운데를 뛸 때 여학생 2명은 구석에서 소극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더라는 등의 내용이 나옵니다.

'관성'에 저항하려면 '문제 제기'가 필요하고, 여학생들이 그 방식을 택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흥미로웠던 건 어떤 학교들은 남녀가 반반씩 운동장을 나눠 쓰도록 아예 제도를 마련했는데, 그러자 여학생들도 운동장에 나와 스포츠를 즐겼다고 합니다. 공간을 보장하자 이용자가 생기는 단순한 원리가 작용한 거죠.

돌아보니 저 역시 성인이 돼 즐겨온 운동은 수영, 발레, 댄스스포츠. 어린 시절 사교육 받은 선택지 안에 머물러 있었단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말, 두 딸과 난생처음 축구공을 들고 공원에 갔습니다. '뭐라고 가르치지' 고민했는데 고민할 필요도 없었더군요. 발레학원은 재미없다며 그렇게 짜증 내던 큰딸이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공을 차며 운동장까지 뛰는 겁니다. 운동장에서 10분쯤 뛰다 잠시 물을 먹는 사이 남학생들에게 자리를 뺏기자, 둘째 딸은 대성통곡을 하기도 했지만요.

저희 남편은 메시도, 호날두도 아니지만 그냥 즐거워서 매주 풋살을 합니다. 여학생들도 설사 풋살에 '탁월성'이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지금보다 많이 즐겨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이번 한겨레21호를 사서 지인들에게 선물하려고 합니다. jks님의 삶도 이 기사들을 통해 조금씩 변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연합

1. 첫 만남의 성적표🔗

첫 한-미 정상회담이란 큰 숙제를 끝낸 이재명 대통령은 한숨을 돌렸는데요. 기대 이상의 신뢰를 쌓았단 성과도 있지만, 민감한 현안은 미뤘단 아쉬움도 나옵니다.

2. 돈 쓰고 속 타는 현대차🔗

이번 정상회담에 맞춰 현대차는 미국 투자 규모를 210억달러에서 260억달러로 늘렸는데요. 앞서 합의한 자동차 15% 관세 인하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3. 제미나이 답변 값은?🔗

구글이 AI가 질문을 처리하는 비용을 공개했습니다. 질문 1개당 전자레인지 1초 분량이라는데요. 정작 이미지·영상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비용은 빠졌습니다.

4. 더울수록 빨리 늙는다🔗

대만 성인 2만5000명의 15년치 자료를 분석했더니, 에어컨 없이 생활하거나 야외에서 일하면 노화 속도가 빨라졌는데요. 고령화 국가에 주는 시사점이 큽니다.

5. 반탄 대표의 숙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앞장서 반대한 장동혁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가 됐습니다. 첫 일성으로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릴 것"이란 장 대표가 '내란 척결'을 내건 정부 여당과 협치를 이뤄낼 수 있을까요?(국회사진기자단)

83년 만에 뭍으로

어제(26일)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해저탄광에서 발견된 유골입니다. 그제 사람 뼈로 추정되는 유골 3점에 이어 추가로 두개골 뼈가 발견된 건데요. 1942년 이곳에서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다 수몰된 조선인 136명과 일본인 47명의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해 수색이 한창인 현장을 가봤습니다.👉기사보기

택시 구독료 월 4900원

이젠 택시도 OTT처럼 구독해 타셔야겠습니다. 국내 택시 호출 플랫폼 1·2위인 카카오모빌리티와 우버택시가 나란히 월 4900원 구독형 멤버십을 출시했습니다. 신규 이용자를 잡기 위해 다양한 혜택도 내놓았는데요. 택시업계 반응은 엇갈립니다.👉기사보기

생존을 위한 위로

홀로코스트 생존자 프리모 레비는 끝내 죄책감에 스스로 숨졌습니다. 삼풍·세월호·이태원… 한국에서 일어난 참사 생존자들 역시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데요. 이들에게 필요한 건 "살아서 다행이야"란 섣부른 위로가 아닌 일상의 안부입니다.👉로그인하고 읽기

증오는 구조악을 답습한다. 팬티 바람으로 조사를 거부하며 발버둥 치는 윤석열이나 '아무것도 아닌 사람' 주제에 브이제로(V0) 행세를 한 김건희를 누구보다 신랄하게 조롱하고 증오하면서도, 권력에 기대 뭐라도 한자리 맡아볼까 싶어 기웃거리는 일부 엘리트들의 행태는 구차스럽다. 권력에 유착해 이권을 얻는 시스템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분노한 사람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