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우려먹을 것인가

쾌적하게 보기   Ι   구독하기 2025. 3. 21. 금요일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인기입니다. 지인들에게 '폭싹 속았수다'가 제주도 방언으로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라는 뜻이라고 말해주니 놀라더군요. 남자 주인공 관식(박보검)이 여자 주인공 애순(아이유)에게 '엄청 속았다'라는 뜻인 줄 알았다나요. 하긴 '속았다'라는 말은 '육지' 사람들이 딱 오해하기 쉬운 말이지요. 제주도에서는 보통 "폭싹 속아신게(예)" 혹은 "폭싹 속안(마씸)"으로 말합니다. '~예', '~마씸'은 상대를 높일 때 씁니다. 제가 제주도 출신이거든요. 드라마 배경이 제주도이고, 애순의 첫 아이(금명)가 오빠 또래여서 더 몰입감이 큰 것 같습니다. 우리 부모님도 집안 형편상 국민학교(초등학교)만 졸업했고, 이른 나이에 밭일 등을 다니다가 스무살 즈음에 결혼했거든요. 가끔 "한창 젊을 때는 하루 한 끼만 먹고 새벽부터 밤까지 일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더 먹먹해지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청춘을 살라 먹고 그렇게 우리 4남매가 자란 거구나, 싶어서요. 부모님의 아픈 무릎이 가슴을 후벼 팝니다. 제주도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우리 동네에서 4년제 대학을 모두 졸업한 이는 우리 4남매밖에 없거든요. 아버지의 부재(할아버지 두 분 모두 4·3으로 돌아가심)로 이어가지 못한 학업의 뜻을 자식들이 이뤄주기를 바라신 거지요. '폭싹 속았수다'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사람 혼자 못 산다이. 고찌(같이) 글라(가자), 고찌 가. 고찌 글민(가면) 백리 길도 십리 된다." 애순이 힘든 시기가 올 때마다 이웃집 사람들이 몰래 돕거든요. 제 어릴 적을 돌아보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집안 제사 때마다 '삼춘들'이 와서 도와주셨거든요.(제주도에서는 친인척 뿐만 아니라 이웃집 어른들, 부모님 친구분들 모두를 "삼춘"으로 부릅니다.) 어머니도 삼춘들 제삿집에 가서 그렇게 도와주시고 오시고는 했습니다. 남의 제삿날은 어찌 그리 잘 기억하시는지. 그래서 남의 집에 수저가 몇 개 있는지도 다 알고 계셨던 것 같네요. 밤 12시가 넘어 제사가 끝나면 언니, 오빠와 함께 제사 음식을 동네방네 다 나르고는 했습니다. 진짜 귀신 나올까 봐 무서웠습니다. 요즘 보면 어머니는 삼춘들에게 텃밭에서 기른 감자, 무, 대파 등을 나눠 주시고 당근 등을 대신 받아옵니다. 제주도 '괸당' 문화는 이렇게 형성된 것도 같습니다. 비극적 역사를 다 함께 겪고 난 뒤 공동체 의식이 더 끈끈해진 것도 같습니다. '폭싹 속았수다'의 영어 제목은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이라고 하네요. 미국 철학자 엘버트 허버드(1856∼1915)가 남긴 명언에서 따온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살다가 레몬이 생기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를 변용한 표현이라고 합니다. '레몬(Lemons)'을 드라마 내용에 맞게 제주도 '귤(Tangerines)'로 바꾼 거지요. 삶이 쓰디 쓰더라도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말라는 뜻을 함축한 것 같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살면 살아진다"라는 대사가 반복해서 나오는 이유겠지요.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따뜻한 방구석에 앉아 까먹었던 귤은 진짜 맛있었거든요. 제주도에서 보내온, 지난겨울 마지막으로 수확한 귤을 까먹으면서 드라마를 보는데 눈물이 펑펑 났습니다. 