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서 할 일 하는 각자

1월 25, 2024

2024. 1. 25. 목요일

jks님의 아침을 여는 글이어서 레터에서는 가급적 희망차고 가벼운 이야기를 전하고자 마음먹었는데, 요 며칠은 그러기가 쉽지 않네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갈등과 봉합 과정을 지켜보며 제가 느낀 감정은 참담함입니다. 먼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권력의 정점에 위치한 두 인물이 마치 칼잡이들이 일합 겨루듯 '파워게임'을 벌이는 모습 자체가 퇴행적입니다.

헌법상 정당의 일에 관여하는 것이 금지된 대통령은 버젓이 메신저를 보내 절차에 의해 임명된 집권 여당 대표에게 사퇴 압박을 넣습니다.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여당 대표, 원내대표 3자 회동에서 나눠진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곧바로 언론에 공개되고, 며칠간 갈등을 벌이는 듯하다가 이내 자기들끼리 화해를 합니다. 구중궁궐 속 권력 암투 대신 법제도 위에서 토론과 협상으로 공적 의사 결정을 하자는 민주주의 정신이 최소 30년은 후퇴했습니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 대표가 '막장 싸움'을 벌이면 그 여파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옵니다. 정부와 국회가 제대로 발맞추지 못해, 행정과 정책이 모두 엉망이 될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순간, 동료 시민들은 철저한 구경꾼 취급만 받았습니다. 누가 전하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전언들과 그럴듯한 이미지만 주어지는 대로 전달받았습니다.

한동훈 위원장이 사퇴 압박을 받았단 사실을 공개한 직후, 윤 대통령은 국민과 약속한 민생토론회를 불과 30분 앞두고 불참하겠다 통보했고, 부랴부랴 세팅된 자리를 치우는 현장을 보도하는 사진도 통제하려 들었습니다. 한동훈 위원장과 윤 대통령이 극적인 화해를 연출한 현장이, 설 대목을 눈앞에 둔 상인들의 점포 227곳이 전소한 서천특화시장 재난 현장이라는 것 역시 어떤 점에서는 상징적입니다.

고개 숙인 한동훈 위원장, 그의 어깨를 두드린 윤 대통령의 모습으로 둘 사이 갈등이 극적 봉합된 것처럼 여겨집니다만, 실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두 사람의 갈등이 '김건희 리스크'의 해법에 대한 시각차에서 비롯된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둘 사이 갈등 봉합의 대가로 김건희 여사가 언젠가 국민 앞에서 사과를 할 것으로 짐작됩니다만, '김건희 일가'의 각종 의혹에 대해 공정한 수사와 법적 책임까지 나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국민의 눈높이'를 언급해 용산의 분노를 산 한동훈 위원장조차 디올백 의혹에 대해 "몰카 공작이 본질"이라며 "김건희 특검법은 악법"이라고 규정하지 않았던가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줄곧 강조해 온 법 앞의 평등과 공정한 법 집행은 어디로 갔을까요? 이들의 갈등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릴 동안, 미디어 뒤편으로 가려진 소식들이 아픔을 더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상실의 고통 속에서 울며 기도하는 부모님들이 있습니다. 영하 20도 혹한에 자식들 영정사진을 앞에 두고 1만5900번 찬 바닥에 머리를 찧는 부모님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앞서 국회는 이들이 요구해 온 그 날의 진실을 위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통과시켰지만, 한동훈 위원장과 국민의힘은 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했습니다. 한겨레는 이들의 마음을 전하고자 영상으로, 사진으로, 텍스트로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동료 시민들께 계속 전할 뿐입니다.

1. '모각코' '모각글' 하실 분?🔗

각자 할 일 하는 모임인 각할모. 동료와 감시자가 필요한 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이 많이 찾는다는데요. 온·오프라인 각할모에서 활동 중인 이들을 만났습니다.

2. 겨울잠 자면 300만원 드려요🔗

한 일자리 중개 플랫폼이 연 온라인 취업 박람회에 올들어 1200만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그중 6만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꿀알바'가 있었다는데, 뭘까요?

3. 무혐의 된 혐오🔗

대구의 이슬람사원 건립 공사는 4년째 멈춰있습니다. 공사장 앞에 무슬림 금기 식품인 돼지머리를 둔 일부 주민의 반대시위 때문이기도 한데요. 검찰은 주민이 공사를 방해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4. '한동훈 말'과 싸우는 한동훈🔗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검사 시절부터 공정과 '강강약약'을 외쳐왔는데요. 행동은 말과 전혀 다릅니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논란을 연일 외면하고 있습니다.

5. '라그랑주점'을 선점하라🔗

술집이 아닙니다. 라그랑주점은 공전하는 두 큰 천체 주변에 위성 같은 물체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지점을 뜻하는데요. 10개의 우주 라그랑주점을 두고 각국이 경쟁하고 있습니다.(인도우주연구기구)

비우니 보인다

2세대 서양화가 장욱진의 '자회상'(1951)입니다. 미술학자들은 그를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거장이라고 정의하는데요. 선과 도형, 붓 터치 몇 번으로 그린 작품이 명작인 이유를 영상에서 들어보세요.👉기사보기

과징금 2249억원

2021년 구글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249억원의 과징금을 맞았습니다. 스마트폰 제조사에 자사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도록 갑질한 혐의였는데요. 구글이 부당하다고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습니다.👉기사보기

'공복친구들'의 단식일기

jks님은 살을 빼려고 어디까지 해보셨나요? 새해맞이 2주 단식에 도전한 이가 있습니다. 2년 전 단식 땐 근육만 잃었었다는데, 올해는 성공했을까요?👉기사보기

서울 관악구는 지난해 말 관내 '책이랑 놀이랑'이라는 도서관을 폐쇄했다. 관악구에 2곳뿐인 아동놀이공간(키즈카페)이 딸린 도서관이었기에 많은 유아와 아동들이 찾던 곳이다. 지난해 7~8월 신림역 무차별 살인 사건과 신림동 등산로 강간살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관악구청은 시시티브이 증설을 추진했고, 그 결과 어린이도서관이 폐관돼 시시티브이 관제센터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