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질 없는 드라마
쾌적하게 보기 Ι 구독하기 2024. 10. 31. 목 이제는 중학교 야구선수가 된 아들이 막 야구를 보기 시작했을 무렵, 2016년의 어느 날 문득 아들이 제게 물었습니다. "아빠, 근데 타이거즈는 왜 그렇게 야구를 못해?" 가히, 인생급 질문이었습니다. 아침 회의를 가야 하는데 뭐랄까 반드시 와야 할 것은 끝내 오고 만다는 것을 재확인한 날이었달까요. 전 매일 그 질문을 생각하지만 답은 수십 년째 찾지 못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해 타이거즈는 꾸역꾸역 5할 승률에서 하나 빼기 놀이를 하며 하위권에 맴돌다 겨우 5위를 했고요. 찾아보니 최종 성적은 '70승 1무 73패'였습니다. 마침내 다가온 순간의 충격에서 조금은 정신을 차린 그날 저녁, 6살 아이에게 타이거즈에 대해 말해줬습니다. "그러니까 아빠가 너만 했을 때, 그때 타이거즈는 말이지. 말하자면, 음… 왕국, 그래 왕국이었어. 만화영화에 나오는 그런 나라. 타자들은 용맹하고, 투수들은 탄탄해서 하루도 불안한 적이 없었어. '코끼리'라고 불리는 임금은 강력했고, '폭격기'라고 불리던 철벽도 있었지. 바람의 신이 내려 보내준 '아들'도 있었어. 늘 해가 지지 않는 나라처럼 빛났어." "(건성으로) 아…. 그래? (이해가 안 간다는 말투로) 동물원 같은 건가?" 그리고, 다음 해 타이거즈는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미 엄마를 따라 LG 팬이 되어버린 아들은 함께 기뻐해 주지 않았죠. 그리고 다시 7년. 타이거즈가 다시 프로야구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함께 야구를 지켜보던 아들은 "그래, 기아 올해 우승할 만하지. 김도영도 있고, 불펜도 젤 세니까"라는 관찰자적 촌평과 함께 "축하해"라고 말하는데, 전 그걸 잘 듣지 못했습니다. 그 순간 한명재 캐스터는 "1987년 이후 37년 동안 이곳 광주에서는 아무도 듣지 못했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