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이라는데 환불 안 돼요?”

7월 19, 2023

2023. 7. 19. 수요일

얼마 전 이른 퇴근길,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탈출해 샛강생태공원을 지나는데 그만 온몸에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말았습니다.

"으악! 에이씨…." 반사적으로 투덜거렸지만 이내 난처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원에 화재 신고가 있었는지, 불을 끄러 출동한 소방관들이 소방호스를 정비하다 벌어진 일이었거든요. 시험 삼아 땅에다 물을 뿌려보는데 수압 때문에 튀어오른 흙탕물을 마침 곁을 지나던 제가 '옴팡' 뒤집어쓴 거죠.

제 정장이 온통 진흙 범벅이 된 것을 보고, 여러 소방관이 난처한 기색으로 뒤따라오며 사과하는데 손사래를 치며 제 쪽에서 되레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이구, 더운데 고생 많으십니다" 하고요. 그 무더위에 방화복을 입고 출동해 땀을 뻘뻘 흘리고 계신데, 제 옷에 흙 좀 튀었다고 어떻게 얼굴을 찌푸리겠어요. 고생하신다고, 백번 절을 해도 모자라지요.

김건희 여사의 '리투아니아 명품 쇼핑 논란' 기사를 봤을 땐 황당했고,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사즉생 생즉사 정신" 발언 기사를 봤을 땐 앞날이 걱정됐지만, "국민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집중호우가 올 때 사무실에 앉아만 있지 말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기사로 읽을 땐 화가 나더군요.

'국민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을 질타했는데, 그럼 지금 전국의 현장을 지키는 분들은 누굴까요. 전국적 수해 앞에 저는 그분들보다, 다른 분이 떠올랐습니다. 중앙재해대책본부장으로, 재난시 전국의 모든 유관기관을 지휘해야 할 행정안전부 장관이요.

지난해 수해 대처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왔을 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115년만의 일이었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년 만에, 호우로 다시 44명(18일 오후 6시 기준)이 숨졌습니다.

'이태원 참사' 당시 참사 보고를 받고도 운전기사가 올 때까지 집에서 기다린 그 분은 아직도 행안부 누리집에서 "국민이 재난과 재해로부터 안전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선진화된 재난안전 관리체계를 확립하겠다"며 미소짓고 있습니다. 그가 탄핵심판 때문에 자리에 '없어서' 수해에 대처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아직도 그 자리에 '있어서' 수해에 대처 못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국민의 '불신임'을 받은 그를, 고등학교 선배인 윤 대통령은 끝내 지켜주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이 장관의 탄핵소추를 기각한다면 그가 다음 총선에 출마할 거란 소문이 정치권엔 파다합니다. 아, 이런 흙탕물은 견디기 어렵네요. 그러니, 트위터에 '#무정부상태'라는 해시태그가 넘실대는 것이겠지요.

서울시교육청

1. 안전도 조리해주나요?🔗

서울 성북구 숭곡중 급식실에 들어올 로봇입니다. 부족한 사람을 대신해 국·볶음·튀김 요리를 할 거라는데요. 조리 노동자들은 급식봇을 반길까요?

2. 기억할 이름도 없는 249명의 죽음🔗

이름 없이 '임시신생아번호'로 살아온 영유아 2123명. 이 중 249명이 이미 숨졌다고 합니다. 이런 비극 막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 한번 보시죠.

3. 107㎏ 휠체어라 죄질도 무겁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보행자를 치어 다치게 했는데요. 지금까진 선처를 해온 검찰이 이례적으로 최고 형량을 구형했습니다. 근데, 그 논리가 이상합니다.

4. '1372'를 기억하세요🔗

충남 공주에 내린 홍수경보로 펜션 예약을 취소하려던 소비자. 하지만 업주는 환불을 거부했습니다.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이죠. 이럴 때도 방법은 있습니다.

5. 고통은 가난한 국가 몫🔗

러시아가 전쟁 뒤 흑해 항구를 봉쇄해 곡물 대국인 우크라이나의 수출길을 막아버렸죠. 유엔이 직접 나서 수출길을 뚫었는데요. 다시, 그 길이 막혀버렸습니다.

영국다이버해양구조대

도우려다 죽었다

17일 영국 스코틀랜드 해변에 들쇠고래 55마리가 떠밀려왔습니다. 해양생물 보호단체가 달려갔을 때 살아있던 돌고래는 15마리. 이 중 한 마리만 살아남아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구조대는 새끼를 낳다 문제가 생긴 동료를 도우려던 돌고래들이 다함께 좌초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저시급 9860원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1년 전보다 240원 오른 986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최저임금 1만원' 구호가 나온 지 6년이 지났지만, 내년에도 1만원을 넘어서진 못했습니다.👉기사보기

게티이미지뱅크

세대 '폰' 차이

jks님은 어떤 휴대전화를 쓰시나요? 흔히들 젊을수록 애플 아이폰을, 나이 들수록 삼성 갤럭시를 선호할 거라 짐작하는데요. 근거 있는 얘기였습니다.👉기사보기

강둑에 서서 이웃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3년 전엔 강 건너 남원 쪽 강둑이 터졌다고. 그곳이 버텼다면 우리가 서 있는 이 강둑이 터져 곡성 읍내까지 위태로웠을 것이라고. 그렇지만 어느 강둑이 터졌는가 하는 것은 행운과 불운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어느 여객선을 타든, 어느 거리를 걷든, 어느 강둑 아래에서 마을을 꾸리고 농사를 짓든,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