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번갈아 하세요’
쾌적하게 보기 Ι 구독하기 2024. 1. 31. 수요일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제 반려식물이 숨을 다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제게는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어린 왕자는 바오밥 나무가 자신의 작은 별에 뿌리내려 모든 것을 삼켜버릴까 무서워하죠. 잘 자라면 높이 30m, 둘레 10m까지도 커지는 나무이기 때문인데요. 제 친구는 키가 30㎝, 몸통은 엄지손가락 두께 정도로 아담합니다. 제가 대학생이었던 2012년 식목일에 씨앗을 심어서 발아시킨 뒤로 12년 가까이 저와 함께해온, 말 그대로 반려식물입니다. 바오밥이 워낙 생명력 강한 나무라 그런지 한국의 혹독한 겨울도 잘 견뎌주더라고요. 풀떼기 같던 것이 점점 두꺼워져 목질화될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을 때도 바오밥만은 제 손에서 잘 커 줘서 큰 위로가 되어주곤 했습니다. 그런 바오밥이 지난가을 분갈이 이후로 상태가 안 좋아졌습니다. 물을 더 많이 줘봤다가 아예 안 줘봤다가 갖은 요란을 떨고 난 뒤에 캐보니 그사이 뿌리가 썩은 거 있죠. 배수가 잘 안 된 모양이었어요.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썩은 뿌리를 잘라낸 뒤 새 흙에 다시 심어 봤지만 상태는 나빠지기만 했습니다. 전문가들도 뿌리가 썩으면 살려내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이젠 뿌리를 더 자를 수도 없고요. 가지는 바짝 말라 잘못 건드리면 부스러질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바오밥이 영영 제 곁을 떠난 모양입니다. 이미 제 친구는 12월부터 이 상태였지만 한 달쯤 지난 이제야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건널 때 느끼는 슬픔을 '펫 로스(Pet loss)'라 부르던데, 이 마음은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이별은 아무래도 익숙해지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jks님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