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

1월 07, 2025

2025. 1. 7. 화요일

무슨 말로 이 편지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12월29일 그 시간, 저는 상복을 입고 장례식장에 앉아 있었습니다. 습관처럼 전국부 단톡방을 바라보다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무안공항 풀밭 넘어 불길에 휩싸인 비행기를 보는 순간 다시 시간이 멈추는듯했습니다. 거대한 비극에서 도망치려 서둘러 단톡방을 나왔습니다. 181명분의 고통과 아픔이 한꺼번에 나를 덮치는 것만 같았습니다.

12월27일 저녁, 아버님은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다음 날 온 가족이 청주에 모여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하루 앞당겨 아버님을 병원 안치실에서 만나게 될지 꿈에도 몰랐습니다. 엄마 다리 수술에 내란사태까지 이어져 두 달 만에 할아버지댁에서 자고 오는 것이라, 7살 아이도 할아버지도 손꼽아 재회를 기다리던 참이었습니다. 갑작스레 "할아버지가 하늘나라에 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는 제 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습니다.

우리 아버님은 매일 아침·저녁 같은 시간 전화를 하셨습니다. 손자 이름을 부른 뒤 꼭 "엄마는?"이라며 아들보다 며느리 안부를 묻는 시아버지였습니다. 그것이 부담스럽다며 툴툴대던 때도 없지 않았습니다. 환하게 웃는 영정 속 아버님 얼굴을 보는 순간, 이제 다시는 그 전화가 오지 않는다는 현실이 저를 때렸습니다. 미치고 환장할 것 같다는 말의 뜻을 그제야 알 것 같았습니다.

경조 휴가가 끝난 어제, 8일 만에 제주항공 참사와 마주했습니다. 뉴스레터 마감을 앞두고 더 도망칠 수도 없었습니다. 지난 기사들을 읽어내려가다 김혜윤 기자가 참사 다음 날 무안공항 사고현장에서 찍은 여객기 파편 사진을 보았습니다. 처참한 순간의 흔적이 곧장 심장에 아프게 박혔습니다. 희생자들의 고통과 유가족들의 참담함이 활주로에 나뒹구는 것만 같았습니다.

희생자 주검 인도 절차가 거의 마무리 된 어제 아침, 유가족 대표는 정부 관계자들에게 "고생 많았다"며 머리를 숙였습니다. 끝 모를 고통 속에서도 "고맙다" 인사하는 유가족들을 보며 '인간의 존엄'을 떠올렸습니다. 그것이, 우리 모두를 끝내 내팽개치지 않고 어루만지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제주항공 참사로 가족을 잃은 모든 유가족에게 아픔을 함께하겠다는 뒤늦은 위로를 전합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이들의 삶과 죽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이런 말밖엔 할 수 없어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연합뉴스

1.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

무기징역형을 살던 김신혜씨가 25년간 해온 말인데요. 재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이 유죄로 판단해 복역 중인 무기수가 풀려난 건 처음입니다.

2. 비결? 전화를 끊게 하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40%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극우세력, 국민의힘은 '여론은 우리 편'이라며 반겼는데요. 민심과 다른 숫자는 어떻게 나온 걸까요?

3. 의사에게 장애인다움이란🔗

청각장애인은 음성을 텍스트로 바꿔주는 앱으로 대화를 나누곤 하는데요. 병원에서 이 앱을 썼다가 "기분이 나쁘다"는 소릴 들은 청각장애인이 있습니다.

4. 쓸 돈이 없거든요🔗

제값 주고 폰을 사는 사람만 '호갱'이 되는 걸 막기 위해 시행됐던 단통법이 10년 만에 폐지됩니다. 보조금 폭탄을 기대해도 되냐고요? 업계 얘기로는요.

5. 두 동우회를 하나로🔗

계파 갈등은 정치권에만 있을까요? 우리은행에서도 26년째 이어지고 있는데요. "밥도 같이 안 먹는다"는 말까지 나오자 '회장님'이 특단의 대책을 내놨습니다.

EPA 연합뉴스

1월의 크리스마스

5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부서진 건물 지붕에서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산타는 26살 오마르입니다. 전쟁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뒤 의족을 한 오마르는 정교회 성탄절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사랑과 기쁨을 전했습니다.

월 1조8869억원

건강보험 혜택이 없어 환자가 비용을 모두 내야 하는 진료를 '비급여 진료'라 하죠. 지난해 3월 한달간 비급여 진료비만 1조8869억원에 달했는데요. 환자에게 가장 부담을 주는 3대 진료는 이겁니다.👉기사보기

바리스타의 바람

중증 장애인이 일하는 카페 'I got everything'. 2016년 정부세종청사 1호점을 시작으로 지금은 전국에 103개 지점이 운영 중인데요. 7년차 바리스타인 김다정씨의 꿈은요.👉기사보기

41살 건강했던 아들을 지키지 못한 아비는 남은 생애를 죄인으로 살아야 합니다. 갑자기 남편을 잃고, 아버지를 잃은 며느리와 네 손자들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아들은 일을 시작한 지 몇주 만에 체중이 10㎏이나 빠지고 무릎이 닳아 없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꼈습니다. 14개월을 밤을 꼬박 새워가며 일을 하다 쿠팡에 끝내 '개같이 뛰고 있다'는 말까지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