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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 2023

2023. 8. 14. 월요일

다음은 한 기사의 제목입니다. '"마치 검투사가 검을 뽑는 것 같았다"는 한동훈 형광펜 뭐길래'.

도대체 그 형광펜이 뭐길래 기사까지 썼을까 싶어서 한번 읽어봤습니다. 그런데 정작 형광펜 브랜드보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페이퍼를 보며 형광펜으로 줄을 치고 있었다는데, 그 모습을 본 여권 관계자가 "형광펜 뚜껑을 열 때 마치 검투사가 검을 뽑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는 부분입니다.

여권 관계자의 표현이 다소 과장스럽긴 하나 그는 확실히 투기장의 투사 같아 보입니다. 야당 의원과 질문·답변을 주고받을 때 지나치게 날이 서 있기 때문입니다. 한바탕 '싸울 결심'을 하고 들어 온 사람 마냥 투지가 불타오른다고 할까요.

임은정 검사는 한 장관이 국회 상임위에 출석할 때마다 화를 내는 이유에 대해 이런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검사시절) 책임을 묻고 책임을 추궁하던 입장에서 책임을 추궁당하면 열 받죠. 나는 질문하는 사람이지 질문받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 마음 속은 한 장관 본인만이 알고 있겠죠.

'투사 한동훈'을 이해하기 위해 거꾸로 '한동훈의 투사'를 떠올려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심리학적 개념인 '투사(projection)'는 개인의 태도나 특성의 원인을 다른 사람이나 외부환경에 돌리는 방어기제를 뜻합니다. 야당으로부터 어떤 지적을 받은 한 장관이 내탓 또는 우리 정부 탓이 아니라, 이건 전 정부 또는 야당 탓이라고 책임을 돌리는 식의 장면들을 많이 보셨을 텐데, 이런 것들을 일종의 투사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야당에 맞서는 그의 주된 방어기제 중 하나가 투사인 것처럼 보입니다.

투사 개념에 따르면 이기적인 사람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은, 실은 자기가 이기적이라는 걸 인정하기 싫어하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전 정부와 야당에 강한 반감을 표출하는 한 장관도 그들과 닮은 면모를 갖고 있을 수 있고, 그렇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할 수 있는 셈이죠. 권력의 속성과 본질이 보수 다르고 진보 다를 리 없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 같기도 합니다.

투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투사를 하니까요. 단지 그것이 과할 때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럴 땐 한발짝 떨어져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작업이 필요한데, 한 장관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를 '무오류'의 존재라고 여기는 검찰 특유의 사고방식을 생각한다면 글쎄요. 그는 끊임없이 투사하고, 그것이 다시 그를 투사로 만드는 악순환만 지속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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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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