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9월 23, 2025

2025. 9. 23. 화요일

지난주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22살 때부터 10년 넘게 영화제 기간에 종종 부산을 갔는데요, 늘 즉흥적으로 움직이곤 했습니다. 숙소도 뒤늦게 찾고, 영화 표도 취소 표를 얼렁뚱땅 구해서 보던 식이었죠.

올해는 달랐습니다. 조금 더 완벽히 놀고 싶어 미리 호텔을 싸게 예약하고 보고 싶던 영화도 예매에 성공했습니다. 같이 가기로 한 친구 ㄱ과 무얼 먹고 어떻게 놀지 계획도 짰습니다. 완벽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ㄱ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 아파서 병원에 들렀다가 오후에 내려오겠다는 말이었죠. 영화 한 편을 보고 나니 오늘은 도저히 못 오겠다는 연락이 왔고, 다음 날은 꼭 오겠다 했지만 끝내 3일 내내 오지 못했습니다.

걱정스러웠지만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2년 전 친구 둘과 떠나기로 했다가 친구들에게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혼자 가게 된 여행이 떠올랐거든요. 쓸쓸했던 그때의 기분이 떠오르면서 앞으로의 일정이 막막해졌습니다.

그때 혼자 부산에 와 있던 친구 ㄴ과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이 닿았습니다. 각자 영화를 보고 저녁에 만나 남포동 꼼장어 골목으로 향했죠. 사실 꼼장어는 제가 좋아하지만 ㄱ이 못 먹어 포기했던 메뉴였습니다. ㄱ에겐 미안했지만 꼼장어는 무척 맛있었습니다.

2차론 근처 건물 꼭대기에 'LP빠'라는 수상쩍은 빨간 전광판이 달린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8층의 LP바 문을 여니 중년 손님들이 발라드를 떼창하고 있었어요. LP바라더니 음악을 신청하는 방식은 손님이 모니터에 띄워진 스트리밍 사이트에 음악 이름을 쳐서 재생목록에 추가하는 방식이었고요. 70대 남자 사장님은 우리를 풋내기 바라보듯 투박하게 대했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들어온 게 맞을까, 어색한 기분이었습니다.

ㄴ은 음악을 추가하려고 모니터 앞으로 갔습니다. 사장님이 저한테 음악 추가할 때 곡 이름을 그냥 누르면 그간 손님들이 쌓은 재생목록이 날아가니 꼭 '재생목록에 추가'를 누르라고 당부했거든요. 근데 ㄴ은 그만 재생 버튼을 눌러버렸고, 나오던 음악이 뚝 끊기며 새 노래가 나왔습니다. 곧바로 사장님은 ㄴ을 째려보며 "그렇게 하면 안 된다!" 화를 냈어요. ㄴ의 표정과 몸은 굳었습니다. 저흰 쫓겨나는 줄 알았어요.

싸해진 분위기도 잠시. 바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갑자기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어요. 민망해하지 말라는 듯요. 그리고 ㄴ이 틀은 일본 음악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죠. 이어서 그분들은 유명 일본 시티팝을 신청했고요, 저도 화답하듯이 좋아하는 일본 시티팝을 틀었습니다.

어느 순간 같이 춤추며 노래하고 있더라고요. 그분들은 얘기를 나눠보니 일본 나고야에서 여행을 오신 부부였어요. 한창 대화를 나눈 뒤 나고야에 여행을 가면 끝내주게 맛있는 장어 덮밥을 사주겠다고 약속하며 헤어졌습니다.

까칠하던 사장님도 우리에게 마음이 풀리신 거 같았어요. LP를 틀어달라고 하니 처음엔 "아들(애들)이 좋아하는 건 없다"고 튕기시더군요. 그래서 좋아하는 1970년대 한국 밴드 이름을 먼저 대니 웃음을 지으며 그 밴드의 LP를 시작으로 온갖 LP를 틀어주시기 시작했어요. 사장님의 옛날얘기를 곁들여 계속해 나오는 술과 안주 때문에 저희는 앉은뱅이가 돼버렸고, 결국 새벽 1시가 넘어서야 그곳을 나오게 됐습니다.

ㄱ은 토요일에도 미안해하는 카톡을 보냈어요. 사실 아쉬워하는 ㄱ에게 미안해서 말은 못했지만, ㄱ이 안 와서 더 뜻밖의 날들을 보냈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세상에는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은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올해 부산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순간들이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1.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한 노동자가 협력업체 냉장고에서 1050원어치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를 꺼내먹어 재판을 받고 있죠. "나도 먹었다"는 동료들 증언이 재판의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2. 남북의 동상이몽🔗

이재명 대통령이 BBC 인터뷰에서 비핵화 전 '북한 핵 동결'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언급했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절대로 핵은 내려놓지 않을 것"이랍니다. 또 한국은 일절 상대하지 않겠다며, 미국엔 대화의 문을 열어뒀습니다.(조선중앙통신 연합)

3. 나이 먹어가는 아이폰 유저🔗

'아이폰은 영포티의 상징'이라는 밈이 유행입니다. 실제로 40대 아이폰 이용자 비중이 작년보다 12%p 올라 31%에 달했는데요. 18~29살 아이폰 이용자는 60%로 4%p 줄었습니다. 특히 남성 이용자의 변화가 눈에 띕니다.(온라인커뮤니티·AI)

4. "환승 체계 탈퇴"🔗

서울 140개 마을버스 업체들의 선언입니다. 현실이 되면 내년부터 마을버스로 갈아탈 때마다 1200원을 꼬박꼬박 내야 합니다. 업체들의 누적된 적자 탓입니다.

5.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해루질하던 노인을 구조하다 숨진 이재석 경사 추모식이 어제 인천 영흥도에서 열렸습니다. 사고 당시 팀장이 현장에 와서 사죄하자 유족은 "징역 살아야 할 사람이 왔다"며 격분했습니다. 여전히 사고 현장에는 해루질하는 사람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추모식인가 부흥회인가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 7만2200석이 가득 찼습니다. 11일 전 피살된 극우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를 추모하려고 미 전역에서 극우·보수 정치세력이 총출동했는데요. '순교'한 찰리 커크의 죽음을 밀알 삼아 극우·보수 정치운동을 부흥하자는 메시지가 쏟아진 현장으로 함께 가보시죠.👉기사보기

위험직무 순직의 3.8배

공무원이 큰 위험을 무릅쓰고 불을 끄거나 사람을 구조하다가 사고를 당해 숨지는 경우 위험직무 순직이 인정됩니다. 지난 10년간 이를 인정받은 소방공무원은 35명이었는데요. 같은 기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관은 134명으로 3.8배 더 많았습니다.👉기사보기

외국인이 아니었다면

몽골 출신 이주노동자 오기나씨는 6년 전 태양광발전 전선을 전신주에 연결하는 작업 중 감전돼 두 팔을 잃었습니다. 회사가 전기 차단 비용 약 50만원을 아끼려다 일어난 사고였는데요. 화상 산재는 한국인 노동자보다 이주노동자에게 8배나 많이 발생하는데, 고통스러운 건 온몸의 통증만은 아닙니다.👉기사보기

개인정보위는 사상 최대 과징금이라고 하지만, 케이티는 에스케이티 해킹사고를 담당한 대형로펌에 자신의 사건도 맡겼다. 에스케이티의 과징금 수준이면 손해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 이 대형 로펌에는 초대 개인정보위원장이 임기를 마친 뒤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