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성지 롯데리아

12월 18, 2024

2024. 12. 18. 수요일

"술을 마실 때마다 전두엽을 면도칼로 긁어낸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음주가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렇게 무시무시한 말을 한 사람은 '저속노화'라는 키워드로 유명한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입니다. 평소 정치적 발언을 삼가는 정 교수지만, 계엄 사태 이후 일주일 뒤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권력자가 장기적으로 음주할 경우 왜 위험한지에 대해 조목조목 짚었습니다.

리더의 음주가 특히 위험한 이유는 장기화되면 뇌가 충동 조절이 안 되고 도파민 중독에 빠진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권력이 붙게 되면 별다른 자극이 아니더라도 조금만 스스로에게 반하려고 하면 격분하고 대노하는 상태가 된다는 겁니다. 정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을 가리켜 "알코올 의존, 이와 연관된 인지기능 저하가 동반된 상태"로 판단하면서 "술을 먹고 벌이는 여러 나쁜 의사 결정이 해프닝 또는 웃고 넘길 거리로 더 이상 치부돼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야말로 나라를 절단낸 결정을 보고 "술 한잔 먹고 계엄한 거 아니냐"고 농담했던 저도 자세를 고쳐앉게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음주에 관대한 언론사 문화 덕택(?)에 '점심에 술을 좀 마셔야 기사가 잘 써진다'는 말에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었거든요. 막중한 무게를 진 리더는 아니지만 적어도 제 기사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는데, 그런 스트레스를 음주로 회피해온 것도 사실이었고요. 어느덧 폭음 이후 찾아오는 것은 심각한 숙취 손님뿐이라, 자의 반 타의 반 예전보다는 절주 중인 요즘입니다.

겸사겸사 저는 2년 연속 '드라이 재뉴어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런 다짐은 원래 동네방네 소문을 내야 잘 지켜지는 법이니, 뉴스레터 독자님들 앞에 공표하는 동시에 동참을 제안드리려 합니다. 드라이 재뉴어리(Dry January)는 한해의 첫 달인 1월에 한 달 동안 금주하는 캠페인입니다. 연말은 각종 송년회로 간이 '축축'해지기 마련이니, 그 모든 행사가 지나간 1월이 '드라이' 하기에 제격이기도 합니다.

딱 일년 전 이맘때쯤, 건강이 망가지는 것을 체감하면서 주변에 "드라이 재뉴어리를 할 거야!"라고 했을 때 돌아오는 것은 비웃음뿐이었습니다. 말하는 저도 반신반의했지만, 올해 1월에 시도한 첫 드라이 재뉴어리의 결과는 단 하루를 빼놓고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실패한 날은 갑작스럽게 후배가 퇴사를 통보했던 날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해봅니다.)

금주를 돕는 앱도 있습니다. 저는 드라이 재뉴어리 캠페인을 시작한 영국의 음주예방 자선단체(Alcohol Change UK)에서 운영하는 'Try Dry' 앱을 유용하게 썼습니다. 하루를 마칠 때마다 앱을 열어 금주했는지 체크하고, 술을 마셨다면 얼마나 마셨는지 체크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금주'를 뜻하는 차(tea) 모양의 스탬프가 매일 달력에 찍히다 보니, 칭찬 스티커를 붙이는 것처럼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친절하게도 이 단체에선 매일 금주하면 왜 좋은지 메일도 보내주며, 저녁 술자리 때마다 고독했던 금주인을 독려해주었습니다. 술을 안 마시니, 불현듯 새벽에 깨지 않고 푹 잘 수 있었고, 혈색도 좋아졌다는 얘길 많이 들었습니다. 비록 2월부터 다시 마셨지만요….

혹시 건강검진을 마친 뒤 '아휴 술 끊어야지' 말로만 말씀하시진 않으셨나요. "내가 또 술을 마시면 인간이 아니다"라는 지킬 수 없는 말 대신 "1월 한 달만 마시지 말아보자"고 실현 가능성 있는 새해 다짐을 같이 해보시면 어떨까요. 저도 덜 외롭게요. 트라이 드라이.

시민의 힘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죠. 대한민국은 어쩌다 계엄과 탄핵으로 2024년을 마무리하게 된 걸까요? 2024년 한국 사회를 되짚어보는 '시사 연말정산'으로 함께 정리해요. 팀 H:730이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휘클리 심화반_11강

 
🎅1교시: 권태호 논설위원실장의 '시사 연말정산'(80분)
🎄2교시: 휘클리 쌀롱(70분)

10대 뉴스반/스몰토크반/연하장 쓰기반/신문지 놀이반

1교시는 온라인 생중계로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티켓 구매하기 👉지난호 보기

1. 졸지에 내란맛집🔗

계엄 이틀 전, 전·현직 '투스타' 정보사령관들이 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을 논의했단 증언이 나왔습니다. CCTV도 확보했는데요. 비밀회동 장소가 낯설지 않습니다.

2. 헌법학자가 등장할 타이밍🔗

여당이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을 충원해선 안 된다고 합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임명 권한이 없단 건데요. 말도 안 된단 거 그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3. 집 산다면 대선 끝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과 조기대선이 있는 2025년, 집값은 어떻게 될까요? 부동산 전문가도 시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데요. 노무현·박근혜 정부 땐 이랬습니다.

4. 고장 난 공기청정기나 바꿔주지🔗

서울 지하철역 개찰구 앞에 놓인 철판 매트 보신 적 있으신가요? 미세먼지 흡입 매트입니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서울교통공사가 올해 여기에 43억원을 썼는데요. 돈을 들인 효과는 크지 않다고 합니다.

5. 세금도 내는데, 왜 차별해요?🔗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처음 15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일하는 외국인도 100만명을 돌파했는데요. 이들이 낸 세금, 1년에 1조7000억원이나 됩니다.

AP 연합뉴스

죽다 살아난 섬

푸릇푸릇하던 생기를 잃고 잿빛 폐허로 변한 곳은 프랑스가 통치 중인 섬 마요트입니다. 14일(현지시각) 열대성 저기압인 사이클론 '치도'가 마요트를 휩쓸고 지나간 건데요. 인구 32만명 중 사망자만 수천명에 이릅니다.👉기사보기

스케이트장 입장료 1000원

추울 때만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있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1000원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 스케이트장이 이번 주 금요일 문을 여는데요. 곧 개장하는 동네 눈썰매장들도 있습니다. 주민은 무료라고 해요.👉기사보기

맘 모으는 밈

최장수 밈, 페페입니다. 페페 이래 전파력 강한 밈은 취향을 공유하는 느슨한 공동체를 만들어왔죠.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탄핵되는 과정에도 밈이 시민을 그러모았는데요. 밈에 대한 거의 모든 것, 정리했습니다.👉기사보기

즉각적이고 선명한 자기표현과 협업에 능숙한 세대적 특성은 더 큰 분노를 조직했다. '젠지'(Gen-Z) 혹은 '주머스'(Zoomers·화상 앱 '줌'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1990년대 중후반생부터 2010년대 초반생까지다. 대략 14~29살 정도다. 1970년대 태어난 엑스(X)세대의 자녀들이자, 포스트 밀레니얼(M) 세대다. 젠지는 어려서부터 공동으로 과제를 수행하고 함께 성적을 받는 데 익숙하다. 인터넷 없는 세상을 모른다고 해서 '디지털 네이티브'로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