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자 보자기

쾌적하게 보기   Ι   구독하기 2025. 9. 19. 금요일 솔솔바람이 부네요. 드디어 가을인가 봅니다. 요즘 짬짬이 주행 중인 드라마가 있어요. 넷플릭스의 '은중과 상연'이요. 육퇴 뒤 하루에 1∼2화씩 아껴 보는데, 일시정지했다 되돌려 보는 순간도 있는 드라마는 오랜만이에요.  은중과 상연은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질투하고, 동경하면서도 지고 싶지 않은 친구 사이예요.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는 묘한 우정. 둘의 모습을 보면서 제 삶의 어떤 순간들이 겹쳐 보였달까요. 그때 그 순간 나와 상대의 마음을 알아챘든 아니었든 말이죠. 제일 먼저 떠오른 장면은 '연필'이었어요. 초등학교 5학년에 서울에서 전학 온 친구의 깨끗한 사각 필통 가득 가지런히 놓인 디즈니 연필. 깔끔하게 포니테일 머리를 하고 서울말을 하는 그 아이에게서 나는 좋은 냄새 앞에서 제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공부까지 잘하는 그 친구를 선생님도 편애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자꾸 비틀어져 텃세 부리며 못되게 굴기도 했어요. 학년이 올라가 친해진 뒤로도 그 친구 집에서 놀고 집에 돌아가는 길엔 자주 울었던 것 같아요. 학교 갔다 돌아오면 반겨주는 친구 엄마와, 그 엄마가 집에서 직접 만들어준 치킨이나 피자 같은 간식에 마음이 자꾸만 쪼그라들었어요. 아무도 없는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이 왜 그렇게 서럽던지…. 그런데 저 역시 그 친구에게 상처였던 순간이 있었다는 걸, 성인이 돼서야 알았어요. 스무살 넘어 서울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나는 5학년 때 일은 떠올리고 싶지 않아. 그때 힘들었거든. 늘 친구들에 둘러싸인 니가 부러웠고." 그 아이도 나를 질투한 순간이 있을 거란 건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처음으로 "그때 내가 미안했어" 사과하면서도, 마냥 싫지만은 않은 묘한 기분이었어요. 고작 스무살이었으니까요.  나이 먹으면 달라지려나 했는데… 마흔을 넘긴 지금도 자주 찌질한 제 마음을 마주하곤 해요. 응어리진 상처가 자격지심이 돼 되레 남을 찌를 때도 있고요. 열두살·스무살의 나와 다른 게 있다면, 그런 마음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거예요. 나도 상대도 완벽한 존재가 아니고, 누구나 다 찌질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편안해졌달까요. 내게도, 그들에게도요. 그래서인지 이 드라마를 더 소중하게 음미하며 보게 되는 것 같아요. 40년 치 내 마음을 찬찬히 응시하듯이요. 야호, 퇴근만 기다리는 금요일이 왔네요. jks님, 이주의 찌질함과는 쿨하게 화해하고 '너그러운 불금' 맞으시길…! 엠비엔 유튜브 채널 갈무리 1. 王자 보자기🔗 2022년 통일교에서 권성동 의원에게 건넨 1억원 절반은 임금 왕(王)자가 자수된 보자기에 싸여 있었습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후보에게 가는 몫으로 보입니다.  2. 할인 아니고 사기🔗 배달플랫폼의 '1인분 무료 배달' 광고에 혹해서 주문한 적 있나요. 참여연대 등이 이 서비스를 공정위에 신고했습니다. 식당이 가격을 속이라고 유도했답니다.  3. '막장'스토리 작가는🔗 유흥업소에서 일한다는 딸에게 엄마가 활짝 웃으며 "우리 딸~ 돈 많이 받는다며? 생활비 좀 보태줘"라는 sns 만화, 인공지능이 그렸습니다. 성매매를 알선하는 만화도 있지만 당국의 제재가 쉽지 않습니다.  4. '빌라왕' 후예들🔗 수도권에서 임차인 306명으로부터 보증금 693억원을 빼앗은 일당 71명이 붙잡혔습니다. '빌라왕' 사기와 달리 매수자 명의를 빌리는 '바지 집주인' 수법입니다.  5. 고양이 이사 대작전🔗 제주 최대 아파트 재건축 예정지는 760세대의 인간이 떠나고 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100여마리의 길냥이는 여전히 이곳을 보금자리로 삼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동물구조팀이 포획틀을 설치하고 고양이 이사 작전에 나섰습니다.  AFP 연합 황금 마차 나가신다 17일(현지시각)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트럼프 미 대통령과 영국 찰스 3세가 아일랜드 국가 마차를 타고 윈저성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성에 도착한 트럼프는 말 120필과 근위대 3개 연대의 경례를 받았으며, 축구장 절반 길이의 테이블에서 식사했습니다. 윈저성 밖에서는 5천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습니다.👉기사보기 연합뉴스   롯데카드 297만명 정보 유출 18일 롯데카드가 해킹 사고로 인한 고객 정보 유출을 사과했습니다. 최초 발생 후 무려 한달 만입니다. 빠져나간 고객 정보는 297만명, 전체 회원의 3분의 1입니다. 28만명은 카드번호만이 아니라 보안코드(CVC), 비밀번호 두자리까지 해커 손에 넘어갔습니다. jks님의 정보가 유출되었는지 확인하려면요.👉기사보기 tvN   프로다운 게 뭐죠 예원(가명)씨는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해오는 직장 선배를 성추행으로 신고했습니다. 조사과정에서 "'프로(페셔널)'답게 의사 표현을 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뒤 구토 등 탈수 증상으로 입원까지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고발 과정에서 '2차 가해'를 당하지만 피해를 인정받기는 어렵습니다.👉로그인하고 읽기 이 말을 바꾸고 싶은 건 '탈북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었을 텐데, 그게 말의 문제인가? 정말 '탈'이라는 발음이 별로라서 그런가? 어떤 이름으로 부르느냐는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북녘에서 온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세상도 바꾸고, 말도 바꾸면 되지 않겠냐고? 현실을 바꾸지 않은 채 말만 너무 아름답게 하면, 그걸 '호도'라고 한다. 감추거나 덮어 버리거나. 👉[말글살이]북향민 공유하기게시하기웹에서 보기 jks님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Ι   지난 레터 보기 한겨레 daily@hani.co.kr 서울시 마포구 효창목길 6 1566-9595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