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영 마가’ 메이커

9월 08, 2025

2025. 9. 8. 월요일

jks님은 무기력한 상태를 자주 겪으시나요? 9월까지도 지난한 더위가 물러가지 않고 있어서 그럴까요. 8월 첫째 주 다녀온 휴가 '빨'이 다 빠져서 그럴까요. 유독 지난 2주는 무기력했습니다.

할 건 많은 데 계속 미루기 일쑤였고요, 퇴근하고 나면 아무런 힘이 없어 멍하니 침대에 누워서 휴대전화만 들여다본 날도 많았네요. 집을 청소하는 것도, 건강한 음식으로 저를 돌보는 것도 힘들어서 어지러운 집에서 배달 음식을 먹거나 식사를 건너뛰었던 일도 잦았고요.

무기력은 그 자체로도 파괴적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괴리감이 클수록 더 괴로움을 안기는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선 에너지 넘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부재중 집에 방문한 가스 검침원에게 전화해야 하는 단순한 일을 몇 달째 미루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견딜 수 없달까요. "나 오늘 정말 쓰레기처럼 살았구나…"라고 자책하면서 기분이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죠.

무기력한 건 저뿐만이 아닌 듯싶습니다. 늘 모든 일에 마음을 다하던 친구 ㄱ도 최근 무기력함을 자주 호소했어요. 이유를 알 수 없어서 심리 상담을 다녔다곤 하지만 쉽게 나아지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최근 친구 ㄱ이 읽어보자고 해서 '나는 왜 아무것도 하기 싫을까'란 책을 읽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책인데요, 무기력을 의지 부족이 아닌 뇌의 반응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하며 해법을 찾는 책입니다.

사실 뭐 대단한 해법이랄 건 없었지만요, 여러 차례 무기력한 시기들을 보내며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이 책에 정리돼 있더라고요. 우선 무기력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니, 무기력을 인정하고 무기력의 정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라는 조언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무기력을 없애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면 무기력의 빈도나 지속 시간, 강도는 어땠는지를 평가하라는 겁니다. 이전에는 무기력을 매일 경험하다가, 지금은 일주일 중 무기력을 하루 느끼지 않아도 이전보다 좋아진 것이라는 거죠.

해야 할 일을 미루면 어떤 일을 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쌓이는 '의사결정 피로'가 더해지기 때문에, 그냥 해야 할 일을 빨리 해치워버리는 게 피로를 더는 방법이라는 조언도 있었네요(몰라서 미루는 건 아닙니다만).

책을 덮고 나서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 세대(밀레니얼)에게 무기력함은 떼어낼 수 없는 숙명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요. 우리는 부모 세대보다 저축도 못 하고, 직업적 안정성도 적을 것을 예상하며 자라왔습니다. 그래서 경쟁에서 살아남아 '최고의 노동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해왔고요.

게다가 요즘엔 인스타그램을 켜면 일도, 노는 것도 열정적인 사람들이 끊임없이 등장하잖아요. 이에 뒤지지 않기 위해 많은 이들은 퇴근 후에도 SNS에 전시할 자아를 만들기 위해 찍은 사진을 고르고 편집하는 등 '브랜딩 노동'을 끊임없이 합니다. 그러니 어찌 지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알 수 없는 무기력으로 많은 이들이 심리상담과 정신과에 돈을 쓰는 걸 보며 "이건 사회의 거대한 음모"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도 어쩌겠나요. 살아야 하는걸요. 저를 피로하게 만드는, 끊임없이 착취하는 이 구조를 뒤엎을 힘과 용기는 없으니 앞으로는 소심한 저항을 해보려 합니다.

전혀 다급하지 않은 퇴근 후 메신저는 그냥 못 본 체하고요, 완벽주의자가 되려는 마음일랑 버리고 가끔은 평소 강도보다 느슨하게 일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jks님도 소심한 저항을 펼칠 수 있길 응원합니다.

워룸 X

1. 한국판 '영 마가' 메이커🔗

미 극우진영 '최고 권력'들이 연단에 오르는 '빌드업코리아'가 3년째 국내서 열렸습니다. '한국판 영 마가'를 키우는 이곳에 이민 1.5세대 김민아 대표가 있습니다.

2. 구금 사흘 만에🔗

미국 조지아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에 대한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습니다. 이르면 이번주 정부가 전세기로 이들을 데려오기로 했는데요. 향후 비자 문제가 숙제로 남았습니다.

3. 이 시간만 물 쓰세요🔗

가뭄이 이어진 강릉에서 일부 아파트가 단수를 실시했습니다. 시는 저수율이 10% 미만일 때 단수하기로 했는데요. 어제 오후까지 12%대였지만 자체적으로 단수를 시행한 겁니다. 이대로면 열흘 뒤 시 전체적으로 단수가 진행됩니다.(연합)

4.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이재명 정부 첫 정부조직 개편안이 확정됐습니다. 검찰청은 사라지고 법무부 공소청과 행안부 중수청이 각각 기소와 수사를 맡습니다. 1년 뒤 시행 예정입니다.

5. 그 많던 적립금은 어디로 갔을까🔗

작년 적립금이 100억원 이상 늘어난 사립대 17곳 중 16곳이 올해 등록금을 올렸습니다. 대학들은 적립금 쓸 데가 정해져 있어 등록금 책정과는 무관하단 입장인데요. 내년부턴 적립금 사용 내역을 공개해야 합니다.

AP 연합

'2등 상'을 주목하는 이유

"힌드의 목소리는 전세계가 들을 수 있었지만 아무도 답하지 않은 구조 요청이었다." 지난 6일(현지시각) 제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은사자상을 받은 카우사르 벤 하니야 감독의 소감입니다. '힌드의 목소리'는 이스라엘군 총격 속 구조를 요청하다 숨진 팔레스타인 6살 소녀의 실화 영화입니다.👉기사보기

유괴범죄 10년새 2.5배↑

지난달 말 서울 서대문구에서 20대 남성 3명이 초등학생 유괴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죠. 실제 13살 미만 아이를 유인하거나 강제로 데려가는 유괴 범죄가 2013년 84건에서 2023년 204건으로 약 2.5배 늘었는데요. 경찰의 부실한 초기 대응이 학부모 불안을 키우고 있습니다.👉기사보기

염서정 스튜디오어댑터

힙해진 '할머니 장롱'

다채롭게 빛나는 자연의 색감과 저마다의 의미와 상징을 간직한 전통문양. 요즘 젊은 세대와 외국인에게 힙한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자개 공예의 매력이죠. '할머니 장롱 무늬'였던 자개는 어떻게 K-컬처 굿즈로 재탄생했을까요?👉기사보기

첫 직장으로 구한 카페는 어린이집 시작 시간보다도 더 일찍 출근해야 하는 곳이었다. 아이돌보미를 구해보았지만 대기가 너무 길었다. 어린이집 원장님께 사정을 이야기했고, 정말 감사하게도 30분 일찍 문을 열어주셨다. 우리 아이는 매일 1등으로 등원하고 꼴찌로 하원을 했다. 퇴근길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는 시간, 나는 1분 1초라도 아이에게 일찍 가려고 발을 동동 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