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못 잡는 티에프

7월 26, 2024

2024. 7. 26. 금요일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기사를 쓰면서 자주 듣는 피드백입니다. 비슷한 결로 "그래서 A 때문에 지금 B가 됐다는 거야? 그런데 C는 왜 써놓은 거야?"도 있습니다.

기자의 문장은 날카롭게 핵심을 찔러야 한다는데, 저는 늘 황희 정승처럼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는데, '요런' 지점도 있다'는 식으로 기사를 썼던 것 같아요. 선배들로부터 지적을 받으면 "아 그런데 B가 완전히 A 때문이라고 하기는 애매해서…" "이렇게 저렇게 엮어보면 C도 연관이 있긴 해서…"라고 말끝을 흐리며 답했습니다.

요즘은 이게 제 '취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고 심지어 '요런' 의견도 있습니다. 제가 잘 정리해봤으니 한번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라는 말을 독자들에게 건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어요. 기자로서의 자질이 좀 부족한 것 같기도 한데, 이게 제 취향이라면 어쩌겠나 싶기도 하고요.

거칠한 질감의 지면 대신에 '뉴스레터'라는 형식을 통해 jks님께 편지를 쓰는 일은 그래서 즐거웠습니다. 물론 완전히 즐겁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내일은 또 뭘 써야 하나, 내 인생에 이렇게 흥미로운 일이 없었던가, 자괴감에 빠지는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사로는 쓰지 못할, 나아가 기사와는 전혀 무관한, 무디고 벙벙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기대 못 한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피드백이라는 이름의 답장을 받는 일이 그랬습니다. 마감에 치여 급하게 날려 쓴 편지에 평소보다 많은 답장이 올 때면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날카롭게' 요약하자면, 아주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jks님께도 제 편지를 읽는 시간이 작은 즐거움이었다면 좋겠습니다.

눈치채셨을까요? 이 편지는 제가 드리는 마지막 편지예요.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제가 쓴 기사를 발견하고 조금 반가워해 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아니어도 크게 섭섭해 하지는 않겠습니다!) 요란한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오늘도 평안하고 무탈한 하루를 보내시길요.

정말 마지막으로, 지난 주말에 읽은 책의 한 부분을 옮깁니다. "다른 인간 존재들을 "그들"이 아니라 "우리 가운데 하나"로 보게 하는 이 과정은, 낯선 사람들이 어떠한지에 대한 상세한 서술의 문제이자 우리 자신들은 어떠한지에 대한 재서술의 문제이다. 이것은 이론의 과제가 아니라, 민속지, 저널리스트의 보고, 만화책, 다큐드라마, 그리고 특히 소설의 과제이다."(리처드 로티,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

날카로움과 무딤 사이에서 '우리'를 '서술'하는 일을 열심히 고민해보겠습니다.

📣H:730은 7월29일~8월2일 쉬어 갑니다. 8월5일 월요일 아침 7시30분에 찾아뵙겠습니다.

연합뉴스

1. 미국 가려던 1400만원이 묶였다🔗

정부가 티몬·위메프를 조사중입니다. 이들이 판매대금을 정산하지 못해 피해보는 소비자가 없게 하겠단 건데요. 그래도 불안한 소비자들은 본사로 몰려들었습니다.

2. 교직원은 유급, 노동자는 무급🔗

성공회대가 여름방학을 맞아 '에코집중휴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절감과 교직원의 자기계발을 위해 2주간 학교를 셧다운 하는 건데요. 학생도, 청소노동자도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3. 결혼하세요? 100만원 챙기세요🔗

세금 제도가 달라집니다. 25년 만에 상속세 부담이 대폭 줄어드는데요. 상관 없는 얘기라고요? jks님에게 도움될 만한 혜택을 따로 정리했습니다.

4. 코카인이 왜 거기서 나와🔗

브라질 뾰족코상어 13마리의 몸에서 마약이 검출됐습니다. 사람들이 버린 코카인이 브라질 바다로 흘러들어 간 거로 보이는데요. 어류, 갑각류와 같은 다른 해양 동물은 괜찮을까요?

5. '나 진짜 죽을 것 같애'🔗

며칠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31살 경찰이 남긴 마지막 말입니다. 8년간 순경에서 경위까지 초고속 승진한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추적해봤습니다.

마지막 세대가 되기 전에

25일 '마지막세대'(Letzte Generation)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주황색 조끼를 입고 앉아있는 곳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활주로입니다. 이들은 "석유가 목숨을 빼앗는다"고 외쳤는데요. 이 시위로 항공기 운항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생계급여 76만5444원

내년에 1인 가구가 한 달에 받는 최대 생계급여가 월 76만5444원으로 정해졌습니다. 생계급여는 국민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중위소득(전체 가구 중 정중앙 사람의 소득)의 32% 이하인 가구에 지급되는데요. 내년엔 생계급여 대상자가 7만명 넘게 늘어납니다.👉기사보기

이중섭의 '해초와 아이들'. 광주시립미술관

명작여행을 떠나요~

무더운 여름, 시원한 미술관 여행은 어떠신가요? 광주에선 이중섭과 천경자의 그림을, 부산에서는 거장 로버트 카파의 원작 사진을 볼 수 있는데요. 여름 휴가 때 가볼 만한 전국의 명작 전시를 한 데 모았습니다.👉기사보기

행정관이 깜빡 잊어서 디올백 반납을 못했다거나, 검찰이 소환을 한 것인지 소환을 당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뉴스들은 너무 비현실적이라 가끔은 이 모두가 어디선가 꾸며낸 우화인 것처럼 몽롱하게 느껴진다. 뇌가 없는 허수아비, 심장이 없어 사랑을 못 느낀다는 양철나무꾼, 용기없는 사자 같은 일당이 강아지를 데리고 있는 한 소녀와 함께 마법사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는 얘기 정도가 대충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