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임박] 그린‘위장’보트

12월 19, 2024

2024. 12. 19. 목요일

특정 사건이 역사적인 순간이 되었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최근 주변 지인들과 만날 때 저는 "그 날 그 시간에는 뭐하던 중이었어?"라는 질문을 하곤 했는데요. 제 나름대로 특정 시점을 의미 있는 순간이라고 정의하게 되어서 자꾸 이런 질문을 하는 것 같습니다.

지시대명사 '그'로 지칭해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알아들을 수밖에 없는 순간. 그러면서 누구라도 그때 나의 감정이나 충격을 기억할 수밖에 없는 순간임을 전제로 한 질문이잖아요.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결국 역사라고 하지만, 요즘만큼 내가 역사의 일부를 살아내고 있다고 느끼는 건 실로 오랜만입니다.

더 적극적으로 역사의 일부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이들이 지난 주말 옷깃을 여미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꺼지지 않는 알록달록 응원봉이 이번엔 가장 사람들 눈길을 끈 것 같지만, 저는 좀더 전통적인 도구에 주목해봤습니다. 바로 깃발입니다.(연합뉴스)

한때 집회에 참여하는 조직이나 단체가 들고 다니는 깃발은 다소 엄중한 상징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단체가 지니고 있는 힘과 그곳에 속함으로써 느껴지는 안정감, 공식적으로 하사받은 명칭, 깃발 하나로 다수의 대중에게 인식될 수 있는 인지도 등이 기본 조건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죠.

하지만 최근 여의도에서 발견한 깃발들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 듯합니다. "막차 끊기기 전에 탄핵시켜 달라" 요구하는 '왕복 4시간 경기도민 연합' 깃발이 있었는가 하면, "제발 그냥 누워있게 해달라"는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깃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속 터지니 내려와라"는 구호를 쓴 '전국 유튜브 2배속 협회' 깃발은 보자마자 웃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내가 안 뽑았다"라고 적힌 '투표권 없는 청소년 연합' 깃발을 보고 숙연해지지 않은 어른이 있었을까요.

다채로운 깃발들이 주장하는 건 더 이상 정치적, 사회적으로 정의되는 단체의 이름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안에는 연대와 공감의 의지를 가진 무수한 '나'들이 숨어있었습니다. 이 순간에 이 시대를 가장 실감하고 있는 나. 대단하거나 위대한 사람이 아니어도 되는 나. 평범하고 모두가 공유하는 작은 공통점들로 무장한 나.

게으르거나 집이 멀거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소소한 취향들도 얼마든지 '연대'를 할 수 있다는 외침이 모두 하나하나의 깃발이 되었습니다. 역사적 순간은 갑자기 생겨나는 게 아니라 평범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개인들이라는 작은 점들이 연결되어 비로소 선과 면을 넘어 3차원의 시공간을 형성하는 거더라고요.

이런 순간이 다시 오리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8년 전이었습니다. 아무도 되풀이되길 바라지 않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마주하게 됐습니다. 작은 촛불의 온기로 엄혹한 추위를 버텨낸 많은 분들께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시간입니다. 저도 제 자리에서 소소하게나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환경재단

1. 그린'위장'보트에 안 탈래🔗

크루즈로 여행하며 환경교육도 하는 프로그램 '그린보트'가 5년 만에 다시 시작되는데요. 최재천 교수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탑승을 취소하고 있습니다. 왜냐면요.

2. 학교에 딸 못 보내는 마음🔗

동덕여대 정문 앞에 정갈한 붓글씨로 쓴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추운 거리에서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를 이어가는 학생들을 보다 못한 아버지가 쓴 건데요. 2시간 동안 꾹꾹 눌러 담은 마음, 직접 읽어보세요

3. 수괴의 '수면 플레이리스트'🔗

윤석열 대통령은 정말 '부정선거론'을 믿은 걸까요? 그가 극우 유튜브에 푹 빠져 지냈다니 그럴 만도 한데요. 윤 대통령과 유튜버의 연결고리를 짚어봤습니다.

4. 44쪽 탄핵안_최최최종.hwp🔗

형사재판은 검사의 공소장, 탄핵심판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제출로 시작됩니다.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결정하려면 탄핵 사유를 잘 써야 하는데요. 3일간 밤을 새워 윤 대통령의 탄핵안을 만든 사람들 전략은 이랬습니다.

5. '법사폰' 찾았다🔗

윤 대통령 부부와 알고 지낸 무속인 건진법사가 '공천 기도비'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체포됐죠. 검찰이 최소 2대의 휴대전화를 분석 중인데요. 왜 하필 지금일까요?

AFP 연합뉴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16일(현지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시의 한 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3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습니다. 용의자인 15살 학생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요. 이튿날인 17일, 시민들이 위스콘신주 의사당에 모여 추모의 촛불을 밝혔습니다. 미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 일어난 총기 사건은 2020년 116건에서 올해 325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16.4% vs 5.6%

백화점 고급 햄과 대형마트 소시지 가격 중 뭐가 더 빨리 오를까요? 얼핏 생각하면 고급 햄 가격이 더 가파르게 상승할 것 같지만 통계는 정반대입니다. 2020년 1~9월 저가 가공식품의 가격은 1년 전보다 16.4%나 뛰었지만, 가장 비싼 가공식품은 5.6%만 올랐습니다.👉기사보기

"보고 있어도 못 보는 우리할머니"

전북맹아학교에 다니는 시각장애인 이석호씨(20)의 작품, '할머니 얼굴'입니다. "손으로 만져본 얼굴에 주름살이 많아" 안타까워하는 그의 감정이 잘 담겼는데요. 90명의 학생이 마음으로 빚어낸 작품들, 함께 감상해 보시죠.👉기사보기

"주제 하나로 밀고 나가지 말고 중간에 다른 토픽을 하나 집어넣으세요." 회사에서 다른 직원들이 쓴 글을 봐줄 때면 나는 말하고는 했다. "그래야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지 않아요." 주제가 둘이 되면 글이 산만해지지 않냐고 의아해하는 직원에게는 이렇게 일러줬다. 나중에 나온 주제가 주인이 되게 해서 끝내 보라고. 그러면 따분한 보고서나 소개문도 드라마같이 보일 거라고. 이런 얘기는 다소 추상적으로 들리지만, '러브레터'가 바로 그런 구조라고 하면 쉽게 이해됐다.

👉[크리틱] 두 번째 주제의 발견

시민의 힘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죠. 대한민국은 어쩌다 계엄과 탄핵으로 2024년을 마무리하게 된 걸까요? 2024년 한국 사회를 되짚어보는 '시사 연말정산'으로 함께 정리해요. 팀 H:730이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휘클리 심화반_11강

 
🎅1교시: 권태호 논설위원실장의 '시사 연말정산'(80분)
🎄2교시: 휘클리 쌀롱(7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