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에 긁힌 인류

쾌적하게 보기   Ι   구독하기 2025. 2. 25. 화요일 초심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jks님은 무엇을 떠올리시나요? 저는 닭볶음탕을 생각합니다. 아직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지 않아 '하리꼬미(밤새 경찰서를 돌며 취재한다는 뜻의 언론계 은어) 교육'이 존재하던 저의 수습기자 시절엔 경찰서 로비에 앉아 소위 '기삿거리'가 될만한 민원인이 없나 하염없이 기다리는 게 업무 중 하나였는데요. 그러다가 연이 닿게 된 술집을 운영하시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저의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할아버지가 투병 중이라 홀로 작은 술집을 꾸리시던 할머니는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날벼락을 맞고 경찰서에 오게 되셨습니다. 의심도 하지 못했던 젊은 남자 손님들이 알고보니 주민등록증을 도용한 미성년자였던 겁니다. 그들은 막상 경찰의 단속이 들어오자 "주인이 주민등록증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떠넘겼다고 해요. 당장 남편 약값에다가 생계 유지마저 힘든 할머니에겐 벌금도 벅찬데 술집 운영 2달 정지 처분이 사망 선고같이 들리셨다고 했습니다. 그 당시에나 지금에나 대단한 뉴스는 아닙니다. 자격이 안되는데 음주를 즐기다 책임을 전가하고 내빼는 철없는 청소년들과 낙담한 자영업자의 스토리는 누구에게나 익숙하니까요. 하지만 그때는 왠지 모를 정의감에 넘쳐 더 열심히 취재하고 열심히 썼던 것 같아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초짜 티가 나는 기자를 잡고 하소연하신 할머니의 눈물이 설익은 의협심을 자극했었나 봅니다.  다행히 사건·사고가 많지 않았던 시기를 잘 타서 기사는 예상보다 반향이 컸고, 방송사에서 연달아 보도를 따라와 준 덕분에 할머니의 상황은 참작됐습니다. 벌금과 처분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며 너무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하신 할머니는 "줄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맛있는 닭볶음탕이라도 해주고 싶으니 한 번 들러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결국 닭볶음탕은 먹으러 가지 못했지만, 그날의 전율은 아직도 기억합니다. 아주 작지만 제가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후 최초로 기사를 통해 이뤄낼 수 있었던 변화였거든요.  연차가 높아져 가고 점점 '대단한 뉴스'를 취재하게 되는 요즘, 누군가 초심을 이야기하면 저는 아직도 먹으러가지 못했던 그때의 닭볶음탕을 생각합니다. 수습기자 생활이 여유가 없었던 건 맞지만, 주말에라도 시간 내어 밥 한 끼도 챙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그럼에도 할머니네 식당에 가지 않았던 이유는, 고마운 마음을 어떤 보답이 아니라 그 마음 자체로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두고두고 따스하게 기억할 수 있는 고마운 마음. 그 이후 어떤 굵직한 정치와 재계, 법조 취재를 하면서도 대체재를 발견하지 못한, 아직까지 기자로서의 저를 움직이는 가장 소중한 동력입니다. 📣뉴스레터 서비스 스티비의 알 수 없는 오류로 발송이 늦었습니다. 원인이 파악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구독자님들께 사과드립니다. 1. 인류학자에 긁힌 인류🔗 공구방송하는 슈블리맘, 대치동 고슴도치맘, 무당 백두장군까지, 이수지의 패러디 연기가 예술인데요. 사람을 연구하는 '유튜브 인류학자'의 계보, 따라가 보시죠. 2. 43% vs 44%…그보다 중요한 것🔗 월급의 몇 %나 노후에 국민연금으로 돌려받을까. 이 어려운 문제를 두고 여야가 거의 합의까지 갔다가 다시 갈라졌는데요. 이 제도가 막판 걸림돌이 됐습니다.     3. 워킹맘이네? 비싸게 팔아야지🔗 쿠팡 같은 기업은 jks님의 장바구니 품목, 구매빈도, 제품정렬 방식을 파악하고 맞춤형 가격을 제시하는데요. 합리적일까요? AI가 장난칠 수도 있습니다.  4. "저소득층 아이, 고소득층 자제"🔗 부모 소득에 따라 자녀를 차별적으로 표현한 이 말, 오세훈 서울시장이 했습니다. 어쩌다 실수한 거 아니냐고요? 4년 전에도 똑같이 말한 적이 있습니다.('탁현민의 더 뷰티풀')  5. 무신앙의 자유, 존중하세요🔗 '기독교 교양수업' 2개를 들어야 졸업할 수 있는 기독교대학이 있습니다. 학교는 "건학이념을 이어가는 종교교육"이라고 했지만, 인권위는 이렇게 권고했습니다. AP 연합뉴스 성공한 메르켈의 라이벌 왼쪽 두 번째에서 박수치는 사람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독민주당 대표입니다. 23일(현지시각) 치러진 연방의회 총선에서 보수정당 기민당과 기독사회당이 연합해 제1당을 차지하자, 기뻐하고 있는 건데요. 다음 독일 총리로 유력한 메르츠는 이런 사람이래요.👉기사보기  검사 8명의 서명 '여론조사업체 PNR 압수수색 필요성'.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들여다본 창원지검 수사팀이 작성한 보고서입니다. 여기엔 평검사가 8명이나 서명했는데요. 매우 이례적인 연서명의 이유는요.👉기사보기 MH 세대의 탄생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준비하는 10대를 극우 집단이 열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MH 세대는 '일베' 같은 커뮤니티를 드나들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조롱을 학습한 '무현 세대'를 뜻하는데요. MH 세대에게 극우 활동은 그냥 놀이라고 해요.👉기사보기 녹조 독소가 검출된 주민 중 절반이 재채기와 눈의 자극 증상을 호소했고, 콧물, 코막힘, 후각 이상이 뒤를 이었다. 녹조로 덮인 낙동강을 바라보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우울감까지 느낀다는 주민도 있었다. 녹조는 주민들의 몸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병들게 하고 있었다. 👉[왜냐면] 정부의 '낙동강 녹조 독소' 안일한 인식  공유하기게시하기웹에서 보기 jks님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Ι   지난 레터 보기 한겨레 daily@hani.co.kr 서울시 마포구 효창목길 6 1566-9595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