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악의 기술 8가지

12월 24, 2024

2024. 12. 24. 화요일

"라브레또?"

이와이 슌지 감독의 일본 영화 '러브레터'는 주인공 후지이 이츠키가 집으로 온 편지 꾸러미 가운데 하나를 떨어뜨리면서 시작됩니다. 이츠키에게 같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가 거절당한 우편배달부가 떨어진 편지를 건네주며 시샘어린 표정으로 '편지의 정체'를 묻습니다. 이츠키에게도 낯선 편지 안에는 "오겐끼데쓰까? 와타시와 겐끼데스(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와타나베 히로코"라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

혹시 이 영화를 기억하시나요? 일본 고베에 사는 와타나베 히로코(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후지이 이츠키'와 1인 2역)는 산을 타다 숨진 옛 연인 후지이 이츠키를 잊지 못합니다. 어느 날 히로코는 그가 살던 옛 주소로 어쩌면 무의미한 안부 편지를 보냅니다.

그런데 그가 살던 눈의 고장 홋카이도 오타루에서 뜻밖의 답신이 옵니다. "와타나베 히로코상. 저도 잘 지냅니다. 그런데 약간 감기 기운이 있습니다." 편지는 우연처럼 히로코의 옛 연인 이츠키와 같은 이름의 여성 동창생에게 배달됩니다. 또 다른 이츠키가 영문 모를 편지에 장난스러운 답장을 보내고, 이때부터 히로코와 이츠키, 두 사람의 추억 여행이 시작됩니다.

이 영화가 1995년작이니까 어느덧 30년이 다 됐습니다. 첫사랑, 편지, 하얀 설원, 따뜻한 난로, 이른 죽음,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같은 애틋한 것들이 잔뜩 담긴 영화는 한국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1999년 국내 개봉 당시 누적 관객수가 115만여명이었는데, 국내 수입된 일본 실사 영화 가운데 여전히 최고 흥행 기록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러브레터'를 모르는 이들에게도 영화 속 대사 '오겐끼데스까' 만큼은 잘 알려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히로코와 여자 동창생 이츠키를 모두 연기하는 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돋보였습니다.

지난 6일 일본에서 부고 하나가 전해졌습니다. 나카야마 미호. 향년 54. 옛 추억이 떠올라 모처럼 영화를 다시 봤습니다. 막연히 마음 따뜻했던 영화의 마지막 대목이 좀처럼 기억나지 않았었는데요. "와나타베 히로코상, 역시 이 편지는 보내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엔딩크레딧이 올라오는 장면까지 완벽했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즈음 '러브레터'를 핑계로 제게 따뜻했던 이들에게 "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안부 인사를 보내봐야겠습니다. 제게는 오늘이 올해 마지막 에디터레터입니다. jks님께도 지난 한해 마음 깊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H:730은 성탄절(25일)인 내일 쉬어갑니다. 목요일(26일) 아침 7시30분에 뵙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1. 올해 최악의 기술 8가지🔗

SNS를 떠돈 AI 이미지, '새우 예수'입니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이런 'AI 쓰레기 이미지'가 올해의 실패기술에 꼽혔는데요. 나머지 7가지를 로그인하고 보세요.

2. '내란죄+외환죄' 수사 중🔗

내란세력이 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공격을 유도했단 의혹이 있었죠. 경찰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점집에서 발견한 수첩에서 단서가 나왔습니다.

3. 서약서 쓸래? 공연 엎을래?🔗

경북 구미시가 '이승환 35주년 콘서트'를 공연 이틀 전 취소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주장한 이승환씨에 항의하는 보수단체의 집회로 충돌이 걱정된단 건데요. 구미시장은 사퇴하란 요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4. 마셔두세요, 플로리다 오렌지주스🔗

오렌지가 그려진 차량이 도로를 달리는 미국 플로리다. 오렌지의 땅으로 불리는 이곳에서 앞으로 오렌지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확량이 20년 만에 95%나 줄었다는데요. 기후위기 때문일까요?(AFP 연합뉴스)

5. 60살부터 어떻게 일할까🔗

법정 정년을 60살에서 65살로 늘리자고 노동계는 주장합니다. 경영계는 60살부터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재고용' 방식을 원하는데요. jks님 생각은요?

AP 연합뉴스

함께 춤출래?

21일(현지시각)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빈민가 키베라에서 색색의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춤추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발레 공연을 하는 건데요. 빈민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한 춤이라고 해요.

1년 뒤 받는 편지

손만 까닥하면 언제든 메시지를 보내고, 즉시 삭제도 할 수 있는데요. 한 번쯤은 1년 만에 배송되는 손편지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 충남 당진에 있는 느린 우체통으로 가시면 됩니다.👉기사보기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

초특급 오페라의 결말

큰맘 먹고 예매한 오페라를 보러 갔는데 내 자리가 없다면? 황당을 넘어 분노할 수밖에 없는데요. 최고 티켓값 100만원을 자랑했던 초대형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 첫날,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탈리아 연출가도 이미 떠나버렸다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기사보기

너희는 특별하다. 너희야말로 장차 이 나라와 군의 중추가 될 정예 호국간성이다. 지금의 너희는 비록 고되고 힘들겠지만, 이런 교육과정이야말로 너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관학교는 끊임없이 생도들을 '특별한' 존재로 각인시킨다. 보통 한해 3천~4천명의 장교가 임관하지만, 그중 대통령 행사를 정례적으로 하는 곳은 오직 사관학교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