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명이 정한 축의금

4월 18, 2024

2024. 4. 18. 목요일

얼마 전 서울 시내 마라톤 대회에 나갔습니다. 출발 지점인 광화문에 도착하고 보니 운동화를 집에 놓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끈도 없는 구두를 신고 있어서 도저히 그 상태로는 뛸 수가 없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던가요. 한쪽에서 새로 출시한 운동화를 전시해놓고 미리 주문을 받고 있었습니다.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라고 했지만, 다급하게 간청한 끝에 겨우 전시품을 살 수 있었습니다. 21.09㎞, 하프 마라톤을 탈 없이 완주했습니다.

지난 주말엔 설악산에서도 험하기로 유명한 공룡능선을 타기로 작정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대청봉엔 오르지 않고 마등령을 거치는 코스로 잡았습니다. 새벽에 국립공원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차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관리사무소 문을 두드렸더니 봄철 산불 방지를 위해 2월 15일부터 3개월 동안 일부 구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등산로를 폐쇄한다는 거였습니다. 공룡능선 대신, 처음으로 울산바위와 토왕성 폭포에 다녀왔습니다.

스스로 차분한 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게 아닌 모양입니다. 운동화도 없이 마라톤 대회에 나갔다고 하면 모두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곤 하더군요. 이번 설악산행은 덤벙대는 제 천성을 확실히 인증하고 말았습니다.

인생사, 목표한 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허둥대다 계획이 틀어지긴 했지만 그 결과가 꼭 나쁜 쪽만은 아니더군요. 대회 현장에서 얼떨결에 산 운동화는 성능이 괜찮았고, 꽃피는 봄날 서울 시내를 활개 치며 달리는 기분은 더욱 좋았습니다.

이번에도 공룡능선은 가지 못했지만 파릇하게 물들어가는 설악산 끝자락이라도 다녀왔으니 그게 어디입니까. 잔인한 계절 4월이라지만 잠시라도 좀 웃으시라고 민망한 제 흑역사 한 자락을 풀어내 보았습니다.

봄의 짧은 손님 벚꽃이 졌습니다. 4·10 총선이 끝난 지도 일주일이 넘었는데요. 선거를 리뷰하면서 젠더정치와 페미니즘이 나아갈 길을 고민하는 휘클리 심화반이 열립니다.

심화반은 총 2교시로 진행됩니다.

1교시 손희정 작가 특강_백래시에 맞서는 우리의 허들링

2교시 참치마요 상담소_내가 겪은 백래시 성토 대회

수업은 4월23일(화요일) 저녁 7시30분, 한겨레신문사(서울 공덕동)에서 열립니다.👉티켓 구매하기 👉지난 휘클리 보기

연합뉴스

1. 고소득자만 희망찬 이유🔗

지난해 소득 하위 20% 가구만 빚이 더 늘었습니다. 반대로 상위 20% 가구는 빚을 가장 많이 갚았는데요. 그들만 올해 살림살이가 나아질 거라고 낙관했습니다.

2. 1만명이 정한 축의금🔗

밥값 비싼 호텔 결혼식에 갈 땐 축의금을 더 내야 할까요? 1만명에게 물었는데요. 호텔 결혼식의 평균 축의금은 12만원으로, 일반 결혼식보다 1만원 많았습니다.

3. 휴대폰 만들다 백혈병 걸린, 스무살🔗

대학에 다니며 휴대폰 조립공장에서 일한 '학습근로자'가 백혈병에 걸렸는데요. 학교는 그를 퇴학시키고, 회사는 해고했습니다. 삼성전자 하청업체 얘기입니다.

4. 까치 쫓는 '죽은 까치' 허수아비🔗

강원도 양구군청이 까마귀·까치 사체를 공짜로 농가에 나눠주겠다고 홍보합니다. 농작물을 먹는 새가 무서워 접근하지 못하게 죽은 새를 내걸라고 권하는 건데요. 유해동물이라지만 맘대로 죽이고 전시해도 되는 걸까요?

5. "HIV 감염인도 장애인"🔗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이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HIV 감염을 장애 유형에 포함해 달란 건데요. 이를 따지는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X 갈무리

물에 잠긴 사막

사막의 나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항공기가 물살을 가르며 이륙하고 있습니다. 그제 하루 두바이 근처엔 120㎜의 폭우가 쏟아졌는데요. 75년 만에 가장 많이 내린 비로, 18명이 숨졌습니다.👉기사보기

1조4354억원

전셋집 구할 때 조심하셔야겠습니다. 1~3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물어준 돈이 1조4354억원이나 됐는데요. 1년 전(7973억원)보다 80% 급증했습니다.👉기사보기

1984년과 2024년

1984년 새해 첫날,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은 전 세계에 위성 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생중계했습니다. 미디어가 통제하는 암울한 사회를 그린 조지 오웰 소설 '1984년'과 달리 영상 속 인간은 행복해보이기만 했는데요.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럴까요? '백남준 특별전'에서 답을 찾아 보세요.👉기사보기

"봉분과 비석이 없어 감사합니다. 무덤에서까지 위화감을 조성하는 건 자식들에게 또 다른 짐이에요. 어떤 생물도 죽어서 흔적을 남기지 않잖아요." 요즘은 유가족들이 앞서간다. 봉분과 비석, 주변 정리는 때로는 숲의 물길을 바꾸고, 야생 생물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숲은 오랜 시간 다양한 생물과 소통을 하며 안정화돼 있으며, 이미 온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