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았어

9월 25, 2025

2025. 9. 25. 목요일

"힘을 빼고 해야지"

타고난 몸치인 저는 학창 시절 체육시간에 선생님에게 '힘을 빼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뜀틀을 뛰거나 농구 레이업슛을 하기 전부터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니 제대로 된 동작이 나올 리 없죠. 성인이 돼서 군대에서 유격훈련이나 사격을 할 때도, 헬스장에 가서도 비슷한 말을 수없이 들었습니다.

이런 '저질 몸'이 기자 일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습니다. 기사를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으면 어깨부터 손끝까지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더라고요. 몸이 그러니 기사도 자연스레 힘이 들어갑니다. 의욕이 앞서서, 취재한 내용이 아까워서, 확신에 빠질 때 기사에도 힘이 들어갑니다. 강약 조율을 제대로 못한 기사 초고를 보면, 스트라이크 하나 못 던지고 볼만 난사하다 강판당하는 투수가 된 기분입니다.

야구나 골프 등 스포츠 분야에선 '키네마틱 시퀀스(kinematic sequence)'를 중요시합니다. '힘 빼는 것'의 중요성을 뒷받침하는 이론인데 신체의 여러 부분이 순차적으로 움직이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최적의 과정을 찾는 것을 말합니다. 투수를 예로 들면 하체에서 시작해 골반, 몸통, 어깨, 팔을 거쳐 최종적으로 공에 도달하는 과정이 적절한 힘의 배분으로 자연스레 연결되면 강속구나 날카로운 변화구를 던질 수 있죠.

직장생활이 계속되며 저도 저만의 키네마틱 시퀀스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일단 욕심을 내려놓으며 힘을 빼려는 노력을 매일 해봅니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늘 차선이다' '차선을 두려워하지 말자, 낙담하지 말자' 이러한 생각을 되뇌며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습니다.

결과물을 내고 나면 지난일에 발목이 잡히지 않으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요. 매일 조회수라는 성적표가 나오는 한겨레TV '뉴스다이브' 프로그램 구성을 맡으면서 이러한 노력을 부쩍 더 하고 있습니다.

1년간 이어온 제 레터는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여기에 글을 쓸 때마다 '힘을 빼자', '욕심을 버리자'고 다짐했지만 대부분 그러지 못했네요. 독자들의 마음 가운데, 스트라이크존에 던지려 했는데 볼만 남발한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너그럽게 봐주신 jks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작별 인사는 좋아하는 문장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온 흐름 속에 존재하며 우리의 역할은 그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조짐, 움직임이다. 익명의 바통이다. 그리고 그 바통 위에는 '끝나지 않았어'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심보선 '끝나지 않았어' 중)

1. 거리의 혐오, 교실의 위기🔗

중국 동포가 많은 서울 대림동과 명동에서 극우단체의 반중시위가 이어지고 있죠. 거리의 혐오표현에 다치는 건 어른만이 아닌데요. 선생님 한숨도 깊어집니다.

2. 수용번호 '4398'의 등장🔗

어제 김건희씨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40분 만에 끝났는데요. 김씨는 주가조작, 무상 여론조사, 금품수수 관련 3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했습니다. 다음달 15일부터 주 2회씩 본격 재판이 열립니다.(사진공동취재단)

3. 식단 얕보는 의사의 정체🔗

SNS 릴스나 숏츠에서 이런 다이어트 광고 보신 적 있으신가요?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의사가 "살 빼고 싶다면 식단과 운동부터 하지 말라"며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권하는데요. AI가 만든 가짜 의사입니다.

4. 인도인이 LG 찾아온 까닭은...🔗

서울 광화문 LG빌딩 앞 인도인 6명이 영정사진을 들고 앉았습니다. 2020년 인도 비사카파트남의 LG화학 공장에서 발생한 가스 유출 사고 피해자와 가족들인데요. 당시 12명이 숨지고 2만여명이 피해를 입었지만 아직 배상과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네요.

5. "개도국 특별대우 사양할게요"🔗

유엔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밝힌 입장입니다. 특혜만 포기할 뿐 개도국 지위까지 포기하는 건 아니라는데요. 중국의 속내는 뭘까요.

AP 연합

그저 죽음이라고 하기엔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가 문을 연 그날, 총회장 밖에선 특별한 전시가 열렸습니다. 이란 정부의 탄압으로 숨진 사람들의 얼굴들인데요. 한 이란 인권단체(IHR)에 따르면, 올해 이란에서 하루 평균 9건 이상 사형이 집행됐고, 사형은 정치적 탄압 도구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법무부 지휘 산재소송 패소율 83%

노동자는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를 인정하지 않으면 행정 소송을 낼 수 있죠. 최근 3년7개월간 1심에서 패소한 공단의 반대에도, 법무부가 항소·상고를 강행하라고 지휘한 사건은 18건입니다. 그중 15건은 결국 공단이 졌습니다. 무리한 상소로 피해자 구제만 늦어진 겁니다.👉기사보기

넷플릭스

내가 사랑하는 평범한 그녀

넷플릭스 드라마 '은중과 상연'에서 은중은 뾰족한 상연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친구입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도 재희는 상처 많은 흥수의 비밀을 감싸주는데요. 평범하게 빛나는 배우 김고은의 매력이 추억 속 우리 곁에 있던 친구들을 떠오르게 합니다.👉로그인하고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