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탕 끓이는 민주주의

7월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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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7. 23. 수요일

친애하는 jks님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한겨레 경제산업부 이재호 기자입니다. 산업팀에서 산업·통상·자동차·석유·화학·조선·철강 등의 분야를 맡아 취재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동료의 '에디터 레터'를 눈팅만 하던 제게도 "맡아줄래요?"하고 제안이 왔을 때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은근히 제 차례를 기다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동료들이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직업인 '기자'가 되지만, 저는 오롯하게 일기와 편지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글쟁이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기 때문입니다.

파스텔 톤의 두툼한 편지지에 사각거리는 볼펜으로 마음을 꾹꾹 눌러 담는 편지를 주고 받는 일을 좋아합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손글을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줄어간다지만 여전히 종이에 새겨진 글 읽기를 선호합니다.

여러분의 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편지는 무엇입니까? 저는 망설임 없이 20대 군 복무시절 군사우편으로 고향 집에 부쳤던 '어머니 전상서'를 꼽겠습니다.

열병 같았던 사춘기를 세게 앓고 대학에 갔던 아들이 2년 동안 강원도 최전방으로 간다 하니 슬퍼하시는 어머니께 약속을 했습니다. "어머니, 제가 매주 편지 쓸게요. 100통만 쓰면 저는 집에 옵니다."

2008년 당시 군 복무 기간이 한 달 남짓 줄어 100통을 꼭 채우지는 못했지만 약속대로 매주 편지를 써서 어머님께 보냈습니다. 가족과의 추억이나 제가 얼마나 가족을 사랑하는지, 군대를 전역하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썼던 것 같습니다.

군대를 전역하고 몇 년이 흘러 고향 집에서 우연히 어머니 전상서들이 꽂혀 있는 파일을 발견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펼쳐 본 파일에 몇몇 편지는 글씨가 사라져 있었습니다. 수성 잉크로 쓴 글씨가 어머니의 눈물에 젖어 증발해 버린 것이지요. 먹먹해진 마음에 눈물을 삼켰습니다. 온도나 채도는 다르겠지만 여러분도 비슷한 기억들을 안고 살아가겠지요.

아내에게 청혼하며 썼던 손 편지도 생각이 납니다. "결혼으로 우리의 사랑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은 영원히 불완전하고 깨지기 쉬움을 잊지 않고, 가족을 살피며 겸손하게 살겠다" 약속했습니다. 서울의 어느 높은 곳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건넨 편지를 읽은 아내는 감사하게도 청혼을 받아주었지요.

문득 편지는 '뒷모습'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의 앞모습은 화장이나, 웃음, 과장된 표정으로 꾸며낼 수 있지만 뒷모습까지 꾸며내긴 어렵거든요. 오늘 하루 누구에게 우리의 뒷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이상 이재호 기자의 '편지에 관한 편지'였습니다. 다음 편지도 기다려 주실 거죠?

연합뉴스

1. 거기 아무도 없나요🔗

폭우가 덮친 경남 산청, 87살 ㄱ씨는 홀로 물길을 헤쳐 윗동네로 피했습니다. 앞서 지자체는 재난취약층에 조력자 1명씩 배치하기로 했지만 '사람'이 부족합니다.

2. 75만명 인사 책임자의 막말🔗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 검증에 대해 "도덕성 가지고 시비 붙는 건 진짜 멍청한 것"이라 말한 이분. 국가공무원 75만명 인사를 책임지는 최동석 신임 인사혁신처장입니다. 그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은 '기획된 사건'이라 주장했습니다.(연합뉴스)

3. 생태 타워 vs 생태 파괴 타워🔗

제주 보존 자원인 가시딸기와 희귀식물인 새우난초 군락지가 있는 서귀포 수산곶자왈.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아열대 산림 기후를 모니터링하려고 여기에 철제 구조물인 관측망을 세울 계획인데요. 환경단체가 반대합니다.

4. 교육 격차 사회🔗

코로나19로 떨어진 학업 성취 수준이 회복되고 있지만 지역 격차는 여전합니다. 작년 대도시와 읍면 지역 학생의 학업성취도 격차가 재작년보다 커졌습니다.

5. 잔인함의 극치🔗

가자지구에서 65명이 또 숨졌습니다. 전세계 28개국과 유럽연합은 "전쟁과 비인도적 살해를 멈추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 이후 식량배급소로 몰린 주민들에게 총을 쏴 약 800명을 학살했습니다.(신화 연합뉴스)

EPA 연합

자꾸 밀려오는 아기 고래

21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상콘라도 바닷가에서 혹등고래 새끼 한 마리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매해 혹등고래는 남극과 브라질 해안을 오가는데 그 과정에서 무리와 떨어져 길을 잃은 것으로 보입니다. 열흘 전 부산 기장 앞바다를 찾아왔던 향유고래는 엄마를 잘 찾아갔겠죠?

휴가철 열차 96회 증편

본격 휴가철이 시작됩니다. 오는 25일부터 내달 10일까지 날마다 평균 611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간엔 열차 운행횟수가 96회 늘고, 국내외 항공편도 3303편 증편됩니다. 기차를 이용해 인구감소지역 명소에 방문하면 운임 50%를 할인받을 수 있으니 꼭 확인하세요.👉기사보기

갈비탕 끓이는 민주주의

서울 금천구 시흥3동 주민자치회는 '맥가이버'도 있고 정리수납 전문가도 있습니다. 지난달엔 전복영양갈비탕 80그릇을 저소득 청소년, 1인 가구와 나눠 먹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들어 주민자치회 예산이 33분의 1까지 줄면서 주민자치회가 하나 둘 사라졌는데요. 꿋꿋이 '동네 민주주의'를 지키는 곳들이 있습니다.👉기사보기

독립노동자 대부분이 소속된 기업이나 노조가 없지만 소속될 적절한 공동체를 찾고 있다. 이것이 더디면 독립노동을 빨아들이는 플랫폼과 인공지능은 사탄의 맷돌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특정 세대의 보수화 논란보다 중요한 것은 소속될 적절한 공동체 개발이다. 그래서 그간 칼럼에서 다뤘고 이 마지막 칼럼에서 강조하는 것은 독립노동을 위한 결사체 개발이다. 이것이 '사탄의 맷돌'을 향한 충격 한 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