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노조는 없다

4월 04, 2023

2023. 4. 4. 화요일

걷기를 즐겼던 저는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달리기는 걷기보다 힘들지만 짧은 시간 안에 걷기보다는 훨씬 큰 운동 효과를 낼 수 있어서 효율적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혼자 음악을 듣거나, 아니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달리곤 했습니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볼은 발갛게 달아올랐습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나 살아있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항상 혼자 뛰는 게 좋았습니다. 달리기는 걷기와 달리 사람마다 페이스가 달라서 누군가와 함께하기 어려운 운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타인과 함께 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말 베를린에 도착한 직후였습니다. 새로운 도시와 사람에 빠르게 적응하고 싶은 마음에 러닝 클럽에 나갈 용기를 끌어모았습니다. 10명 안팎의 사람들과 함께 뛴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처음엔 달리기에 집중하고 싶은데 자꾸 이야기를 걸어와서 당황했습니다. '숨 차 죽겠는데 왜 이렇게 말이 많지….' 그래도 새 친구에게 예의상 성심성의껏 답변을 했더랬습니다. 한참 떠들며 뛰다 보니 놀랍게도 어느새 목표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이야기꽃을 피우니 시간은 훌쩍 지났고 나보다 빠른 다른 이들과 속도를 맞추려다 보니 기록도 빨라졌습니다.

러닝 클럽의 한 친구가 저에게 하프 마라톤(21km)을 추천했습니다. 그동안은 10km에 도전한 것이 고작이었고 그마저도 걸어서 완주했었습니다. 겁 없이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지만 대회를 2주 앞두고 덜컥 겁이 났습니다. '갑자기 21km를 뛸 수 있을까.' 인터넷에서 달리기 고수들은 초심자의 경우 하프 마라톤을 제대로 준비하려면 최소 두 달 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남은 시간은 14일. 막막했지만 남은 기간에라도 연습하기로 했습니다. 2주 동안 하루걸러 한 번씩 뛰며 조금씩 거리를 늘려갔습니다. 7km, 8km, 그리고 한 주 전 주말 13km. 여전히 목표까진 멀어 보였지만 '완주'라는 목표에 가까이 다가가려 평소보다 조금 더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걸 얻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자기 최면을 걸었죠.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 '중간에 힘들면 바나나 먹으면서 좀 쉬면 돼' '중간에 포기만 하지 말자' 물론 '여차하면 포기를 해도 괜찮다. 나중에 다시 도전하면 되지' 생각도 했습니다. 달리기 한 번 포기했다고 인생이 무너지진 않으니까요.

마라톤 당일, 3만6천명에 달하는 동료 러너들에 둘러싸여 출발선에 섰습니다. 혼자 인증샷을 찍으려니 좀 쑥스럽기도 하고요. 주변에 삼삼오오 가족, 지인과 함께 온 이들을 보니 쓸쓸한 마음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 달리기 시작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어쩌면 나는 혼자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발선에서 1km도 채 벗어나지 않았는데 러너들을 응원하러 나온 시민들이 북적였습니다. 함성이 들렸습니다. "엘렌(Elen), 엄마, 애인, 러너." 목을 길게 뺀 어느 남성은 아이와 함께 이렇게 적은 손팻말을 들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렸습니다. 아마도 트랙에 엘렌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듯했습니다. 제가 '엘렌'도 아닌데 그 말이 왜 이렇게 힘이 되던지요. 나의 수많은 역할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따듯해졌습니다. 혼자 뛰지만 사람들과 함께 뛴다. 거리의 저이들은 내 이름도, 성도 모르지만 나를 응원한다. "파이팅!" 기운이 났습니다. 다리에 힘이 느껴졌습니다. 무사히 첫 하프 마라톤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무려 2만3935등으로.

혹시 혼자라고 느끼실 때가 있으신가요? 딱 한 걸음 밖에 jks님을 응원하는 수많은 이들이 있을 겁니다. 저도 그중 하나입니다. 오늘도 jks님을 응원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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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나에게 빛이었던 당신'

일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암 투병 끝에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가 세상에 들려줬던 첫 영화음악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이젠 그에게 들려줄까요?👉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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