귤은 왜 그리도 맛있는지, 드라마 내용은 왜 그리도 절절한지. 오늘은 올해 귤농사를 준비 중이신 제주도 부모님께 전화를 해서 수다나 한참 떨어볼까 합니다. '폭싹 속았던' 그분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볼까 하네요. 늘 하던 "사랑해~"라는 말도 잊지 않고요. 이만 총총. 연합뉴스 1. 그래서 얼마나 더 내는데?🔗 18년 만에 바뀌는 국민연금. 중요한 건 얼마를 더 내고, 얼마를 받느냐겠죠. 월급 300만원인 사람은 보험료가 6만원 오릅니다. 더 알아야 할 내용도 살펴보세요. 2. "나 해충 아닌데..."🔗 서울시가 러브버그와 동양하루살이를 '생활불쾌곤충'이라며 해충으로 낙인찍었습니다. 시의회는 방제를 위한 조례까지 만들었는데요. 생태계엔 이로운 곤충인데, 사람이 불쾌하다고 죽여도 되는 걸까요? 3. 연타 맞는 시장님🔗 오늘도 오세훈 서울시장 소식입니다. 어제 검찰이 오 시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했죠. 그의 측근과 명태균씨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한 정황이 여럿 나왔습니다. 4. 눈 뜨고 코 배민🔗 지난주 배달의민족이 포장 주문에 수수료 6.8%를 받기로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었는데요. 이 포장 수수료로 배민이 가져갈 추정 수익이 어마어마합니다. 5. 얼마나 우려먹을 것인가🔗 왠지 건강한 느낌에 커피보다 차 드시는 분도 많죠. 미국에서 찻잎이 물에 들어있는 중금속을 제거한단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중금속을 잘 거르는 차는요. 시대 앞서가는 종이신문 평범한 외국 신문처럼 보이죠? 이탈리아 일간지 일폴리오가 18일(현지시각) 발행한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신문 '일폴리오AI'입니다. 기사 작성부터 제목 다는 것까지 모두 인공지능이 맡았다는데요. 이 신문을 읽어본 가디언의 평가는 어땠냐면요.👉기사보기 58번째 행복한 나라 세계 행복의 날인 어제 유엔이 공개한 '세계 행복 보고서 2025'에서 한국이 작년보다 5단계 내려간 58위를 기록했습니다. 가장 행복한 나라는 8년 연속으로 핀란드가 차지했는데요. 이걸 더 많이 하는 사람이 삶의 만족도가 더 높았습니다.👉기사보기 살인범 된 13살 아들 교실에 혐오가 물처럼 자연스럽게 흐르게 된 것.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닌가 봅니다. 여성과 사회에 대한 증오를 키우는 영국의 10대 남성 문화를 다룬 '소년의 시간'이 넷플릭스 전 세계 1위에 올랐는데요. 도파민은 없고 숨이 턱턱 막힌답니다.👉기사보기 보안성 강한 메신저로 연락을 달라기에 그렇게 했더니, 생뚱맞게 '제보료를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언론 윤리에 위배된다"며 거절하니 "기본이 안 돼 있다"며 몽니를 부리기까지 했다. 끝까지 거절하자 한동안 답이 없던 그가 메시지 하나를 보냈다. 👉[슬기로운 기자생활] 계엄을 견디게 해준 네가지 용기 다들 목이 빠져라 '파면' 기다리고 계시죠? H:730이 jks님과 함께 힘내기 위해 자매지 휘클리와 같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 설문조사인데요. 만약 새로 대통령이 뽑힌다면, 뭐부터 해야 할까요? jks님이 바라는 세계는 어떤 모습인가요? 1분만 시간 내서 바람을 들려주세요. 좋은 의견을 남겨준 5명을 추첨해 봄을 닮은 예쁜 돗자리를 선물할게요!👉설문조사 하러 가기 응모 마감 다음주 화요일(3월25일) 낮 12시 당첨자 발표 다음주 금요일(3월28일) 아침 7시30분 공유하기게시하기웹에서 보기 jks님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Ι   지난 레터 보기 한겨레 daily@hani.co.kr 서울시 마포구 효창목길 6 1566-9595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