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비 내고 나가

4월 11, 2025

2025. 4. 11. 금요일

길었던 헌법재판소와 탄핵의 시간이 지난주 금요일 마무리됐습니다. 일주일이나 흘러 다소 늦었지만, 그래도 탄핵 후 첫 레터를 쓸 때 한 번쯤 소회를 정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순식간에 5개월을 앗아가 버린 계엄 사태 내내, 조바심이 났다가 울적했다가 고조됐다가 마침내는 적막에 잠기던 제 마음은 아직도 이 평온을 누려도 되는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부터 시작될 형사재판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적어도 이제는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아니게 됐기에 부담이 덜한 게 사실입니다.

법조팀을 출입한 지 이제 1년이 됐는데도, 생생하고 역동적인 경험의 세계를 촘촘한 법리로 쪼개고 갈아 부족한 지점을 잡아내는 법원의 시선은 아직도 생경할 때가 많아요. 이번 탄핵심판도 저에게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부서지는 국회의 유리창과 계엄군을 막아선 시민들, 담을 넘어 들어가는 국회의원들의 생중계 영상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었죠. 그렇기에 너무나 당연한 결과를 기대하며 재판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법정의 언어는 그 울컥함이라는 감정과 정면으로 맞닿아있지는 않습니다. 절차는 제대로 밟았는가? 그런 의도였다는 증거는 있는가? 현장 증인들의 증언은 모두 일치하나? 모든 사법 절차에서 재판관들이 당연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라지만 심정적으로는 답답한 게 사실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조급증을 누르고 왜 우리는 이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지, 생각이 같지 않은 이들의 법정의견을 경청하는 시간은 왜 필요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러한 결과가 나와야만 하는지를 꾸역꾸역 기사체로 담아내는 시간은 인내, 그리고 자기설득이 필요했습니다.

인용되리라고 장담하고 다녔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감도 늘 있었어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계속됐던 근 몇 달이었으니까요. 더는 충격적인 반전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지만 또 모르잖아요. 선고기일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월요일을 앞두고 주말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몇 주가 반복됐습니다.

그 와중에 위안이 됐던 건 종종 조언을 구하러 갔을 때 판사들이 해주던 말이었습니다. "정치와 여론을 신경 쓴다고 해도 결국 판사는 판결문으로 답해야 합니다.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 들어간 판결문을 쓰겠다고 결정하는 판사는 없을 거예요." 다수결로 손을 들어 결정하면 끝인 게 아니기 때문에, 법관의 이름으로 영원히 역사가 될 판결문을 작성해야 할 재판관들을 믿어보라는 이야기를 해주곤 했거든요.

4월4일 오전에는 누가 깨우지 않아도 저절로 눈이 떠졌습니다. 헌재 브리핑룸에 들어선 후부터는 노트북 위에서 움직이는 손이 간헐적으로 떨렸습니다. 11시를 기다리는 반나절은 영원처럼 느껴졌습니다. 부끄럽지만 기각됐을 때의 기사계획은 세운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궁지에 몰린 사람은 용감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오직 하나의 결론만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기사를 써야 해서 수도 없이 읽었지만, 아직도 저는 탄핵 선고 판결문을 다시 읽으면 위로받는 기분입니다. 단순히 결과 때문만은 아니고요. 딱딱하고 빈틈없는 활자들인데도 그동안의 시간들을 공감해 주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저는 이걸 '법리의 다정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절차와 과정을 차근차근 톺아주면서 '이 과정은 틀리지 않았다'고 증명해 주는 게 굉장히 큰 위로가 되거든요.

