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억원짜리 애물단지

11월 13, 2025

2025. 11. 13. 목

11월도 허리를 통과하고 있네요. 오늘은 제주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정확히 말하면 12년 전, 서른 두살의 제 이야기요. 여러 번 언급했듯이 전 충청지역 일간지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어요. 입사한 지 딱 만 2년이 되던 해 가을에 첫 직장을 그만뒀고요.

사표 내는 이유로 이런저런 넋두리를 했지만, 다 핑계였던 것 같아요. 사실 그때 전 번아웃 상태였어요. 2년 동안 '절벽에 매달린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버텼거든요. 다시 서울로 가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야생마'처럼 날뛰며 몸도 마음도 혹사한 거죠.

미친 사람처럼 취재하고 퇴근하면 매일 우는 날이 이어지니 더는 버틸 자신이 없더라고요. "더 늦기 전에 신입 도전을 다시 해보겠다"고 주변에 말했지만, 사실 그냥 도망친 거였어요.

생각보다 후회는 진짜 빨리 찾아오더라고요. 부모님께 상의도 없이 사표를 쓴 터라 고향에 내려가기도 뭣했어요.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거 보니 속은 타들어 가고, 그래도 자존심은 있어 무르진 못하겠고.

그때 제주 이모집에서 보이던 '섶섬' 모습이 떠올랐어요. 맥락도 없이 저랑 13살 터울인 막내이모에게 전화해 "나 이모집 창고방에서 몇달 살아도 될까?"했더니 쿨하게 "그래라"해주더라고요.

옷가지만 챙겨 제주에 가니 이모집 창고방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고 침대엔 예쁘고 폭신폭신한 새 이불이 깔려 있었어요. 방 작은 창문으론 한라산이 보이고, 거실 베란다에선 '섶섬'이 가깝게 보였죠. 그 순간 뭐랄까, '에라 모르겠다' 안심이 되더라고요.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밑도 끝도 없는 그런 거요.

그 뒤론 자신을 '섶섬지기'라 명명해놓고 '동네 한량'으로 지냈어요. 이모네 식구들 다 출근·등교하고 나면 맥주 한캔 사 들고 바닷가로 나가 '섬멍'을 하다가, 김밥 한 줄 사러 1시간 거리 시내까지 걸어갔다가 오고, 동네 구석구석 나무랑 꽃이랑 돌들 바라보다 시도 쓰고.

새벽에 일어나 동네 오름에 올라 멀리 한라산에 소원도 빌어보고, 올레길 따라 걷다가 해녀가 딴 성게 안주에 낮술도 마셔보고, 학교 갔다 온 중학생 사촌 동생이랑 태풍 지나간 하늘 좇아 달려도 봤어요.

그러다 문득 몹시 불안할 땐 이모·이모부랑 새벽까지 술을 퍼마셨는데, 그때 이모부가 그러시더라고요. "원래 마흔까지는 실패하는 게 정상이야. 그니까 더 실패하고 더 고민해도 돼. 그래도 괜찮아"라고요. 그 말이 어찌나 힘이 되던지….

그래서인지 전 요즘도 가끔 버겁고 지칠 때면 제주를 떠올려요. 욕심쟁이에 찌질하던 나를 쿨하고 넉넉하게 품어준, '섶섬' 보이는 제주 그 집을요. 어느덧 마흔, 저도 누군가에겐 그런 집이, 어른이 되면 좋겠는데….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그런 큰 꿈을 꿔보며, 오늘도 힘차게 하루를 시작해봅니다.

1. '에너지 혁명가'의 조언🔗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우루과이가 10년 만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90%대로 늘렸습니다. '유엔 기후총회'에서 만난 우루과이 전 에너지장관에게 비결을 물었습니다.

2. 너무 위험한 제주 새벽배송🔗

사흘 전 제주에서 새벽배송을 하던 30대 쿠팡 택배기사가 교통사고로 숨졌습니다. 그는 하루 평균 300개 이상 물품을 배송하며 주 6일 연속 야간노동을 했습니다. 노동시간은 주 83.4시간. 극단적으로 과로한 배경엔 열악한 '섬 배송' 관행이 있습니다.

3. 위고비를 이겨야 산다🔗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 열풍에 헬스장 트레이너들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운동에 투자하는 회원이 줄어 매출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만치료제 복용과 요요현상 유경험자를 겨냥한 마케팅까지 등장했습니다.

4. "어린이 표적이 가장 비싸..."🔗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에서 서방 관광객이 돈을 주고 사라예보 시민 저격을 '체험'한 '인간사냥 관광'사건. 30여년 만에 이탈리아 밀라노 검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오랫동안 증거를 수집해온 밀라노 작가가 검찰에 자료를 제출하며 고발했습니다.(로이터 연합)

5. 공문 보낸 공무원은요?🔗

정부가 12·3 내란에 참여·협조한 공직자를 전면 점검하기로 했죠. 꼭 필요한 조사지만 공무원들은 모호한 기준과 악용 가능성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내 이름은 빅트리

'못생긴 나무가 마을을 지킨다'는 속담처럼 이 '나무'도 '창원의 상징'을 꿈꿨습니다. 경남 창원시 대상공원에 세운 높이 40m 건축물 '빅트리' 얘긴데요. "너무 못생겼다"는 시민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달 정식 개관도 미뤘습니다. 혈세 344억원 들인 애물단지를 좋게 바꿀 방법이 없을지 창원시가 고민 중입니다.👉기사보기

7년 만 '최다 응시'

오늘 수능 응시자는 모두 55만4174명입니다. 2019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습니다. 올해 n수생은 줄었지만, 출생아가 유독 많았던 '황금돼지띠'(2007년생)가 현재 고3이기 때문입니다. 수험생과 수험생 가족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기사보기

마음을 붙잡은 한줄

jks님 서울 광화문 지날 때 교보빌딩에 걸린 글판 본 적 있으신가요? 따뜻한 시 구절에 걸음을 멈춘 분들 많을 텐데요. 지난 35년간 걸린 광화문 글판 117편 중 어떤 글이 최고였는지 시민들에게 물어봤습니다.👉기사보기

은근슬쩍 감춰둔 취향을 자랑하는 자리였기에 지현이의 선곡은 더욱 뜬금없었다. 제목은 지민주의 '세상에 지지 말아요'. "좀 더 뾰족하게 싸워요. 좀 더 예민하게 세상을 봐요. 불편하게 느껴지면 세상을 바꿀 이유 거기에 있죠~" (노래 중) 익숙한 민중가요와는 달리 밝고 세련된 느낌이었지만 메시지는 여전히 묵직했다. 요즘 어린 세대들, '임을 위한 행진곡'도 모른다는데 이런 노래는 대체 어디서 배워온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