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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 2023

2023. 4. 11. 화요일

"가까이서 볼 때 괜찮은 정치인이 누구야? 있긴 있어?"

정치부 기자는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문화부 기자가 "누가 실물이 제일 괜찮냐"는 질문을 받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극단적 '비호감' 정치의 시대에 이런 질문은 사실 좀 곤혹스럽습니다. 누구를 거론해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반응이 돌아오거든요.

어제 저는 국회에서 두 개의 풍경을 보면서, 앞으로 그런 질문에 좀 자유롭게 답해도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사명'과 '초심'에 대해 말한 두 초선 국회의원 때문입니다.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의원(35)은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소방관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하며 말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정치의 힘을 믿습니다. 맡겨주신 역할을 충실히 한 뒤 본연의 사명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정치에 대한 무너진 신뢰 회복에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있길 감히 소망합니다."

2016년 국회 취재를 시작한 뒤, 정치인의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눈시울을 붉히는 광경을 본 건 처음입니다. 더욱이 '고참' 기자들이요. 원내대변인을 맡은 오 의원이 기자들과 친근하게 지낸 탓도 있지만, 즉자적이고 공격적인 말이 정치를 지배하는 시대에 200자 원고지 25장이 넘는 '불출마 선언문'에 담긴 진심이 주는 울림이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또다른 장면도 있습니다. 판사 출신인 이탄희 의원(45)은 선거제 개혁을 위한 국회 토론에 1호 연설자로 나서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성공한 국회의원들이 과연 몇이나 됩니까. 쉬운 정치의 유혹에 넘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마지막 그날까지 초심대로 정치하고 싶습니다."

무관심 속에 방향 없이 흘러가는 선거제 개혁이지만 이 의원의 연설을 더 많은 국민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모의 정치에서 조금의 생명력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현실정치에서 물러나겠다는 오 의원의 발표를 보며, 도리어 그의 '나중'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절망의 정치"를 역설하는 이 의원에게선 오히려 '희망'을 읽었구요. jks님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정치인이 있나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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