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뿌리주사 한대만

4월 20, 2023

2023. 4. 20. 목요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힐트만은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1986년 4월, 그가 겨우 다섯 살 되던 해였습니다. "부모님과 차에 타고 있었는데 아빠가 라디오를 켰어요. 난 너무 어려서 뉴스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또렷하게 생각나요. 엄마와 아빠가 아주 놀라고 충격을 받았던 모습요.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그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뉴스는 당시 소련에 속했던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노빌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는 비보였습니다. 힐트만이 사는 독일에서 약 1300㎞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그의 부모님은 놀이터 모래 장난을 금지했습니다. 정원에 가득 자란 푸른 채소도 요리해주지 않았답니다. 핵 사고 현장에서 날아온 방사능이 독일 하늘에 내리는 비 속에 녹아 아들의 건강을 해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핵발전소 사고로 기록된 1986년 체르노빌 사고는 독일인의 삶에, 아주 소소한 일상에까지 공포와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시민의 마음 속에는 반핵 정서가 강해졌습니다. 당시 집권 사회민주당(SPD) 정부는 원전 수명을 32년으로 제한하는 등 탈핵의 노선의 걸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2009년 기독교민주연합(CDU)과 기독교사회연합(CSU)이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과 연립 정부를 꾸린 뒤 분위기는 바뀌었습니다. 원전 폐쇄가 "국가 재산의 파괴"라며 반대하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결국 원전 가동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1년 반 뒤인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해 6월 독일은 다시 탈핵을 약속했습니다. 핵 재앙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두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지난 4월15일 독일에 남았던 모든 상업용 원전이 가동을 멈췄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사람들은 망각을 합니다. 기억을 지워야만 삶을 살아나갈 수 있을 때도 있습니다. 특히 어떤 기억이 아주 괴로웠다면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일, 되새기고 또 되새겨야 할 일이 분명 있습니다. 지난 15일 독일이 탈핵 약속을 실천한 현장을 취재하며 인류가 망각하지 말아야 할 일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원자력은 3세대에 걸쳐 전력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후손에게 그 유산을 물려주고 있다. 앞으로 3만 세대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기술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기술인가."

슈테피 렘케 독일 연방 환경·자연보호·원자력 안전·소비자 보호부 장관이 한 말입니다. 원전 문을 닫은 독일도 완전한 탈핵을 이루려면 이제부터 시작인 셈입니다. 한국 윤석열 정부는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입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jks님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