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앓는 명절후유증

1월 23, 2025

2025. 1. 23. 목요일

jks님은 어떤 악기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첼로를 좋아합니다. 대학 시절 셔틀버스 안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을 들었던 그 순간 마음을 빼앗겼지요.

유복함과는 거리가 먼 환경에서 자란 터라 학창 시절에는 감히 악기 연주를 꿈꾸기 어려웠고, 입사 초기에는 부서 선배와 회사 근처 첼로학원을 찾아 동반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궤도에 이르지 못한 채 멈춰 연주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꿈은 지금도 유효하기에 그 첼로는 여전히 작은 집 한쪽에 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후 마음속에 품은 꿈과 달리 악기와는 거리가 먼 일상을 살던 저는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새로운 기회들을 만났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우쿨렐레를 배웠거든요. 작은 손으로 뚱땅거리는 현의 음색이 좋았습니다. 우쿨렐레에서 아빠의 오래된 기타로 관심을 옮긴 아이는 몇 년을 자기 방에서 혼자 연습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수리하러 간 악기점의 사장님은 정성껏 손을 봐주시고는 한계가 있으니 쓸 만큼 쓰다가 너의 악기를 장만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자신의 결핍을 자식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은 보호자의 조급함과는 달리 오래된 기타를 그대로 메고 악기점을 나선 아이는 드디어 지난 주말, 자신의 기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청해왔습니다.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낙원상가를 찾아갔습니다.

자신의 첫 기타를 등에 멘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저는 프랑스의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이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중산층의 기준으로 제시했다던 몇 가지를 떠올렸습니다.

-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할 것
-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할 것
-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할 것
- 근사하게 대접할 수 있는 요리 실력
- '공분'에 의연히 참여할 것
-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

금전적 자산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 우리나라의 통상적인 중산층 기준에는 부족하지만, 1970년대 프랑스 사회의 중산층 기준은 대부분 충족시키고 있다고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특히나 "'공분'에 의연히 참여할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아주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중산층의 기준들을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 교육에도 열심히 임해야 하니 바쁜 게 당연하구나 싶더라고요.

그러니 지치지 않기 위해서 새해에는 기분 좋은 쉼표도 곳곳에 만들어야겠습니다. 먼지 쌓인 첼로를 올해에는 다시 시작해볼 생각인데요, 실행에 옮기게 되면 레터를 통해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연합뉴스

1. 명절엔 기후정책도 쉽니다🔗

jks님은 설에 뭐 타고 고향 가시나요? 정부는 올해도 고속도로 통행료를 안 받기로 했는데요. 승용차 이용자에겐 좋은 소식이지만, 지구에게도 그럴까요?

2. 밈코인 대하는 맘🔗

인터넷 밈이나 캐릭터를 살린 가상자산 밈코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가 발행한 밈코인 '오피셜 트럼프'가 한국에서도 거래 중인데요. 조심하셔야겠습니다. 비트코인과도 또 다릅니다.

3. 아님 말고…권성동의 가짜뉴스🔗

극우 유튜버를 대안언론이라 추앙한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번엔 문형배 헌법재판관과 이재명 대표의 친분설을 꺼냈는데요. 헌재 반박에 곧 말을 주워담았습니다.

4. 지구생물 무게 〈 인공물 무게🔗

벽돌처럼 인간이 만든 인공물의 현재 총량은 1조3000억t. 지구 생물 총량(1조1000억t)을 넘어섰는데요. 지구에 가장 많은 인공물, 로그인하고 확인해보세요.

5. 당장 빼야 하는 필터 list🔗

공기청정기 필터를 갈 때 정품보다 저렴한 호환용 필터를 사기도 하는데요. 8개 제품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됐던 유해물질이 나왔습니다. 명단은 이렇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호텔 삼킨 불

검게 그을려 있는 이곳은 튀르키예 볼루산맥의 스키 리조트 호텔입니다. 21일(현지시각) 새벽 불이 나 최소 76명이 숨졌는데요. 161개 객실 중 일부가 절벽 쪽에 있어서 화재 진압에 어려움이 컸다고 합니다.👉기사보기

