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다리 건너지 마오

3월 13, 2025

2025. 3. 13. 목요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과거의 나를 이해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왜 일을 미루지 말고 좀 더 부지런히 끝내놓지 않았는지, 안 그러기로 다짐해놓고 피곤하다고 또 왜 가족에게 짜증냈는지, 다이어트를 한다더니 밤에 야식은 왜 먹었는지 등등. 저는 특히 현재의 내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특히 더 그런 증세를 보이곤 해요.

그런 저에게 최근 연달아 본 영화들은 저 자신을 바깥에서 보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져주었어요. DNA 기술을 활용해 격주로 '최고 버전의 나'의 신체로 살아볼 수 있게 된 여배우의 이야기를 담은 '서브스턴스', 그리고 자신의 클론을 마주하게 된 우주 영토 이민자가 주인공인 '미키17'가 그 영화들입니다.

'서브스턴스'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젊은 신체인 '수'로 살아볼 수 있게 되자 더없이 행복해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이 들고 은퇴한 진짜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할 때는 거울조차 보기 싫어지죠. 그러다 보니 수로 살아갈 때도 엘리자베스를 혐오하게 됩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명심해야 할 문구로 "당신은 하나다"가 몇 번이고 강조되지만, 서로를 미워하게 된 엘리자베스와 수가 대립하게 되면서부터는 의미 없는 문장이 됩니다.

반면 '미키17'에서 미키17이 만난 자신의 클론 미키18은 처음부터 달가운 존재가 아닙니다. 같은 기억과 시간을 공유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들의 성격은 판이하게 달라요. 오류가 생겼기 때문에 실수로 한 공간에 존재하게 되지만 사실은 함께 있어선 안 되는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 둘은 유대감을 가집니다. 집단의 생체실험으로 16번의 죽음을 겪고도 타인에게서는 "죽는 건 어떤 느낌이야?"라는 무례한 질문을 받아야 했던 미키17에게, 미키18은 '살아있어선 안 되지만, 유일하게 나를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나'입니다.

두 영화의 배경 모두 특수 상황이라 현실과는 차이가 있지만, 저 자신의 현실과 가장 맞닿아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나를 가장 미워하는 것도, 나를 가장 사랑하는 것도 나 자신인 것 같거든요. 스스로를 미워하기 시작하면 한없이 절망에 빠지게 할 수 있고, 마음만 먹는다면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도 저 자신인 것 같아요.

매일 한뼘쯤은 나를 사랑하는 시간과 나를 공감하는 시간을 더 늘려보려 합니다. 엘리자베스나 미키와 달리 저는 최고 버전의 나 자신을 경험할 수도, 기억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은 클론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요.

주어진 단 한 번의 시간을 더 아끼고 싶다는 결론으로 간다면 너무 교훈적인 결론일까요? 한순간의 욕망에 못 이겨 야식을 먹어버린 나 자신을 용서하고 싶다는 주절거림이 너무 길었네요. jks님도 어제보다 더 사랑스러운 나로 오늘을 보내시길 빌어봅니다.

1. 도지사님은 D등급🔗

울퉁불퉁 휜 다리는 충북 제천 청풍교입니다. 정밀진단에서 '안전 미흡'(D등급)을 받아 철거가 결정됐는데요. 여길 고쳐 세계명소로 만들겠단 도지사가 있습니다.

2. 오늘이라도 정하길🔗

윤석열 대통령 탄핵재판 절차를 끝낸 헌재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대급으로 고민하는 시간이 긴데요. 전문가는 나쁘지 않은 시그널이라고 말합니다.

3. 끝까지 벌주고 말겠어🔗

채상병 순직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다 항명죄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무죄를 선고받았죠. 근데 군검찰이 또 항소했는데요. '사령관 항명죄'에 '장관 항명죄'까지 얹었습니다.

4. 화이트데이엔 레고꽃을🔗

전 세계적으로 장난감 시장도 불황인데요. 덴마크 회사 레고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해리 포터, 스타워즈, 포뮬러1 같은 시리즈가 인기였는데요. 새로운 여성 고객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건 이 제품이었대요.

5. 유산세와 유산취득세의 차이🔗

지금은 배우자와 자녀 2명이 20억원을 물려받으면, 상속세 1억3000만원을 내야 하는데요. 앞으론 세금 한 푼 안 내게 될지도 모릅니다. 정부 덕분입니다.

KF94가 어딨더라

모든 걸 집어삼킬 듯 다가오는 모래폭풍과 다급하게 빠져나가는 차량들. 영화가 아닙니다. 10일(현지시각) 중국 내몽골에서 찍힌 영상인데요. 초속 30m가 넘는 황사폭풍에 교통도 통제됐습니다. 미세먼지 수치를 폭발시키는 황사는 내일까지 한국에도 영향을 준대요.👉기사보기

노인 10명 중 1명, 치매

내년이면 국내 치매 환자가 100만명을 넘어섭니다. 이미 2023년 기준으로 65살 이상 노인의 9.25%가 치매 환자라는데요. 노인 10명 중 3명은 치매보다 덜 심한 이 질병을 앓고 있대요.👉기사보기

그린 안 한 그린보트

"온실가스를 내뿜는 호화 크루즈 여행"이라고 비판받았던 환경재단의 프로그램 그린보트가 끝이 났습니다. 환경을 공부하려고 크루즈에 올랐던 탑승객은 밤마다 벌어진 술판과 댄스파티, 카지노 게임에 놀랐다는데요.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이거였대요.👉기사보기

오늘 만난 황 할머니도 조 할머니도 모두 발가락 끝에 큼지막이 노란 꽃이 자라났다. 무좀 꽃이다. 하는 일은 방문진료지만 가끔 아티스트가 될 때가 있다. 거창하게 얘기하면 조각가 혹은 네일아티스트쯤 된다. 하지만 내가 하는 작업은 네일숍이 아니라 노인의 안방에서 이루어진다. 조각가 앞에 대리석 덩어리가 있다면 내 앞엔 노인의 발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