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와 메기 효과

4월 05, 2023

2023. 4. 5. 수요일

"쓰나미에도 살아남은 피아노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떤 소리를 낼지 궁금했죠."

거장이 낡고 부서진 고물 피아노 곳곳을 어루만집니다. 뒤틀린 음계를 조율합니다. 이윽고 상처 입은 짐승을 달래듯, 백발의 연주자는 피아노를 조심스레 두드립니다. 2018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코다>의 도입부 일부입니다. 코다는 지난달 28일 71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난,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요.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서 살아남은 피아노를 고쳐 두들기며, 그는 말합니다. "익사한 피아노 송장을 연주하는 기분이었어요."

jks님은 류이치 사카모토를 알고 계시나요? 저는 업무 책상 귀퉁이에 그의 사진을 붙여두었을 정도로 좋아한답니다. 국내에서 그는 영화 <마지막 황제>와 <남한산성>의 사운드트랙을 만든 영화음악가, 'Merry Christmas, Mr.Lawrence'나 'Rain' 등을 작곡한 연주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를 더 깊이 사랑하는 사람들은 류이치 사카모토를 '전위예술가'나 '사회운동가'로 기억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가 일본 사회의 환부를 들여다보고, 그걸 예술로 치유하고 드러내는 방식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음악이나 문화는 평화롭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어요." 류이치 사카모토는 말합니다. 예술이 이 세계와 동떨어진 곳, 저만치에서 홀로 피어날 수 있다는 이들의 말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가장 뛰어난 작품은 시대를 위로하는 작품이고, 고통받는 이들의 곁에 서는 사람만이 진정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정부의 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자위대 국외파병 반대집회에 참석해 발언했던 음악가, 사카모토. 그는 왜 이토록 세상의 일에 절박하게 나서는지에 대해 간명하게 답합니다. "알고도 모른척 하는 건 저는 절대 못 하거든요." 진짜 거장은 이런 사람이 아닐까요.

'일본'이라는 국가가 미워질 때, 저는 그 사회를 살아가는 이런 동료 시민들을 떠올려보곤 했습니다. '국가'라는 폭력을 넘어서는 길은 결국 시민적 우애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웠던 친구 류이치 사카모토의 부음이 날아든 지난 일요일 밤, 저는 쓴 술 한잔과 함께 눈물로 그를 기렸습니다. 그 밤 오래오래 돌려봤던 영상을 jks님께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동일본대지진 당시 대피소로 사용됐던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중학교에서, 류이치 사카모토가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해 '상처 입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영상입니다. 이 음악이 연주되는 순간만은 어느 곳에나 평화가 깃들길 빌어봅니다.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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