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르다, 사진 그만 봐야지

6월 05, 2023

2023. 6. 5. 월요일

러시아 서남부 벨고로트는 우크라이나 북부 하르키우와 마주보고 있는 국경 지역입니다. 벨고로트시에서 수도 모스크바까지는 600km나 떨어져 있지만 우크라이나 국경까지는 차로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벨고로트 시민들은 쇼핑을 하러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로 놀러가곤 했다고 합니다. 국경 너머로 친척을 둔 이들도 많고요. 우크라이나 전역을 향한 러시아의 공습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달부터 벨고로트 지역에 대한 소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5월22일 러시아 당국은 정부에 반대하는 러시아 시민들로 이뤄진 러시아 자원병 부대(RVC), 러시아 해방부대(RFL)가 국경을 넘어 벨고로트를 공격해왔다면서 이는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고의적 파괴행위)라고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인 지난해 3월부터 우크라이나가 이 지역의 연료 저장시설, 철로, 탄약저장고 등을 공격했다고 주장합니다. 우크라이나는 반러 민병단체의 소행이라며 책임을 부인합니다.

벨고로트 지역에서 지난 수주 동안 민간인 주거지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사상자(사망자+부상자)도 수십명에 이른다고 알려졌습니다. 수도, 전기가 끊기고 상점이 문을 닫는 등 일상이 마비됐습니다. 수천명 시민들이 피란을 떠났습니다. 벨고로트 국경 도시는 '유령 마을'이 돼 버렸습니다.

벨고로트의 잔혹한 풍경에서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이와 비슷하거나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전역에서 열다섯달 넘게 계속되고 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지난 5월에만 러시아는 키이우 민간인 주거지를 향해 최소 17차례 미사일, 드론 공습을 퍼부었습니다.

거의 매일 미사일 경보가 울리고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대피소로 달려갑니다. 죽고 다치는 사람이 속출한다는 사실은 이제 깜짝 놀랄 일이 아닙니다. 유엔 고등인권판무관실이 정확히 확인한 것만 따져도 4월9일 기준 이번 전쟁에서 민간인이 최소 8490명이 죽고, 1만4244명이 다쳤습니다.

우크리아나 국경 넘어 벨고로트 주민들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이건 그냥 무슨 '코미디'나 다름없어요."

📢6일 화요일 H:730은 쉽니다. 7일 수요일 아침 7시30분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