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피고소인

4월 02, 2025

2025. 4. 2. 수요일

얼마전 일본 도쿄 '더 포켓'이란 소극장에 연극을 보러 다녀왔습니다. '온천의 용'이라는 뜻의 극단 '온센도라곤'이 만든 '흔, 혼'(痕, 婚)이란 작품이었는데요.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수천명이 자경단 등에 의해 학살됐던 사건을 다뤘습니다. 대강의 극 내용은 이렇습니다.

주인공 기노시타 아사코는 1925년, 도쿄 어느 마을에 자신이 '조선인 박경애'라는 사실을 숨기고 양복점 재봉사로 정착합니다. 하지만 다정다감했던 마을 사람들이 실은 2년 전, 간토 조선인대학살 때 자신의 연인 '영택'을 살해하는 데 가담했던 사실이 드러납니다.

결국 한 주민은 이렇게 울먹입니다. "문명국이라는 건 겉모양일 뿐이고 우리가 아직 야만인이라는 게 대지진 때 드러난 거야." 연인을 잃은 충격으로 조선말을 잃었던 박경애는 이렇게 절규합니다. "영택아! 이쪽으로 도망쳐, 나 여기 있어."

편견없는 시각, 탄탄한 대본과 짜임새 있는 연출, 성실한 연기가 하나같이 훌륭했습니다. 특별히 놀란 것은 극단 모든 스태프가 일본인들로만 구성됐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본에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런 선의를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멀리 홋카이도 슈마리나이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동 희생자를 추모하는 '사사노보효 강제노동박물관', 간토대학살 조선인을 기억하는 '조선인의 유골을 발굴해 위령하는 모임 호센카(봉선화)',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를 자처하는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 전국공동행동'이 모두 그런 사람들입니다.

야마구치현 조세이 해저탄광의 조선인 수몰사건 진상을 규명하는 '조세이 탄광의 물비상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 후지코시 강제동원 조선인 피해자를 30년 넘게 지원해온 '호쿠리쿠 연락회'와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일본 정부의 조선학교 학생 차별에 맞서는 '조선학교 무상화 배제에 반대하는 연락회' 등도 모두 따뜻한 이들입니다. 다나카 히로시, 와다 하루키 같은 원로 지식인들은 곧 아흔을 바라보는데도 왜곡된 역사 바로잡기에 앞장설 때 여전히 강인함이 느껴집니다.

올해는 광복 80년, 한·일 수교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정치권이 뒤틀어놓은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일본에서도 풀뿌리 시민들로부터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 에디터레터 결말이 승천하지 못하고 온천물에 들어간 '온센도라곤'처럼 너무 소소하지만, 저도 더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고 취재해야겠다는 다짐을 새삼 되새겨봅니다.

저한테는 오늘이 마지막 에디터레터입니다. 다양한 피드백으로 관심을 보내주시기 때문일까요? 에디터레터 독자들에게는 늘 따뜻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호러나 스토킹은 아니고) '일상에서 늘 한겨레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는 기사로 자주 뵙겠습니다.

1. 죽어도, 수사하라🔗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 받던 장제원 전 의원이 숨졌죠. 가해자 고소까지 9년간 고통받았던 피해자는 책임을 물을 기회마저 빼앗겼는데요. 처음이 아닙니다.

2. "일단 5 대 3은 아니다"🔗

금요일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날짜가 잡혔단 소식만으로도 시민들은 기뻐했는데요. '파면'과 '4 대 4'. 더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이겁니다.

3. 5000원 뚝배기는 어디서 왔을까🔗

1000원, 3000원에 생필품·화장품·영양제까지 득템할 수 있는 다이소, 자주 가시죠? 오프라인 매장에서 다이소만 잘 나간다는데요. 700곳 넘는 국내 납품 업체는 "남는 게 없다"고 합니다. 속사정을 들어봤습니다.

4. 빨간 김치의 자격🔗

식용색소를 넣어 빨갛지만 안 매운 김치, 일본이나 중국이 만들 법도 한데요. 김치엔 고춧가루만 써야 한단 기준이 생겼습니다. 무려 국제기구가 정한 겁니다.

5. 대통령기록관에 알박는 이유🔗

윤석열 대통령이 퇴임하면 계엄 당시 국무회의록 같은 기록물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옮겨지는데요. 이걸 관리하는 관장을 뽑는 면접에 '용산' 출신이 지원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한국이나 프랑스나

3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민연합 당사를 나서는 마린 르펜 의원의 표정이 심각합니다. 극우 지도자인 르펜은 유럽연합(EU) 예산을 횡령한 혐의로 1심 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뒤 당사에 들렀는데요. 그가 5년간 선거에 나갈 권리가 즉시 박탈됐단 소식에 지지자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기사보기

하루 이용자 125만명

요즘 이 그림체 난리죠? 챗GPT가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 스타일로 만들어낸 이미지인데요. 그 덕분인지 하룻동안 챗GPT를 쓴 국내 이용자가 125만명을 넘어섰습니다. 2022년 출시 이후 가장 많습니다.👉기사보기

후츠파 정신으로

주식에 소신투자했다 망하기, 암 연구하다가 뇌질환 환자되기, 철심 박은 손으로 국제대회 나가서 고생하기. 학생이 실패한 썰을 푸는 카이스트의 '망한 과제 자랑대회', 유명하죠. 근데 이 대회를 만든 실패연구소는 대체 뭘 연구할까요?👉기사보기

뭐가 억울한지 묻자 선생님이 여자애들 편만 든다는 것이다. 이에 신밧드가 가세해서 억울한 이야기에 불이 붙었다. 장난치다가 실수로 여자애를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선생님은 혼을 낸다, 반대로 여자애가 나를 때렸을 때는 장난으로 그런 거니 봐주라고 한다, 싸울 때도 여자애들 편만 든다, 남자들을 차별한다, 그런 내용이었다.

👉[김현아의 우연한 연결] 소년이 자라 청년이 된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그날 밤부터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지금까지 국회는 어떤 일을 했을까요? 빠르면 초여름 치러질 대통령 선거는 어떻게 치러질까요? 국회의원과 함께 얘기 나누는 자리에 jks님을 초대합니다. 이번 휘클리 심화반에선 한겨레 37번째 생일잔치도 함께 열립니다. 다음달 26일 대전에서 만나요!

휘클리 심화반_14강

🏛️1교시: 담을 넘은 사람들의 대화(7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