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의 기술 5가지

4월 17, 2024

2024. 4. 17. 수요일

'밀양'이라는 영화를 정말로 좋아합니다. 이미 너무나 많은 상찬을 받은 영화여서 감상평을 보태기도 민망하지만, 인생 경로에서 어쩔 도리 없이 비극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어떻게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차분하게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해서입니다.

하나 뿐인 자식을 유괴범에게 잃은 영화 속 신애(전도연 분)는 종교를 통한 구원에 이르렀다고 여겼지만, 그것은 어찌 보면 존재가 부서지는 슬픔을 외면하기 위한 자기 기만의 연극에 불과합니다. 그 거짓 평안이 산산이 부서지는 경험을 한 뒤 그는 절대자를 향한 분노에 몸을 맡깁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 분노조차 슬픔을 외면하기 위한 거짓 분노였을지 모르겠습니다. 신애가 한 교회의 부흥회에 난입해 틀었던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는 자신을 위한 노래였을 겁니다.

그런 그가 마음속 슬픔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유괴범의 딸을 마주하면서입니다. 같은 폭력에 노출돼 또 다른 아픔을 겪는 이에 대한 연민이 싹트면서, 신애는 비로소 분노를 내던지고 온전히 자신의 것일 수밖에 없는 슬픔을 직면하기 시작합니다.

영화의 마무리입니다. 신애의 갈 곳 없는 허무와 분노, 상실의 아픔을 내내 지켜보던 종찬(송강호 분)이 거울을 들고 있는 가운데 스스로 머리를 자르던 신애의 둥근 어깨와 떨리는 손길에 따뜻한 햇볕이 비칩니다. 머리카락 흩날리고 빈 병 따위 아무렇게나 놓인 더러운 수챗구멍에도 빛이 듭니다. 신애는 이제야 슬픔을 받아들이고 다시 살아가기 위한 걸음을 걷기 시작할 것입니다.

어제는 세월호 10주기였습니다. 누군가를 잃은 상실에 아파하는 모든 이의 머리 위로 햇볕이 비치길 간절히 바랍니다.

픽사베이

1. 자주, 머리, 한방향…터치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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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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