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의 밤

12월 04, 2024

2024. 12. 4. 수요일

초능력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투명 인간이 되는 꿈, 시간을 거스르는 자가 되어 보는 상상 같은 것들을 좋아합니다. 자주 압도적인 힘을 갖는 존재가 되면 어떨까 하는 망상도 합니다. 취재가 잘되지 않을 때, 취재 이외의 다른 수단이 조금만 더 있으면 뭔가를 더 알아낼 수 있겠단 생각을 할 때 특히 그런 생각을 더 자주 합니다.

그런데 '어벤져스' 시리즈 같은 건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그러다가 몇 년 전 '마녀' 시리즈를 보며 제가 좋아하는 초능력이 무엇인지 자각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초능력은 사람이되 사람을 넘어서는 존재, 사람이어서 그걸 감추고 싶지만 역시 사람이어서 그걸 드러내고 번민할 수밖에 없는 그런 갈등의 초능력이었습니다. 뭐랄까요, 현실의 얼굴을 한 비현실성의 존재 아니면 낭만적 초인 그런 것들이랄까요.

얼마 전, '마녀'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폭군'을 보았습니다. 호불호가 엇갈리는 작품이지만, 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극비리에 초인을 탄생시킬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는 국가기관과 이를 견제하려는 지구적(!) 개입에 달랑 신체 능력 하나로 맞서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집밥' 짓는 능력으로 예능을 수놓는 차승원 배우의 연기도 볼만합니다.

시즌2를 예고하는 엔딩까지 한순간에 시리즈를 정주행하곤, 문득 이건 왜 고작 4부작인가 하는 한탄과 함께 '마녀'를 포함해 초인의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고 있는 박훈정 감독의 세계에서 어른들은 모두 초능력을 가진 소년/소녀들을 소유하거나 이용하려 할 뿐 누구도 품어주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화려하게 피어나는 초능력을 갈망하지만 정작 아무도 그 존재 자체를 다정하게 애정하지는 않는구나. 그들은 모두 외롭구나.

초능력을 가지면 외롭게 될까. 현실을 뛰어넘는 존재가 된다는 건 정녕 그런 걸까. 초능력 따위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가 시간 아깝게 그걸 왜 고민할까. 오늘도 능력과 무능력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8주째 명태균 게이트 취재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각종 제보를 기다립니다.

1. 44년 만의 비상계엄🔗

윤석열 대통령이 어젯밤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야당의 정치행위를 '반국가 행위'로 규정한 겁니다. 계엄사령부는 군인을 보내 국회를 폐쇄했습니다.

2. 2시간33분 만의 해제🔗

오늘 새벽 군인 봉쇄를 뚫고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을 풀었습니다. 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은 계엄군은 내란죄로 처벌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3. 3살 아이 방치한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 단속된 미등록 이주여성 ㄱ씨에겐 3살 아이가 있었는데요. 법무부는 다음날 이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방치했습니다. 엄마와 떨어진 아이는 어떻게 지냈냐면요.

4. 당근나라의 사기꾼들🔗

jks님 오늘 '당근' 하셨나요? 아파트도 '당근'할 정도로 중고거래가 늘었죠. 중고사기도 4년 만에 최대치일 예정이라 경찰서 업무는 마비 상태입니다.

5. 깡 없고 등 터진 새우🔗

미·중 반도체 전쟁의 유탄이 한국에 떨어집니다. 미국이 내년부터 인공지능 필수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을 통제하는데요, 삼성전자 타격이 큽니다.

EPA 연합뉴스

한국과 다른 한국산 기차

지난 3일(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중앙역. 열차에서 내리는 이는 뉴사우스웨일스 주의회에서 장애 포용을 관할하는 리즐 테시 의원인데요. 새로 도입된 열차의 첫 운행에 함께 해본 겁니다. 그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넓은 공간과 접근성 기능이 잘 마련돼 있다며 만족했는데요. 이 열차는 '메이드 인 코리아', 한국산입니다.

제왕절개 진료비 0원

내년부터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하면 진료비가 0원입니다. 기존에 진료비의 5%를 개인이 부담해왔던 걸 0%로 낮춰선데요. 제왕절개 분만은 2019년 자연분만보다 더 많아진 뒤, 매년 늘고 있습니다.👉기사보기

방심위 간 한강 소설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갔습니다. 정확하게는 '한강 소설은 역사를 왜곡하지 않았다'고 보도한 팩트체크 기사가 간 건데요. 이게 무슨 일이냐고요?👉기사보기

정치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왜 부자 우파를 지지하냐고 묻는다. 빈곤 때문인가. 수많은 연구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돈이 있든 없든 서로 접촉하고 보살피며 정을 나누는 사회적 경험이 없으면 분노와 혐오에 약해진다. 중요한 것은 다정한 사회를 경험할 기회다. 사회학자들은 사회를 지탱하는 축으로 '제3의 공간'에 대해 주목했다. 집이나 직장도 아닌, 다양한 정보와 의견과 정을 나누던 동네 구멍가게와 이발소와 같은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