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모드 부탁드릴게여🙏🙏

12월 20, 2023

2023. 12. 20. 수요일

저희 동네에 유아차를 끌고 갈 만한 소아청소년과는 딱 두 곳입니다. 그나마도 한 곳은 인기가 너무 많아서, 보통 상대적으로 환자가 적은 소아청소년과를 찾습니다.

몇 주 전, 밤에 열이 펄펄 끓어 울다 지쳐 잠든 두 살짜리 아이를 아침에 깨웠습니다. 미안하고 안쓰럽지만, 그렇게라도 가야 했습니다. '오픈런'까지는 못했지만 더 늦게 병원에 가면 그만큼 더 긴 줄을 기다려야 하니까요.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병원 키오스크에 대기를 거니 '대기인원 39명'이라고 떴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은 "40∼50분은 기다리셔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좁은 로비에는 뛰어다니는 아이, 우는 아이, 겁먹은 아이, 책 읽는 아이로 붐빕니다. 불안해 보이는 딸의 눈빛을 보니 나가야 할 것 같은데 갈 곳도 마땅치는 않았습니다. 집에 다시 돌아가기는 춥고, 혹시 자리를 비웠다가 차례를 넘길까 두렵기도 하고...

결국 아이를 데리고 병원 옆 카페에 갔습니다. 아이 손에 빵 하나 쥐여주고, 저는 아이를 안고 겨우 커피 한 모금 마셨습니다. 그 카페도 대부분 소아과 환자와 가족들로 가득 찼습니다.

그렇게 30분 동안 '브런치'를 즐겼지만, 여전히 10여명이 남았다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슬슬 아이는 "아빠 배고파" "아빠 집에 언제 가" "아빠 다리 아파" 보채기 시작합니다.

기다리고 기다려 3분여 진료를 받고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다 돼 갑니다. 아기도 저도 지치고 배고팠지만, 약을 먹고 열이 떨어진 것을 보고 한시름 놓았습니다. 소아과에서 감기약 처방을 받기 위한 여정입니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도 한 번 '오픈런'과 소아청소년과 옆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겨보는 경험을 해보시고, 왜 그렇게 "젊은 엄마들이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소아청소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든다"는 말에 많은 부모들이 분노했는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저희 동네만의 일은 아닐 것입니다.

📣휘클리(h_weekly)가 두번째 '휘클리 심화반'을 엽니다. 새해맞이 그룹스터디와 취향 저격 모임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휘클리 심화반에 jks님을 초대합니다!

심화반은 1·2교시로 진행됩니다.

1교시 남종영 환경논픽션 작가의 환경 수업_고래와 기후위기

2교시 클럽활동_북토크반(ft.남종영 작가의 '동물권력'), 보드게임반, 시사토론반, 스몰토크반 중 선택

✔기후위기에 대해 공부하고 싶으신 분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분 ✔2024년을 똑똑하고 따뜻하게 시작하실 분 ✔H:730과 만나보고 싶으신 분은 주저 말고 '휘클리 심화반'으로 오세요.

수업은 1월13일(토요일) 오후 2시, 한겨레신문사(서울 공덕동)에서 열립니다.

12월28일(자정)까지 얼리버드 행사(20% 할인) 중이니,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티켓 구매하기 👉휘클리 지난호 보기

'강유미 yumi kang좋아서 하는 채널'

1. "시체처럼 꼼짝 마" 비싼 공연이니까🔗

옷자락을 부스럭거리거나 고개만 돌려도 눈치를 주는 관람 문화인 '시체관극'. 그게 가능한 일인가 싶은데요. 특히 뮤지컬 공연 땐 꼭 시체가 돼야 한다고 합니다.

2. 고정 금리↓ 변동 금리 ↑🔗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예고 뒤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움직이고 있는데요. 고정금리형 대출금리와 변동금리형 대출금리의 방향이 다릅니다. 왜 그럴까요?

3. 교황 "동성 커플에게 축복을"🔗

교황청이 동성 커플을 축복해도 된다고 승인했습니다. 동성애를 배척했던 전통을 뒤집은 건데요. 결혼은 남녀가 하는 거란 교리가 바뀐 건 아닙니다.

4. 20년 만의 탈출, 2시간 만의 사살🔗

또 사육곰 농장에서 탈출한 곰이 2시간 만에 사살됐습니다. 이 농장엔 웅담 채취용 곰이 90마리나 남아있는데요. 곰 사육과 웅담 채취를 금지하는 법안은 아직 국회에 묶여있습니다.

5. 지고 싶어서 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당시 받은 '정직 2개월'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었죠. 2심 법원이 대통령 손을 들어줬는데요. 소송 상대방인 법무부가 적극 대응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요?

AFP 연합뉴스

숏컷이 어때서

2024 프랑스 미인대회 우승자 이브 질입니다. 103년 대회 역사상 짧은 머리 우승자는 처음인데요. "전형적 미인상이 아니다"란 논란이 일자, 질은 말했습니다. "누구도 당신이 누구라고 지시할 수 없다."

마지막 추징금 55억원

전두환씨의 미납 추징금 55억원을 국고로 회수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전씨 일가 땅을 관리하는 회사가 추징금을 못 낸다며 제기한 이의신청을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건데요. 그래도 남은 추징금은 867억원. 이 돈은 영영 못 받습니다.👉기사보기

채찍질과 힐링의 콜라보

jks님은 올해 어떤 책을 읽었나요? 독자들은 자기계발서로 자신을 채찍질하고, 지친 마음은 힐링소설로 달랬다고 합니다. 올해 많이 읽힌 책, 책 쓴 사람이 좋아한 책을 소개합니다.👉기사보기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남편을 돌보고, 충격을 받은 아이들을 다독이고, 화병이 난 양가 부모님을 돌보고, 가정경제를 떠안고, 세상의 평판에 맞서고, 죽어간 남편 부하의 아내를 챙기고, 감옥에 간 주변인 옥바라지를 함께하고, 재판을 참관하고, 된장찌개를 끓이고, 빨래하고,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날의 일을 재구성하고, 마음속에 칼을 갈고. 그렇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영화 밖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