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다이 두 절친

8월 23, 2023

2023. 8. 23. 수요일

최근 며칠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한 남자의 얼굴이 있습니다. 그는 60대이고, 중증 수준의 발달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그를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습니다. 오직 사진으로만 봤을 뿐입니다. 그는 최근 흉기를 들고 집 앞을 돌아다니다가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입니다.

그에겐 최장 7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특수협박' 혐의가 걸려있습니다. 이 사건을 그저 흘러가는 여러 사건·사고 중 하나로 치부하기엔 이것저것 걸리는 게 많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을 고아원에서 보냈습니다. 그러다 '노란완장'을 찬 사람들에게 붙잡혀 형제복지원에 수감돼, 강제 노동과 폭행,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가혹행위를 당했습니다. 그는 운 좋게 주어진 틈을 타 지옥 같은 그곳에서 탈출할 수 있었지만 그뿐이었습니다. 4∼50의 지능지수, 3∼5세의 사회성지수를 가진 그를 거둬줄 곳은 없었으니까요.

그는 극히 기본적인 의사소통만 가능합니다. 읽지도 쓰지도 못합니다. 그탓에 형제복지원을 나온 후에도 농장과 공장 등을 전전하며 무상 노동을 해주고 숙식을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지난해가 돼서야 임대주택에 입주했습니다. 생애 처음 집다운 집에서 살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안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집 앞 골목을 지나가던 오토바이 소리가 화근이 됐습니다. 그는 누가 자신을 괴롭히려 큰 소리를 낸다고 생각해 홧김에 흉기를 들고 집 앞을 나섰습니다. 일반 사람처럼 인과관계를 추론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5분간 인근을 돌아다니다가 별일 없이 집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몇몇 목격자들에 의해 신고가 들어간 상태였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 충분히 공포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경찰은 자택에 있던 그를 긴급체포했습니다. 법원에서 구속영장까지 발부돼 현재 유치장에 있습니다. 이 상태로 검찰에 넘겨지면 그는 구치소로 가야 합니다.

그에 대한 생각을 좀처럼 떨쳐낼 수 없었던 건 이런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읽고 난 후부터였습니다. 그의 불구속 수사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낸 1015명의 시민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의 불운한 삶이 '흉기를 들었다'는 사실 자체를 없었던 일로 만들어 주진 못할 겁니다. 그러나 발달장애와 관련된 행동을, 일반 사람들과 동등한 잣대로 재단해 형사 처벌하는 것을 옳다고만 할 수도 없을 겁니다. 그가 걸어온 지난한 삶이 그의 의지대로 이뤄진 것이 아니듯, 그가 흉기를 든 행위에 범죄를 성립시킬 고의성이 있는지 없는지도 면밀히 따져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현행법(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형사 사법 절차상 여러 권리를 발달장애인에게 보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앞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고 죄 없는 피해자들이 속출했습니다. 국민적 공분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수사기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그가 '엄벌주의'란 이름 아래 과도한 처벌을 받지 않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지독한 국가폭력의 피해자인 그에게, 그보다 더 비극적인 상황은 없을 테니까요.

연합뉴스

1. 친구따라 대법원장🔗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이균용 판사. 보수 성향의 엘리트 판사라고 하는데요. 동료판사들은 그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들어보시죠.

2. D-1, 오염수 방류🔗

일본 정부가 24일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버립니다. 30년 넘게 방류해야 끝난다고 하는데요. 올해는 전체의 2.3%를 버린다고 합니다.

3. 엄마 경찰, 아빠 검찰 수사관🔗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 갑질'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이 있었죠. 알고보니 그 학부모, 대단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4. 10명 중 6명, 팁 못 줘!🔗

카카오T택시가 '감사 팁' 제도를 운영하고 있죠. 일부 빵집과 카페도 팁을 요청하거나 '팁 박스'를 두고 있는데요. jks님은 팁 낼 생각, 있으세요?

5. 마의 2시간 벽 뚫은 V

마라토너 킵초게는 1시간59분40.2초에 42.195㎞를 완주한 적이 있는데요. 이 기록이 어떻게 나왔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기록을 더 단축할 방법도 찾았다고 합니다.

AFP 연합뉴스

유전 막는 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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