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느린 생각

1월 17, 2025

2025. 1. 17. 금요일

12월29일 일요일 아침. 오전 보고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스마트폰 액정 화면에 한 줄 속보가 들어왔습니다. [1보] 무안공항서 항공기 활주로 이탈해 충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활주로 이탈'이라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착륙하다 좀더 미끄러진 뒤 울타리에 살짝 부딪힌 거 아닌가, 정도로 생각하면서요.

상황은 점점 공포스럽게 변했습니다. 심상치 않은 기체 충돌 사진, 탑승객이 유서처럼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 사망자 수는 멈추지 않고 늘어났습니다.

항공당국이 있는 국토교통부를 맡고있는 터라, 담당 실·국·과장에게 번갈아 전화를 돌렸는데 다들 허둥지둥인 상태였습니다. "상황을 파악해봐야 한다"며 다들 출근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전 11시40분부터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브리핑을 챙겼는데, 당시엔 국토부에서도 "조사관들이 도착했다.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말 외에는 알려줄 수 있는 정보조차 없었습니다.

이후 버드 스트라이크부터 동체착륙, 메이데이, 고어라운드 등 쏟아지는 정보와 다섯 번의 브리핑에 치이다 청사 밖에 나오니 밤 11시였습니다. 힘들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는데 막막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조사에 착수해 원인을 규명하는 최종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길면 3년은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에 더욱 답답했던 것 같습니다. 유족들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원인 규명이 이뤄져야 진정한 애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몇번의 참사를 거치며 배웠기 때문입니다.

참사 후 약 보름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인 박한신씨는 "유가족들은 아직 왜 가족들이 비참한 죽음에 내몰렸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며 국회와 정부에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당부했습니다. 그는 "오늘이 동생의 두 번째 발인인데 왔다"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듣고도 '두 번째 발인'이라는 처음 듣는 이 표현이 무슨 의미인지 바로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항공기에서 동생의 추가 유해를 찾게 되면서, 이미 치른 장례를 한 번 더 치른 겁니다. 갑작스러운 죽음과 장례는 한 번으로도 고될 텐데, 두 번 장례를 치르는 유족의 마음을 감히 헤아리기도 어려울 뿐입니다.

그저 취재하고 기사 쓰는 일로서 유족들이 충분히 애도할 수 있도록, 조약돌이라도 얹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UPI 연합뉴스

1. 아직 1단계…불안한 행복🔗

가자 지구를 파괴한 전쟁이 15개월 만에 멈춥니다. "고통받았지만 살아남았다"고 주민들은 기뻐하는데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합의는 딱 여기까집니다.

2. 생각보다 느린 생각🔗

인간 뇌는 아주 강력해서 정보를 매우 빠르게 처리한다고 알려졌죠. 아니었습니다. 생각의 속도는 엄청 느렸는데요. 오히려 와이파이가 수백만배 빨랐습니다.

3. 윤석열이 민주주의에 기여한 것🔗

직장인 김민정씨가 헌법을 손으로 옮겨쓴 노트입니다. "깨어있는 시민이 되기 위해" 필사를 시작했다는데요. 헌법, 현대사, 정치학을 공부하라고 시민 등을 떠민 건 모두가 아는 그 사람입니다.

4. 2년은 '당근' 마세요🔗

앞으로 직원가로 싸게 산 자동차·가전제품은 적어도 2년 뒤 되파는 게 좋겠습니다. 일찍 팔았다가 걸리면 세금을 내야 하는데요. 그게 얼마 정도냐면요.

5. 오늘은 과장님 모시는 날🔗

저연차 직원들이 일주일, 한 달에 한 번씩 돈을 모아 간부들 밥을 사야 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뭐 그런 데가 다 있냐고요? 공무원 5명 중 1명이 겪은 일입니다.

AFP 연합뉴스

내가 더 빨리 갈 거야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스페이스X의 주력 로켓, 팰컨9이 지나간 자리입니다. 달 착륙선을 실은 팰컨9이 15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를 이륙해 무사히 궤도에 진입했는데요. 경쟁사인 블루오리진도 이튿날 대형로켓 뉴글렌을 쏘아 올렸습니다.👉기사보기

해커스 과징금 5억원

'이 가격 오늘 마감' '마감 하루 전'이라는 광고에 혹한 적 있으신가요? 할인 마감이라는 거짓 광고를 6년간 해온 온라인 강의 업체들이 적발됐습니다. 해커스인강의 챔프스터디는 5억원, 메가패스의 메가스터디는 2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내야 합니다.👉기사보기

못 찍을 줄 알았지?

그제, 어제 종일 본 사진이죠.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체포된 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들어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뒤통수가 정확히 찍혔는데요. 경호처의 방해로 딱 1대의 카메라에만 포착된 '1000분의 1초', 그 순간으로 가보시죠.👉기사보기

'애국'의 반대가 '매국'일 텐데, 대놓고 '매국'이 자신의 신념이라 말하는 사람은 없다. 나라를 팔아먹는 마음을 권장할 수 없어서 그런지 '매국심' 같은 말도 없다. 그렇다면 '애국심' 정도는 같은 의미로 쓴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 사랑한다는 '국가'에 어떤 도덕적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확연히 갈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