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 ‘담타’를 위한 변명

12월 04, 2023

2023. 12. 4. 월요일

"(울었음) 강원도 시골에서 태어나… 1980년에 입행해서… 때로는 지방대라고 무시당하기도 했고…(대성통곡)", "농촌의 가난한 집안에서… 장남 역할을 하며 입행 후 구순의 노모를 모시고… 떳떳한 가장이 될 수 있도록 선처해주시길…"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싶으시죠?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취재 메모의 일부분입니다. 당시 1년 차 사회부 기자였던 저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은행권 채용비리 재판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위에 옮긴 내용은 검찰의 구형을 앞두고 선처를 호소했던 한 시중은행 직원들의 발언입니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에 "채용 서류심사에서 여대는 거른다"는 글이 올라왔다는 소식에 저 재판이 생각났습니다. "지방대라 무시당했다"던 이들은, "떳떳한 가장일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던 이들은, 명문대를 나오지 않은 자식뻘 되는 지원자들의 점수를 고의로 조작했습니다.

사회인 못지않게 취업준비생의 정체성이 강하게 남아있던 스물넷의 저는 '저걸 변명이랍시고 하나' 같은 말이 목구멍을 넘지 않게 방청석에서 조용히 숨을 골라야만 했습니다. 시간이 5년이나 지나는 동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구나 싶어 답답한 심정입니다.

이런 이슈를 만날 때면 자신의 노력과 무관하게 '좌절감'을 경험할 이들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열심히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인·적성 검사를 풀고 있을 지금의 구직자에게 저 소식이 가져다줄 암울함은, 이제는 완연한 사회인인 제가 감히 상상하지 못할 만큼 크겠죠. 무기력으로 날려 보낸 시간이 아까워 다시 자신을 꾸짖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다만 최근에는 이런 뉴스들도 있었습니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기소된 또 다른 금융지주의 회장에 대해 법원이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고 2심에서 유죄를 선고했다고요. "여대 거른다"는 글은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받게 됐는데, 그 글의 진위를 가려달라는 신고가 2800건이나 접수됐기 때문이라 합니다. 누군가 말도 안 되는 차별을 자랑스레 떠벌리는 순간에 그 부조리를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을 공유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일 겁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뒤에는 위로가 되는 뉴스를 애써 찾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까요? 그런 좋은 날을 기대하며 '내 일을 찾는 여정'에 있는 모든 분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연합뉴스

1. '1구-1흡연부스' 안 되는 이유🔗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보면 불쾌하단 이들이 많죠. 흡연부스를 더 늘리면 되지 않냐고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지자체들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2. 합정∼동대문 달리는 '심야 A21'🔗

오늘 밤부터 서울 일부 지역에선 무료로 '자율주행' 시내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밤에 운행되는 자율주행 대중교통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는데요. 아예 버스에 사람이 없는 건 아닙니다.

3. 울면서 불법건축물을 샀다🔗

'전세사기피해자법'이 시행된 지 5개월, 피해자들은 일상으로 돌아갔을까요? 서울 강서구 피해자 355명에 물어보니, 여전히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4. 오일머니에 밀렸단 착각🔗

한국의 엑스포 유치 실패를 두고 '오일머니에 졌다'는 분석이 많죠. 하지만 돈은 한국이 더 많은데요. 외신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략이 통했다고 평가합니다.

5. 5억원짜리 묏자리? "학살자는 오지마"🔗

고 전두환씨 유해는 2년째 서울 연희동 자택에 보관 중입니다. 장지인 경기 파주시 장산리 주민들의 반대 때문인데요. 영화 '서울의 봄'의 흥행으로 그가 편히 묻힐 날, 더 멀어졌습니다.

CIWEM

모래밭에서 살아남기

사막일까요? 가뭄으로 황폐해진 방글라데시의 초원입니다. 아무리 모래밭을 뒤져도 풀 한 포기 못 찾는 들소들의 모습이 안타까운데요. 영국의 환경단체는 '올해의 환경사진상'의 하나로 이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아름답지만 슬픈, 다른 수상작들도 보실래요?👉기사보기

평균 피해 1억46만원

로맨스와 신용사기를 뜻하는 '스캠'을 합친 로맨스 스캠. 온라인 공간에서 호감을 산 뒤 금품을 가로채는 신종사기 수법인데요. 지난 5년간 로맨스 스캠으로 유죄가 선고된 판결을 분석해 봤더니, 평균 피해 금액이 1억46만원에 이릅니다.👉기사보기

연합뉴스

배려하는 말하기 꿀팁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어르신이 키오스크 사용법을 물어봅니다. jks님은 뭐라고 설명하실래요? 난감하다고요? 핵심은 어르신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말하는 건데요. 4가지 원칙만 기억하세요.👉기사보기

동물과 달리, 인간 캥거루는 어리지 않다. 부모 집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캥거루라는 말 앞에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취업을 한 이후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신캥거루족, 독립했다가 다시 부모 집으로 돌아온 리터루족이 대표적이다.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고 주거비 부담이 높아질수록 나이 든 캥거루족은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