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처럼 뛰어다닌” 63시간

6월 28, 2024

2024. 6. 28. 금요일

최근 몇 년 옛 친구들을 가장 많이 만난 장소를 생각해보니 다름 아닌 장례식장입니다. 몇달 넘게 침묵 모드였던 고딩 단톡방에 친구의 부모님 등 부고가 뜨면 비슷한 위로와 추모의 말이 이어집니다. 이어 개인톡이 어지럽게 오고 갑니다. "너는 장례식장 언제 갈 거야?"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나누는 근황도 대개 비슷비슷합니다. 회사, 자식, 건강의 무한굴레죠. 각자 일터에서 허리급 역할을 하며 위아래로 치이는 어려움에 공감하다가, 어디가 아프다는 앓는 소리와 거기엔 무슨 치료(음식)가 좋다는 깨알 정보가 오갑니다.

이어 애들은 잘 크고 있는지 조카들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나면, 집에 돌아갈 시간입니다. "담번엔 상가집 말고 딴 데서 좀 보자" 말하곤 하지만, 일정을 잡아야 할 카톡방은 다시 잠잠하죠.

일찍이 '40대론'을 설파하는 선배가 계셨습니다. 회사 안에서 더이상 어리광부리기 어렵고, 부모님이 큰 병을 앓거나 돌아가시는 어려움을 겪게 되며, 자기 몸도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하는 연령대라는 것입니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던 제 나이 30대 때야 '이 선배, 요즘 좀 힘드신가 보다' 하고 말았지만, 몸소 40대를 관통하고 있는 지금은 그 통찰에 고개를 끄덕일 뿐입니다. 그저 열심히 운동하고, 회사일 열심히 하고, 친구들이 상주 노릇 하는 장례식장이라도 찾으며 함께 슬픔을 나누는 수밖에요.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15세에 공부를 하겠다는 뜻을 세웠고, 30세에 이르러 뜻을 세웠으며, 40세에 되어서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게 되었고, 50세에 천명을 깨닫고, 60세가 되어서 다른 사람의 말을 편히 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40대를 '불혹'(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이라 부르는 유래라고 하죠.

혹시 공자님도 40대 때 위아래로 치이고, 부모님이 편찮으시고, 본인도 아프기 시작해서, 유혹에 흔들릴 여유조차 없으셨던 게 아닐까 합리적 의심을 해보곤 합니다. 에디터 레터 마감이 마침 피로감이 절정에 치닫는 목요일이라 징징거림이 좀 과도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금요일, 하루만 잘 버텨냅시다!

게티이미지뱅크

1. 피해자는 못 본다, 가해자 반성문🔗

형사재판에서 가해자가 재판부에 내는 반성문을 정작 피해자는 보기 어려운데요. 거꾸로 피해자가 쓴 '엄벌 탄원서'는 가해자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2. "통일보다 어려운 유보통합"의 시작?🔗

유치원·어린이집을 합친 '영유아학교' 100곳이 문을 엽니다. 유치원교사·보육교사 자격도 하나로 통일되는데요. 30년 넘은 숙제인 유보통합까진 아직 멀었습니다.

3. 뛰라고 해서, 개처럼 뛰었다🔗

쿠팡 자회사에서 일하던 41살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그의 밤샘 노동시간은 주 63시간. 회사는 "배송기사는 쿠팡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말해왔는데요. 계속 업무 지시한 카톡에 대해선 뭐라고 할까요?

4. 주4일 근무의 자격🔗

다음 달부터 2살 이하 자녀를 둔 부모는 주 4일 만 일하거나, 하루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 40시간은 채워야 하는데요. 충남 공무원 얘기입니다.

5. 가족 돈 빼돌려도, 유죄🔗

가족한텐 사기·절도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습니다. 이 '친족상도례' 조항을 악용해 가족을 괴롭히는 사람도 많은데요. 법을 바꾸란 헌재 결정이 나왔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선동가를 심판하라

'비외른 회케는 나치'. 그제 독일 잘센알한트주 할레 지방법원 앞에서 시민이 손팻말을 들었습니다. '나치 구호'를 사용한 극우정치인 회케를 나치에 빗댄 건데요. 독일은 나치를 옹호하는 시민을 중범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날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정해온 95살 여성이 1년4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기사보기

예산 24.8조원 복원

내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24조8000억원으로 확정됐습니다. 정부가 올해 R&D 예산을 2조8000억원 삭감했다가 비판 여론에 밀려 내년 예산을 예년 수준으로 늘린 건데요. 올 초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예산 복원'을 외치다 끌려나간 신민기씨는 "이미 늦었다"고 말합니다.👉기사보기

'인형의 계곡을 지나'

다시, 섹스플로이테이션

1940년~1970년대까지 스크린 위에 섹스를 담아내려고 했던 '섹스플로이테이션' 장르의 대표작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되는데요. 50년도 더 된 문제작 8편을 지금 왜 봐야 할까요?👉기사보기

크고 작은 방송사 대부분이 유튜브를 통해 청문회를 생중계했음에도 정작 국가를 대표하는 공영방송은 이를 외면했다.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고 국회의 정식 의결 절차를 통해 진행되는 채상병 특검법의 입법청문회를 중계 거부하는 행위가 무슨 배짱에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자신들이 하고 싶은 방송만 골라서 하고 하기 싫은 건 안하겠다면 이제 '국민의 방송'이라는 낯부끄러운 이름은 그만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