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퍼포머, 색자
쾌적하게 보기 Ι 구독하기 2025. 3. 31. 월요일 휴대전화 사진첩이 다시 꽃과 나무 사진으로 채워집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출근길에 찍은 산수유나 홍매화 사진을 보내면 '어머니세요?'라고 답이 오지만 꿋꿋이 보냅니다. 20대 초반부터 봄이 오면 캠퍼스에 핀 자목련과 벚꽃에 감탄하며 사진 찍기 바빴다고 해명해봅니다. 좋고 예쁜 걸 보면 함께 보고 좋았으면 하는 마음도 여전하고요.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마음도 일렁이는데, 믿기지 않게 까맣게 타버린 산등성이를 보면서 마냥 기뻐하기가 힘든 요즘입니다.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비를 기다렸던 날들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화마' 앞에 인간은 도리 없이 기우제를 지낼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도 새삼 깨닫고요. 산불 피해가 시작된 경북 의성은 딱 한 번 가보았습니다. 몇 년 전 '지방소멸'의 대표 격인 곳으로 기획 취재 때문에 찾았던 곳이었는데, 특히 화재로 기사에도 자주 나온 신평면에서 여러 어르신을 만났던 기억이 납니다. "젊은이가 왜 없어? 여기 있잖아"라며 '58살 젊은이'를 가리켰던 어르신의 멘트가 재밌어 기사에도 빠트리지 않았었고요. 떠날 때 한사코 마다해도 고장의 명물인 마늘을 쥐여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산불이 지나간 지역에서도 싹을 틔운 의성 마늘밭 사진을 보면서 그럼에도 기어코 봄이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함께 밭을 일궈야겠지요. 저의 에디터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화면 너머 이 글을 읽으며 출근하는 분들에게 따뜻하면서도 힘이 되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때로는 너무 시시콜콜하거나 혼자 분기탱천하기도 했던 것 같아 아쉬움도 남습니다. 주말이 끝난 뒤 힘겨운 월요일이지만, 길가에 핀 봄꽃 한번 볼 수 있는 작은 쉼표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1. 아직도 주민번호 뒷자리가 '1'인 이유🔗 트랜스젠더 퍼포머, 색자가 자신의 삶을 담은 1인 연극을 무대에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