"우리나라 국민은 오랜 기간 국가긴급권의 남용에 희생당해 온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피청구인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켜 국민이 큰 충격을 받"았고, 계엄이 해제된 것은 피청구인의 의도가 아니라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고 단호하게 일갈해 준 헌재가, 그동안의 오랜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그날만큼은 너무 고마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한 주를 준비하기 위한 주말이 곧 시작됩니다. jks님의 주말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기꺼이 사람들이 북적이는 장소를 찾아가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원 없이 꽃을 보려고 합니다. 아직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남은 봄을 즐기고, 또 새로운 계획을 세우겠습니다. 모두들, 정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밤부터 파면까지 123일간 국회는 어떤 일을 했을까요? 대통령 선거는 어떻게 치러질까요? 생생한 이야기를 국회의원과 함께 나누는 자리에 jks님을 초대합니다. 한겨레 37번째 생일잔치도 함께 열립니다. 4월26일 대전에서 만나요!

휘클리 심화반_14강

🏛️1교시: 담을 넘은 사람들의 대화(60분)

주제: 김상욱·박범계 의원의 내란 극복기

🗞️2교시: 단전·단수 위기 앞 5월의 정신(40분)

주제: 내란을 마주한 한겨레 뉴스룸국장의 다짐

이번엔 온라인 생중계 없이 오프라인 행사로만 진행합니다.👉휘클리 읽기 👉티켓 구매하기

1. 무의미한 니탓내탓🔗

2년 전 여름, 온열 환자가 속출하며 '폭망'한 새만금 잼버리 기억하시나요? 여성가족부와 전북도 간 책임 공방이 있었는데요. 뜯어보니 둘 다 문제였습니다.

2. 장소에 숨은 메시지🔗

대선 주자의 출마선언이 잇따르고 있죠. 광화문, 국회, 인천공항, 박정희 생가에 이어 온라인까지. 후보마다 출사표를 던진 곳도 각양각색인데요. 출마선언장소에 숨겨진 의미를 뜯어봤습니다.(연합뉴스)

3. 숙박비 내고 나가🔗

민간인 신분으로 대통령 관저를 7일이나 점거하며 관저정치 논란을 만든 윤석열이 드디어 방을 뺍니다. 오늘 오후 5시에 이사를 나갈 예정인데요. 원래 살던 서초동으로 갑니다.

4. 한발 물러선 트럼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시행 하루 만에 유보해 90일간 매기지 않기로 했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행보인데요. 나흘 전부터 낌새가 보이긴 했습니다.

5. 뇌를 위한 양치질🔗

깜빡깜빡하는 분들 치아 건강에 신경 쓰셔야겠습니다. 입안 미생물이 뇌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선데요. 이 채소를 먹을 때 나오는 미생물은 도움이 됩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언제쯤 배불리 먹나요

지난 8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만들어진 무료 급식소입니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전면 봉쇄하면서 식량 공급이 끊긴 탓인데요. 이스라엘은 지난달 하마스와의 휴전 계획이 무산된 뒤, 다시 가자지구를 강하게 공격하고 있습니다.👉기사보기

음식점 30% 키오스크

jks님 식당에서 무인 주문기계, 키오스크 마주친 적 많으시죠? 서울 음식점 10곳 가운데 3곳이 키오스크를 쓴다고 합니다. 인건비를 줄이려는 목적이 컸는데요.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진 못한다네요.👉기사보기

땀이 걸어준 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역도 남자 94kg에서 8위로 대회를 마무리한 김민재 선수입니다. 그는 7년 뒤인 2019년, 뜻밖의 런던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거는데요. 앞순위 선수 중 6명이 금지약물을 쓴 것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세계도핑방지의 날인 오늘, 약물과 싸워온 현대 스포츠의 역사를 돌아봤습니다.👉기사보기

대통령 자리가 지닌 위험성을 피해 가는 좋은 텍스트가 있다. 바로 헌법이다. 레퍼런스도 있다. 실패한 대통령 사례에서 배우면 된다. 어떻게 배울지 모르겠다면 헌재의 탄핵 결정문을 읽어보길 권한다. 3번의 탄핵 사례가 있었으니 3건의 탄핵 결정문이 있다. 그 결정문을 찬찬히 밑줄 그으며 읽고 또 읽으면 '대통령 노릇 잘하는 법'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