올해 의사 269명

의사 국시시험에 합격해 의사 면허를 딴 사람은 매년 3000명 정도였는데요. 올해는 269명뿐입니다. 정부와 의료계 갈등으로 의대생들이 대거 휴학한 결과인데, 피해는 환자들 몫입니다.👉기사보기

지리산 담비네 겨울

힘차게 눈밭을 뛰어다니는 이들은 지리산국립공원에 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담비 가족입니다. 지난해 국립공원공단의 무인 카메라에 찍힌 영상인데요. 무등산·소백산·팔공산에서 하늘다람쥐를 사냥하는 긴점박이올빼미, 싸우는 두 노루, 볼일 보는 삵도 만나보세요.👉기사보기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시위대에 의해 처참하게 망가진 다음날이었다. 후속 영상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더욱 참담한 오전 시간을 보냈다. 동료 판사들과의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평소에 쉽게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는 요즘이지만, 설마 법원이 습격당할 줄이야. 판사실로 가는 스크린도어를 부수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아다니는 영상을 보고 온 판사들은 누구 하나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평상시와 다름없는 밥상이었지만 아무도 밥숟갈을 들지 않아, 깊은 침묵만이 우리를 감쌌다.

👉[왜냐면] 참담한 법원 습격…"그렇지만" 말 뒤에 숨은 그들의 본심

jks님 혹시 N잡러를 꿈꾸진 않으세요? 진로를 탐색하거나 자격증 공부를 하며 성장하고 싶은 구독자님들을 위해 한겨레교육의 인생전환솔루션 '내일공작소' 수강권을 준비했습니다. 숲해설가 자격 입문반(8회), 죽음의 바느질 클럽(3회), 일머리 단력 워크숍(7회)과 같은 다양한 강의 중 하나를 골라 들으실 수 있습니다. 팀 H:730에 좋은 의견을 주신 분들 중 1명을 추첨해 드릴게요. 23일(목) 저녁 9시까지 피드백을 받고, 24일(금) 당첨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항상 출근길 메이트로 한겨레 H:730을 구독하고있는 30대 독자입니다. 알차게 요약된 브리핑을 읽다가 흥미가 생기는 기사들을 눌러 본문을 몰입해 읽다보면 편도 1시간40분이나 걸리는 머나먼 서울 출근길을 보람차게 보낸 기분이 들어요. 가끔은 이걸 무료로 읽어도 되나 싶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건 에디터 레터입니다. 브리핑을 읽기전 간질간질 거리면서도 몰입할수있는 도입부를 만들어주시는것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재밌어요.

😄오늘은 유독 '기댈 무게'가 조금 느껴지는 레터네요. 복도로 나가면 공격 당한 '헌법'이 보이는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점거 당한 대로변이 출근길이기도 한데요. '그래도 희망'이 담긴 시를 읽고 돌과 청동상과 피와 고수에 대한 글을 쭉 내려 읽다가 잠시 잊혀진 '의료대란'에 멈춰서게 되었습니다. 계엄과 폭동으로 자꾸만 뒤로 밀리는 '큰따옴표'들을 H:730이 계속해서 다뤄주세요.

😊에디터 레터 쓰시는 기자분은 어떻게 선정되는지 궁금합니다. 메일을 열자마자 보이는 에필로그와 같은 글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두운 면은 뉴스만으로도 넘쳐나서 에필로그는 밝은 글로 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시험 공부하며 매일 반복되는 쳇바퀴같은 일상에서 한겨레의 뉴스레터로 아침을 엽니다. 저는 책상 앞에서 평범하고 때로는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하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때로는 절망적이고 슬픈 소식도 들려오고 때로는 마음에 희망이 차오르는 소식도 들려오고. 우울하고 무기력하다가도 그럴 때마다 용기가 생기곤 합니다 한겨레 덕분에 작은 방에서 공부하면서도 넓은 바깥 세상의 일에 귀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늘 한결같이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이프에게 H:730에서 보내준 레터 글귀나 기사를 소개해주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위로가 되는 시를 공유하는 따뜻한 하루가 되었습니다. 감사드려요.

😎온열안대 당첨자는 👉7492👉0845👉1141👉25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