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위 학생규칙

12월 20, 2024

2024. 12. 20. 금요일

"국회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서가 14일 저녁 7시24분 대통령실에 전달되며 그 순간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로 이 문장을 쓰고 나니 2주간 긴장으로 팽팽하던 끈이 탁 끊어진 것만 같았습니다.

여전히 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2주간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마음속 감정과 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한 번에 밀려왔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뒤 대통령실 관계자 아무도 받지 않던 전화기를 들고 느꼈던 깊은 무력감, 윤 대통령이 불쑥 담화를 할 때마다 느꼈던 황당함과 기묘한 공포감 등이 다시 솟아오릅니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몇달 전부터 구상해 왔다는 정황이 담긴 보도들이 나올 때마다 지난 몇달 윤 대통령의 일정이나 발언을 복기하며 괜한 자책감에도 시달립니다. '왜 미리 그런 징후를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초유의 일이었고 결과론이라고 생각해보지만 권력 감시에 실패한 기자라는 무력감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대통령 직무는 정지됐지만 대통령실은 '현상 유지' 상태라 매일 아침 직원들도 출근하고, 저도 출근합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대응한다" "이제 권한대행이 있는 총리실에 물어봐라"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며 언론 접촉을 피합니다. 대통령실 일이 줄다 보니 일부 기자들은 이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있는 국무총리실 취재를 하거나 국회를 취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월요일부터 총리실도 취재합니다.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에 칩거하며 수사와 탄핵심판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의 소환조사 통보에 반응하지 않고, 경호처는 압수수색을 거부하는데, 그는 40년 친구인 석동현 변호사를 통해 비상계엄이 "(내란이 아닌) 소란 정도"라고 하고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했습니다. 헌법재판소 법정에 나와 직접 변론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위헌·위법적인 계엄 선포로 모두를 혼란에 빠트렸지만, 피의자로서의 방어권은 충실히 사용하는 모습입니다.

주말에도 용산으로 출근하느라 보지 못했던 국회 앞 탄핵 촉구 집회를 이제야 유튜브 영상으로 찾아보고 있습니다. 형형색색의 응원봉 물결과 소녀시대의 노래 '다시 만난 세계' 떼창을 듣다 보니 굳어있던 얼굴이 좀 풀립니다.

탄핵 집회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소녀시대의 '힘 내!'도 마음속으로 따라 불러봅니다. "힘을 내 이만큼 왔잖아. 이것쯤은 정말 별거 아냐. 세상은 뒤집혔어.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뿐인 복잡한 이 지구가 재밌는 그 이유는 하나. 바로 너."

청소년비상행동

1. 헌법 위 학생규칙🔗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학생 273명의 시국선언문을 삭제한 고등학교. 정치 행위가 징계 사유라는 건데요. 학생들은 더 큰 목소리로 응답하고 있습니다.

2. 격투 전문 군인의 쓸모🔗

내란을 기획한 롯데리아에 함께한 민간인 노상원씨 소식 전했었죠. 그는 격투 잘하는 요원을 뽑았는데요. 케이블타이로 직원을 묶어 선관위를 장악하려 했습니다.

3. 10만원보다 값진 판결🔗

'편의점처럼 크기가 작은 소매점은 휠체어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대법원이 이 시행령을 바로잡지 않은 정부에 책임이 있다며, 당사자인 장애인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근거는요.(연합뉴스)

4. '아묻따' 시추에 분노한 어민들🔗

가스와 석유를 개발하기 위해 깊은 바다에 구멍을 파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시추선입니다. 엊그제 동해 바다에 도착했는데요. 황당하다는 근처 어민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5. "최소 100명이 숨졌다"🔗

우크라이나전에 파병돼 러시아에 간 북한군 얘기입니다. 외신에 나온 200명과 꽤 차이가 나는데요. 북한군 사상자 발표에 신중한 국정원 입에서 처음 나온 겁니다.

AP 연합뉴스

계획에 없던 귀국편

비행기 색이 좀 어둡죠? 여객기가 아니라 호주 공군 항공기라서 그렇습니다. 지난 19일(현지시각) 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의 수도 포트빌라에서 호주 시민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다급하게 탑승하는 건데요. 이틀 전 이곳에선 규모 7.3의 강한 지진이 발생해 사상자만 수백명이라고 합니다.

조의금은 5만원만

jks님, 장례식에 조의금을 얼마를 내야 할지 고민한 적 있으시죠? 유교와 전통문화를 잇는 성균관유도회에선 5만원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매번 헷갈리는 장례식장 예절과 장례 후 전할 인사말도 읽어보세요.👉기사보기

이거 한옥 아닌데

서울시가 뽑은 올해 우수한옥 중 하나, 종로구 화동에 있는 향양제입니다. 과거 서울시로부터 약 7000만원의 수리비 지원도 받았는데요. 외형부터 구조까지 한옥과는 거리가 먼 일제식 '적산가옥'이었습니다.👉기사보기

성악가인 한 교민은 영하의 추위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음악을 통해 노래를 부르며 1인 시위를 했다. 한 독일인 친구는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광장 앞을 가득 메운 수백명의 집회 사진을 보내왔다. 메일함엔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각지에서 탄핵안 의결을 촉구하는 집회 소식을 전하는 메일이 쌓였다.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그래서 목소리를 내고자 한 적극적인 시민들의 모습이 며칠 전 국회와 44년 전 광주 도청 앞의 모습과 교차했다.

👉[특파원칼럼] 한강은 보았다…계엄군의 머뭇거림을

2024년이 2주도 남지 않았죠. jks님은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계신가요? 계엄과 탄핵으로 어느 때보다 혼란한 연말, 서로에게 힘이 될 따뜻한 응원의 말을 남겨주세요. H:730에 대한 의견도 좋습니다. 2명을 추첨해 달콤한 설향 딸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22일(일요일) 낮 12시까지 의견을 받고, 당첨자는 23일(월요일)에 발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